래퍼 한해 "불쌍한 이미지, '쇼미6'로 털어냈죠"

입력 2017-08-29 07:17   수정 2017-08-29 16:43

래퍼 한해 "불쌍한 이미지, '쇼미6'로 털어냈죠"

"스무살에 랩하러 상경…식당알바도, 반지하방도 좋았다"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착하게 봐주는 건 고맙지만 불쌍해지는 건 싫었어요. 안쓰러운 이미지는 힙합과 공존할 수 없거든요. '쇼미6' 출연이 '쇼미4'에서 얻었던 이미지를 털어내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엠넷 '쇼미더머니6'에서 세미 파이널까지 진출해 화제가 된 래퍼 한해(본명 정한해·27)에게 이 프로그램은 복잡한 존재였다.

2015년 시즌4에 출연해 이름을 알렸지만, 당시 브랜뉴뮤직 프로듀서 버벌진트와 산이가 합격을 번복하면서 동정론이 쏟아졌다.

29일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난 그는 "재도전에서 탈락했지만 후련하다"며 싱긋 웃었다.

무늬 없는 검은 티셔츠에 액세서리 하나 없는 목덜미와 손가락은 깨끗했다. 영어 예명 대신 한글 이름 '한해'를 그대로 쓰는 그는 "화려한 것보다 평범한 것이 멋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자란 한해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드렁큰타이거를 통해 힙합을 만났다. 학창시절에는 교내 밴드도 안 해봤다. 동아대 국제무역학과에 입학해 맞았던 첫 여름방학, 회의감이 찾아왔다. 음악이 하고 싶었다.

"엄마한테 말씀드렸어요. TV 나오는 애들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서울 가서 딱 1년만 해보고 안 되면 돌아오겠다고. 엄마는 놀라셨죠. 말수 적고 성적도 성격도 늘 중간인 아들이었으니까."

서울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집에 손을 벌릴 수 없어 군자동의 친구 자취방에 얹혀살았다. 무역회사 사무보조부터 한식당 서빙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 친구의 입대로 거처가 없어진 뒤에는 반지하 방과 고시원을 전전했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가사를 썼다.

"2011년에 그룹 '팬텀' 이름으로 '얼굴 뚫어지겠다'라는 음원을 냈어요. 그렇지만 바로 돈이 벌리는 게 아니니까 식당 아르바이트를 계속했거든요. 하루는 식당 형이 저더러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더라고요. '음악한다'고 답하고는 부끄러워서 가만히 있었는데, 그 형이 포털에 제 노래를 검색해보고는 깜짝 놀라더라고요. 그때는 팬들이 공연장에서 꽃을 주셔도 고시원이 너무 좁아서 둘 곳이 없었어요."

한해는 "지금 생각해보면 짠한 구석이 있지만 즐거웠다"고 웃음 지었다.





그는 쇼미더머니 시즌6에서 우승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혔다. '톱 6'까지 올라갔지만 지난 25일 방송에서 래퍼 행주에게 패해 아쉽게도 '톱 3'가 경연하는 파이널 무대에는 나가지 못했다.

그는 "아쉽지 않다. 방송에서는 센 발언을 원하셔서 '우승이 목표'라고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며 "이 프로그램에서 음악을 계속할 계기만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어요. 힙합 팬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강박, 어린 친구들에게 뒤지지 않고 더 세련된 걸 내놔야 한다는 생각들. 방송에서 다이나믹 듀오 형들과 얘기하면서 해답을 얻었어요. 결국 '좋은 게 좋은 것'이에요. 내가 좋고,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하면 돼요. 꼭 어깨에 힘을 주지 않고서도."

이런 마음가짐을 담았던 노래가 지난해 낸 '필 잇 업'(FILL IT UP)이다. '아는 사람은 알지 나는 허파에 바람 잘 안 들어가/ 버리고 채워야 돼 채워야 돼 좋은걸로'라는 가사가 그의 고민을 잘 드러낸다.







인터뷰 말미에 한국 힙합이 비판받는 지점인 여성혐오와 소수자 비하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여성혐오를 한다고 본인이 세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힙합은 여성혐오를 해야 하는 장르도 아니고, 어느 방면으로든 상관관계가 없어요. 래퍼가 표현하고 싶은 걸 표현하는 그 자체는 이해하지만, 본인이 뱉고 쓴 가사에 대해서는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에요."

한해는 새 앨범을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면서 롤모델로 래퍼 팔로알토(본명 전상현·33)를 꼽았다.

"팔로알토 형도 참 담백해요. 자극적이고 독한 음악을 하지 않으면서도 음악계에 큰 영향을 주죠. 저도 오래도록 자연스러운 음악을 하고 싶어요. 아주 나이가 들어서 사람들이 감 떨어졌다고 놀리지 전까지요.(웃음)"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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