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강아지의 눈으로 인간 내면을 엿보다

입력 2017-11-01 16:28   수정 2017-11-01 18:48

고양이와 강아지의 눈으로 인간 내면을 엿보다

신간 '인간의 영혼은 고양이를 닮았다' '나는 강아지로소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고대 이집트에선 고양이를 신으로 숭배했다. 고양이신 바스테트는 환희와 태양의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여신이었다. 오늘날 한국의 애묘인들은 '집사'를 자처하며 고양이를 모시고 희로애락을 함께 한다.

고양이의 어떤 점이 인간을 이토록 매혹할까. 일본 임상심리학자 가와이 하야오(1928∼2007)에게 고양이는 인간 영혼을 들여다보는 창이다. 그는 최근 번역·출간된 '인간의 영혼은 고양이를 닮았다'(사계절)에서 "고양이는 영혼과 연관 짓기에 딱 좋은 생명체"라고 말한다.

실제로 고양이는 인간들의 성품만큼이나 다양한 얼굴을 가졌다. 잔혹하고 사나운 쥐 사냥꾼이자 게으름뱅이이며, 여성성과 교활함을 동시에 갖췄다. 저자는 동서양 전설부터 중세·근현대의 소설, 만화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등장하는 개성 만점 고양이들에게서 인간의 이야기를 읽고 인간의 영혼을 엿본다.





동화 '장화 신은 고양이'의 고양이는 트릭스터(trickster), 즉 거짓말쟁이처럼 악에 가까우면서도 그런 재능으로 큰일을 해내는 영웅적 존재의 전형이다. 어슐러 K. 르귄의 동화 '날고양이들'에서 고양이는 등에 날개를 달고 독자를 판타지의 세계로 안내한다.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 '주문이 많은 요리점'에는 자신의 관점만을 고수하는 도시인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는 고양이가 등장한다.

영혼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현대인의 여러 심리적 문제를 해결할 열쇠이기도 하다. 고양이의 여러 모습을 '영혼의 현현'으로 여기는 저자는 자신의 마음 속 고양이를 어떻게 다룰지 고민해보자고 말한다.

"현대인은 좀 더 자신의 '마음속 고양이'와 교류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고양이와 완전히 단절된 사람들 혹은 고양이에게 지나치게 많은 옷을 입힌 나머지 그 야성까지 빼앗아버린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는 속담이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것처럼, 현대인은 고양이의 지시에 따라 고양이에게 잘 어울리는 장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좀 더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최용우 옮김. 292쪽. 1만5천원.






고양이의 시선에서 인간사를 속속들이 해부하는 문학작품으로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빼놓을 수 없다.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소설가 겸 극작가 이노우에 히사시(1934∼2010)의 1975년작 '나는 강아지로소이다'(현암사)는 소세키에 대한 오마주로 쓴 소설이다.

소설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대한 화자 강아지의 찬사로 시작한다. "듣자하니 인간 족속의 세계에는 나쓰메 소세키라는 대문호가 있는데, 그에게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제목의 장난삼아 쓴 소설이 있다고 한다. (…) 나는 내 주인 이상으로 이 소설에 존경심을 품고 있어 내 이야기를 시작할 때는 꼭 이 소설의 첫머리를 차용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유명한 첫 문장 패러디가 이어진다. "그렇다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따라 내 내력을 이야기하기로 하자. 나는 강아지다. 이름은 아직 없다, 라는 것은 거짓말이고 돈 마쓰고로라고 한다."







이류 소설가의 집에 살게 된 돈 마쓰고로는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대학에서 강의도 듣는 영특한 강아지다. 인간 세계에 대한 유쾌한 풍자와 사라진 동료 강아지를 찾기 위한 모험이 그려진다.

돈 마쓰고로의 독설도 소세키의 고양이 못지 않다. 의사 국가시험 문제유출로 소동을 벌이는 인간들을 보며 대학교육과 품성의 무관함을 읽어내고, 남의 글 인용으로 채워진 지식인들의 논문에서 권위주의를 지적한다.

이 소설에도 고양이가 나온다. 상사맨을 주인으로 둔 검은 고양이와 돈 마쓰고로의 대화.

"왜 출세하려는 거죠? 아무리 출세해봤자 기껏해야 중역이 될까 말까 하는 거잖아요." "(…) 놈들은 '출세'라는 말에 약하다네. 우리들 고양이는 다래나무 냄새를 맡으면 순간적으로 이성이고 나발이고 없어지는데, 그놈들에게는 '출세'가 그 다래나무 같은 거지." 송태욱 옮김. 642쪽. 1만8천500원.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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