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청년들의 특별한 여행…수요시위·위안부피해자 찾아

입력 2017-09-14 10:44  

일본청년들의 특별한 여행…수요시위·위안부피해자 찾아

정대협, 일본 대학생 15명 초청…재일교포 4명도 포함

청년들 "학교에서 배우지 않아 몰랐다"…할머니 "미래세대 방문 기다렸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지난 13일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천300번째 수요시위엔 '특별한 손님들'이 있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15년 전 시작한 수요시위에 이날도 3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일본인 청년 15명이 조용히 시위를 지켜봤다.

이들은 정대협이 수요시위에 앞서 전 세계 155개국 207만명이 서명한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문서를 일본대사관에 전달할 때도 함께했다.

14일 서울시와 정대협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와 여성 인권 문제에 관심 있는 일본인 대학생·대학원생들이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정대협이 주최한 '미래 세대가 실현하는 일본군 성노예제 해결 프로그램' 참가차 지난 10일 입국한 이들은 역사·교육·여성학 등 전공이 다양하지만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알고 싶다는 한뜻으로 모였다.

참가자 중에는 재일교포도 4명 포함돼 있다.

정대협은 일본 시민단체의 협조를 얻어 대학생들을 모집했다.

청년들은 입국 첫날 마포구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을 찾았고,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하상숙·김학순 할머니의 묘지를 참배했다.

다음 날엔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89), 김복동(91) 할머니를 만났다.

김복동 할머니는 "미래 세대가 찾아오는 것을 기다렸다"며 학생들을 반겼다.

김 할머니는 일본 기성세대가 역사 문제를 외면하는 상황에서 미래 세대들이 일본 사회에 문제를 제대로 알리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위안부 피해자를 처음으로 만나본 일본인 청년들은 할머니들에게 "한국과 일본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 "원하시는 해결책은 무엇인가" 등 여러 질문을 쏟아냈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 대학생들이 만나 토론하는 자리도 있었다. 청년들은 입장이 서로 다르지만, 힘을 합쳐 해결책을 찾아보자는데 뜻을 모았다.

지난 12일엔 남산에 있는 추모공원인 '위안부 기억의 터'를 방문했다. '기억의 터'는 초등학생부터 위안부 할머니까지 시민 2만명이 모금해 만든 공간이다.

프로그램에 참석한 일본 학생 대부분이 "학교에서 역사를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어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몰랐다"는 소감을 밝혔다.

'기억의 터' 자리에 과거 통감관저가 있었고, 여기에서 대한제국이 국권을 완전히 상실한 한일병합조약이 체결됐다는 사실을 들은 한 학생은 "역사를 전공하고 있지만, 을사조약이나 한일병합조약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면서 놀랐다고 한다.

한 참가자는 "전쟁 없는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서라도 역사를 바로 알고, 많은 일본 사람들이 기억의 터에 방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노자 정대협 사무처장은 "일본에선 역사 문제에 대한 관심이 있어도 정보를 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한국과 일본의 미래 세대가 서로 만나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계속해서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 사무처장은 "한국과 일본 대학생들이 어울리는 모습을 지켜보니 기성세대보다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게 눈에 띄었다"고 했다.

정대협은 앞으로도 일본인 대학생들을 초청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서울시가 성평등기금으로 운영비를 지원했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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