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 염기 하나 '콕' 집어 고친다"…새 유전자교정법 개발
美 하버드대, MIT 연구진 개발…네이처·사이언스에 발표
염기 변형 유전질환 예방에 적용 기대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염기 하나만 콕 집어 교정하는 '정교한' 유전자 교정법이 개발됐다.
염기 하나의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유전질환이 3만2천여 종이나 되는 만큼, 앞으로 이 기술이 실제 임상에 적용된다면 이런 질환을 예방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DNA(유전물질) 속 염기 하나를 치환하는 기술을 개발, 기능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DNA 가닥은 아데닌(A)·구아닌(G)·시토신(C)·티민(T)이라는 4가지 염기의 배열로 이뤄져 있다. 아데닌은 티민과 짝을 짓고 구아닌은 시토신과 결합해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이룬다.
DNA를 구성하는 염기 중 단 하나만 잘 못 돼도 유전질환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유전질환은 총 3만2천여 개가 보고돼 있는데, 적혈구가 낫 모양으로 변해서 발생하는 '겸형적혈구빈혈증'이 대표 사례다.
연구진은 자연에서 염기를 제대로 돌려놓을 수 있는 힌트를 얻었다. 대장균의 경우 A를 G로 바꿀 수 있는 '마법의 효소'를 이미 가지고 있다.
연구진은 기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단백질 대신 이 효소를 끼우면 손쉽게 유전자를 치환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표적(DNA 중 교정해야 할 부분)을 찾아 주는 안내자인 '가이드 리보핵산(RNA)'과 표적 지점을 자르는 '절단효소'로 구성된다.
연구진은 대장균(E.coli TadA)의 효소(ABE7.10)와 가이드 리보핵산을 붙인 '염기 교정기'를 제작, 세균에 넣어주자 실제로 원하는 부분의 염기가 제대로 교정되는 것을 확인했다.
효소는 '아데닌'에서 특정 화학기(NH₃)를 빼 '이노신'(Inosine)이라는 물질로 만들었다. 이노신은 세포 속에서 다시 구아닌으로 바뀌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데이비드 리우 교수는 "크리스퍼 교정법을 흔히 '가위'라고 말하는데, 우리가 새로 개발한 염기 교정법은 DNA를 자르지 않고 염기를 고친다는 점에서 '연필'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전에 다른 염기인 시토신을 티민으로 바꾸는 방법을 개발한 적이 있다.
국내 유전자 교정 분야 연구자인 김상태 IBS(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 결과로 이제 DNA를 절단하지 않고, 네 가지 염기를 각각 원하는 염기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 역시 아데닌을 구아닌으로 바꾸는 '리페어'(REPAIR)라는 새로운 방법을 이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사람도 아데닌을 이노신으로 바꾸는 효소(ADAR2)가 있는데, 이 효소를 크리스퍼 교정 시스템과 함께 적용한 것이다. 다만 ADAR2은 DNA가 아닌, DNA가 전사(transcription)된 상태인 'RNA'에서 활성을 나타낸다. RNA는 DNA의 일종의 '복사본'이며, 단백질을 만드는 '틀'로 작용하는 물질이다.
김 연구위원은 "RNA 교정 기법은 임시적이지만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만큼, 이 기술의 개발은 기초과학 및 의학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으리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s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美 하버드대, MIT 연구진 개발…네이처·사이언스에 발표
염기 변형 유전질환 예방에 적용 기대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염기 하나만 콕 집어 교정하는 '정교한' 유전자 교정법이 개발됐다.
염기 하나의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유전질환이 3만2천여 종이나 되는 만큼, 앞으로 이 기술이 실제 임상에 적용된다면 이런 질환을 예방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DNA(유전물질) 속 염기 하나를 치환하는 기술을 개발, 기능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DNA 가닥은 아데닌(A)·구아닌(G)·시토신(C)·티민(T)이라는 4가지 염기의 배열로 이뤄져 있다. 아데닌은 티민과 짝을 짓고 구아닌은 시토신과 결합해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이룬다.
DNA를 구성하는 염기 중 단 하나만 잘 못 돼도 유전질환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유전질환은 총 3만2천여 개가 보고돼 있는데, 적혈구가 낫 모양으로 변해서 발생하는 '겸형적혈구빈혈증'이 대표 사례다.
연구진은 자연에서 염기를 제대로 돌려놓을 수 있는 힌트를 얻었다. 대장균의 경우 A를 G로 바꿀 수 있는 '마법의 효소'를 이미 가지고 있다.
연구진은 기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단백질 대신 이 효소를 끼우면 손쉽게 유전자를 치환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표적(DNA 중 교정해야 할 부분)을 찾아 주는 안내자인 '가이드 리보핵산(RNA)'과 표적 지점을 자르는 '절단효소'로 구성된다.
연구진은 대장균(E.coli TadA)의 효소(ABE7.10)와 가이드 리보핵산을 붙인 '염기 교정기'를 제작, 세균에 넣어주자 실제로 원하는 부분의 염기가 제대로 교정되는 것을 확인했다.
효소는 '아데닌'에서 특정 화학기(NH₃)를 빼 '이노신'(Inosine)이라는 물질로 만들었다. 이노신은 세포 속에서 다시 구아닌으로 바뀌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데이비드 리우 교수는 "크리스퍼 교정법을 흔히 '가위'라고 말하는데, 우리가 새로 개발한 염기 교정법은 DNA를 자르지 않고 염기를 고친다는 점에서 '연필'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전에 다른 염기인 시토신을 티민으로 바꾸는 방법을 개발한 적이 있다.
국내 유전자 교정 분야 연구자인 김상태 IBS(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 결과로 이제 DNA를 절단하지 않고, 네 가지 염기를 각각 원하는 염기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 역시 아데닌을 구아닌으로 바꾸는 '리페어'(REPAIR)라는 새로운 방법을 이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사람도 아데닌을 이노신으로 바꾸는 효소(ADAR2)가 있는데, 이 효소를 크리스퍼 교정 시스템과 함께 적용한 것이다. 다만 ADAR2은 DNA가 아닌, DNA가 전사(transcription)된 상태인 'RNA'에서 활성을 나타낸다. RNA는 DNA의 일종의 '복사본'이며, 단백질을 만드는 '틀'로 작용하는 물질이다.
김 연구위원은 "RNA 교정 기법은 임시적이지만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만큼, 이 기술의 개발은 기초과학 및 의학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으리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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