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해적당 대표 "민주주의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입력 2017-10-23 20:58  

아이슬란드 해적당 대표 "민주주의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서울시 미래혁신포럼서 연설…"법률 입안·통과 과정 이해하는게 중요"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아무것도 그냥 주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근로 시간, 근로 일수. 단 한 번도 그냥 주어진 것은 없습니다. 다 싸워서 쟁취한 것들입니다."

비르기타 욘스도티르(60) 아이슬란드 해적당 대표는 23일 민주주의의 발전을 이루려면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부패와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2017 미래혁신포럼 : 혁신의 담대한 시도 민주주의와 사회혁신'에서 기조 연설을 맡아 "부패는 너무 만연해 있고, 우리는 더는 두고볼 수 없는 지경"이라며 "싸워야 한다. (정치인들은) 선거를 한 뒤 (다음 선거까지) 4∼5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욘스도티르 대표는 5년의 정치 이력을 가진 재선 의원으로, 문학·예술·음악 분야에서 20년 이상 활동한 예술가이자 세 자녀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그가 이끄는 해적당은 2012년 직접 민주주의, 시민의 무제한 정치 참여, 표현의 자유 보장, 인터넷 자유화 등을 내걸고 창당됐다. 이들은 2013년 총선에서 3석을 얻어 원내 진입에 성공했고, 지난해 선거에서는 10석을 확보해 원내 2당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욘스도티르 대표는 이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전날 방한했다.

그는 "우리 역시 선거와 선거 사이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사회를 신경 쓰지 않고, 우리의 권리를 위해 싸우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우리가 사는 시대는 사회적·제도적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며 사회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욘스도티르 대표는 "민주주의를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지 않으면 우리는 어떠한 발전도 이룰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이같은 사례로 모국 아이슬란드가 과거 겪은 거대한 금융 위기를 들었다. 동화 같은 경제 호황이 '거품'인 것을 누구나 알았지만, 정부와 학계는 물론 일반 시민마저 그냥 내버려 둬 위기를 맞았다고 했다.

욘스도티르 대표는 "그제야 나는 다른 대부분의 시민과 마찬가지로 내가 신뢰한 모든 것, 민주주의·제도·사람들·규제·언론·학계 등 모든 것이 실패했음을 깨달았다"며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우리가 그렇게 하도록 방치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법'을 들며, 입안 과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쓰인 법에 의해 현대 국가의 모든 것이 규율되는 만큼, 이를 이해하고 입안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는 아이슬란드의 사례를 들며 "법안을 쓰는 사람이 누구일 것 같으냐"며 "총리나 장관도, 정부 부처 공무원도 아니다. 로펌에 아웃소싱(외주)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금융 마피아를 보호하는 법을 우리가 선출한 공무원이 아니라 이를 수주한 로펌에서 만든다는 것"이라며 "시민이 법률 입안·통과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스스로 '정치 시인'(Poetician)이라 소개한 그는 직접 지은 시(詩)를 들려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세상의 종말의 신호를 보았다 / 세상의 종말을 보냈다 / 겁내지 말라 / 보기에는 두려울 수 있지만 / 모든 인간에게는 선택이 있다."

ts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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