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 화천 2만7천명 산골주민 연출한 '산천어축제 기적'

입력 2018-01-04 15:25  

최전방 화천 2만7천명 산골주민 연출한 '산천어축제 기적'
11년 연속 100만명 넘는 관광객…문체부 글로벌 육성축제
세계 주목 겨울축제 성장…외국인 편의시설 대폭 확대

(화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대한민국 최전방 접경지 초미니 도시인 강원도 화천군에서 펼쳐지는 겨울 이벤트에 세계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올해 15년째 맞는 화천산천어축제는 6일 화천읍 화천천에서 개막, 28일까지 23일간 펼쳐진다.


매년 겨울철이면 100만명이 넘게 찾는 화천산천어축제의 흥행 신화가 올해도 재현될까?
화천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 날씨를 보이는 곳이지만, 이맘때면 가장 화끈한 축제도시로 탈바꿈한다.
사실 축제도시라고 하기에 화천의 도시구조는 열악하고 초라하다.
인구가 2만7천여명에 불과한 데다 총면적 909㎢ 가운데 산과 강이 80%가 넘게 차지할 정도로 산골도시다.
주민이 터를 잡고 사는 땅은 면적의 7%(63㎢)에 불과하다.
6·25 한국전쟁 격전지이자 안보도시인 화천은 주민보다 군인이 더 많은 군사도시이기도 하다.
이 작은 산골도시는 15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손꼽는 겨울축제도시가 됐다.
한 달간 펼쳐지는 '산천어극장'은 매년 100만명이 넘는 흥행을 일궈내고 있다.
축제를 위해 캐스팅한 산천어가 1km에 이르는 거대한 화천천 얼음 벌판에서 관객과 만난다.


관광객이 두께 30cm 안팎의 얼음벌판 위에서 1만여개가 넘는 얼음구멍에 낚싯대를 드리운 장면은 전 세계 토픽감으로 전파를 탄다.
한겨울 추위에도 반소매와 반바지 차림으로 얼음물에 뛰어들어 맨손으로 산천어를 잡는 맨손잡기 장면도 빠지지 않는다.
축제 기간 봅슬레이, 하늘 가르기, 얼음 위 썰매와 축구, 민속놀이터, 창작 썰매 콘테스트 등 60여 종의 프로그램은 국내 최고 겨울 놀이터를 연출한다.
산천어축제는 침체한 지역 경기를 살려보자는 절박함에서 시작됐다.
지역 상권이 대부분 휴가나 외출 군인과 면회객이 소비하는 '군인 경제'에 의존했던 체질을 바꿔보자는 것이었다.
때만 되면 반복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이 침체한 지역을 더 큰 수렁에 빠뜨리더라도 버텨낼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화천군과 주민의 도전은 기적 같은 성과로 나타났다.
개발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로 오히려 잘 보존된 자연을 역발상으로 활용했다.
북한강과 파로호를 낀, 불과 10분만 벗어나면 청정한 산과 강이 이 도시의 최대 장점이자 자원이었던 탓이다.
겨울철 청정 자연에서 불어대는 매서운 한기는 얼음나라 공화국을 만들기에 충분한 자연조건도 한몫했다.
첫해(2003년) 우려 반 기대 반 속에 연 축제는 낯선 산골도시에 20만명이 넘게 찾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불과 4회째인 2006년부터 11년 연속 매년 100만명이 몰리는 구름 인파는 산골 마을의 기적을 입증했다.


축제가 지역경제를 살리는 '굴뚝 없는 공장'의 역할로 교과서에 실리고, 국내 유일의 흑자축제라는 명성까지 얻었다.
국내 축제로 머물러있던 축제는 점차 외국인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발길이 이어졌고, 전 세계인의 글로벌 축제로 가능성을 알렸다.
축제는 2009년 미국 타임스지 홈페이지를 통해 알려진 데 이어 2011년 세계 7대 불가사의로 해외 유력 방송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더했다.
지난해 축제장을 찾은 외국인은 역대 최다인 10만2천여명으로 추산됐다.
외국인 방문객 수에 걸맞게 올해부터는 국내 처음으로 축제장 내부에 면세점을 운영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열리는 시기를 활용, 외국인 전용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올림픽 마스코트와 기념품은 물론 동계올림픽 체험존, 외국인이 선호하는 상품 판매장이 축제장 한편에 만들어졌다.
늘어나는 관광객 수 만큼이나 산골주민의 열정은 더 뜨거워졌다.
단순히 놀고 가는 축제가 아니라 지역 상경기를 지속해서 끌어올리는 전략을 만들었다.
2006년부터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고자 도입한 축제 상품권은 대히트를 했다.


축제 참여 시 지역상가에서 물품을 살 수 있는 상품권을 지급해 농산물 등을 구매하도록 유도했다.
올해 초 열린 축제에서 프로그램 운영 수익금이 20억6천만원으로 이중 상품권 유통 규모만 21만1천여매에 달한다.
열악한 접경지 경제 규모로는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실제로 축제에 직간접으로 참여한 주민의 수입은 쏠쏠했다.
첫 축제 당시 23억원이던 직접적 경제 파급효과는 올해 초 열린 축제에서 970억원으로 불어났다.
매년 축제에 유통되는 상품권은 12억원에 육박한다.
무엇보다 축제 기간 고용되는 주민은 연간 2천500여명에 이르고 있다.
노인들은 축제장을 장식하는 산천어 등(燈)을 1년 내내 만들어 여가 소득을 얻는다.
산골도시의 발상 전환이 사람의 손을 타지 않는 자연을 보물단지로 바꾼 셈이다.
올해는 지역 경기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축제 취지를 살려 야간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했다.
축제장을 찾은 많은 관광객을 도심 화천읍으로 유도해 체류객을 더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축제장 앞 화천읍 거리에 화천 인구수인 2만7천여개의 등을 내거는 등 야간행사를 풍성하게 준비했다.
도심 서화산 터널에는 세계최대 실내얼음조각광장을 조성해 동계올림픽 개최국의 대표 건축물을 얼음조각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화천을 처음 방문한 핀란드 산타 마을의 리얼 산타는 올해 다시 축제장을 찾는다.


축제 기간(12∼14일) 축제장에 머물며 리얼 산타가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주는 '1월의 크리스마스'도 연출한다.
산천어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5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해 2019년에는 글로벌 육성축제로 체급을 한 단계 올렸다.
이제 화천산천어축제는 중국 빙등 축제, 일본 눈꽃축제, 캐나다 윈터카니발과 함께 세계 4대 겨울축제 반열에 올랐다.
해를 거듭할수록 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는 화천군과 주민들의 노력이 올해도 한겨울의 기적을 예고하고 있다.
ha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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