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길 30대 실직 가장…그는 결국 범죄자가 되고 말았다(종합)

입력 2017-10-27 15:45   수정 2017-10-27 15:47

막다른 길 30대 실직 가장…그는 결국 범죄자가 되고 말았다(종합)

보금자리서 쫓겨나야할 처지에 가전제품마저 공매되던 날…둔기 들고 강도질

'구속 불가피'…공황장애·우울증 아내와 6살 딸 살길 막막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일자리도 없는데 보금자리마저 내줘야 한다. 공황장애·우울증을 앓는 아내와 6살 어린 딸아이와 어디로 가야 하나. 막다른 길에 놓인 30대 가장의 어깨는 천근만근 무거웠다.

한숨만 늘어가던 차에 그나마 남은 전 재산인 가전제품마저 강제 경매되던 날, 그의 판단은 흐려졌다. 무기력한 자신을 질책하던 가장은 강도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류모(39)씨는 3개월 전 다니던 택배 회사를 그만뒀다.

관리자와 다툼이 잦았다.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7시에 퇴근하는 온종일 이어지는 격무에 버틸 수가 없어 그만뒀다.

실직 후 일거리를 찾아 나섰지만, 여의치 않았다.

날품팔이 일거리를 하며 하루하루 근근이 버텼다.

하지만 2015년에 진 300만원 빚이 류씨를 주저앉혔다.

사정이 급해 빌린 300만원은 원금은커녕 이자까지 붙어 2년 새 500만원으로 불어났다.

빚 독촉을 하던 대부업자는 류씨의 재산에 압류를 걸었다.

류씨 임대주택 내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티브이·냉장고 등 생활 물품에 빨간 압류 딱지가 나붙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월세 16만원짜리 임대주택에서 떠나야 할 처지가 됐다.

집세가 밀려 보증금 160만원을 다 까먹어서다.

오는 11월 23일 비바람으로부터 3가족을 지켜주던 보금자리를 떠나면 그다음은….

지난 25일 오전 압류 딱지가 붙은 집안으로 법원 집달관과 대부업자, 경매자들이 류씨의 집으로 들이닥쳤다.

이들은 류씨의 가전제품을 모두 공매해 가져갔다.

류씨는 좌절했다.

그리고는 집 안에 있던 장도리를 상의 속에 감추고 집을 나와 걸었다.

버스비 1천400원도 없어 광주 서구에서 북구까지 3시간 동안 약 5㎞를 걸었다.

그의 발길이 멈춘 곳은 한 연로한 노인이 운영하는 화공 약품 취급 업소.

이곳은 류씨가 택배 배달일을 하던 중 2주에 한 번꼴로 착불 택배를 배달하기 위해 들리던 가게였다.

업주가 매번 현금으로 택배비를 지급하던 곳이었다.

그는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류씨는 노인의 뒷목을 잡고 장도리를 휘둘러 위협하며 "돈만 내놓으면 다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게 11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현금을 들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류씨는 한숨을 내쉬는 아내에게 "못 받은 일당을 받아왔다"며 110만원을 건네고 집을 나와 서성였다.

범행에 사용한 둔기는 차마 집안으로 다시 가져가지 못하고 아파트 우편함에 숨겨뒀다.

돈 한 푼 없이 밖을 나도는 남편이 딱했는지 아내는 딸의 손을 잡고 나와 '따뜻한 밥 한 끼 먹자'며 남편을 만났다.

이 모습은 강도사건 신고를 받고 추적에 나선 경찰에 포착됐다.

경찰은 6살 딸 앞에서 류씨를 차마 검거할 수 없어 류씨가 가족과 떨어져 있을 때까지 조용히 뒤따라 갔다.

류씨가 딸과 잠시 멀어진 사이 경찰은 류씨를 연행했다.


경찰서로 향하는 차 안에서 류씨는 곧장 강도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은 "류씨가 압류품 공매를 당한 날 좌절해 강도행각을 벌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죄는 덮을 수는 없는 일.

경찰은 류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살 곳을 잃을 처지에 놓인 류씨 가족에 대해서는 "피의자 가족을 지원한 사례가 거의 없지만, 류씨 아내와 딸을 도울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2013년에 마련된 금융감독원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임대주택거주자와 기초수급자를 대상으로는 기본 생활에 필요한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압류하지 못하게 돼 있다.

그러나 류씨는 재개발 예정인 임대주택에 다시 임시로 세 들어 사는 처지라 이 같은 가이드라인의 적용대상이 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https://youtu.be/uCVEA7tbQQI]

pch8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