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역사 '아현포차' 운명은…도로공사로 임시철거

입력 2018-04-12 07:00  

30년 역사 '아현포차' 운명은…도로공사로 임시철거
"포장마차 사라진 것은 30여년 만에 처음"…내달 공사완료 후 방안 결정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서울 마포구 아현역 일대의 명물이면서 동시에 논란거리였던 '아현포차'가 잠시나마 완전히 사라졌다.
아현포차 상인과 마포구청 단속반 등 이해당사자들은 다음 달 초까지 주어진 '임시 휴전'을 맞아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12일 마포구청과 서부지역노점상연합(서부노련)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아현포차가 있던 거리의 도로 확장 및 인도 확보 공사가 시작됐다.
이곳은 지하철 2호선 아현역 3번 출구에서 복합체육시설 아현스포렉스 담벼락을 따라 이어지는 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담벼락에 붙어 길게 늘어섰던 가건물 포장마차들 대신 굴착기 등 중장비가 자리를 잡았다.
아현포차는 1980년대 중반부터 하나둘 모인 포장마차들이 자리 잡았던 곳이다. 한때 30개 가까이 됐던 포장마차는 최근 8개만 남아 있었다.
구청과 서부노련 관계자들은 아현스포렉스와 아현초등학교를 따라 이어지는 이 굴레방로에서 포장마차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서부노련 관계자는 "상인 중 제일 오래된 분은 정확히 기억은 못 하시는데 40년 넘게 이곳에 있었다고 한다"며 "2016년 아현초등학교 담벼락의 술 파는 포장마차들이 강제철거된 적은 있어도 모든 포장마차가 없어지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옛 정취를 풍기는 아현포차는 서민들의 오랜 '쉼터'였다. 하지만 왕복 2차선 도로 바로 옆에 있다 보니 교통에 지장을 준 것도 사실이다. 인도가 있어야 할 자리에 들어서다 보니 인근 아현중학교와 아현초등학교 학생들의 통학로가 침해된다는 논란도 있었다.
그러던 중 인근 3천800세대 규모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 입주가 2014년 9월 시작되면서 아현포차 일대를 정비해달라는 민원이 마포구청으로 쏟아졌다.
구청은 지난해 8월부터 이 일대 도로 1개 차로를 늘리고 인도까지 확보하고자 아현포차 철거를 시도해왔다.
구청이 강제철거를 시도하려 하면 아현포차 상인들과 서부노련 회원들이 모여 집행을 막는 갈등이 반복됐다.
100건 넘게 쌓인 주민 민원 앞에 구청과 서부노련은 마침내 '잠정 철거, 공사 진행, 추후 협의'에 동의하고 공사를 시작했다.
구청 관계자는 "포장마차 상인들이 공사에 협조하겠다고 했고, 5월 초나 중순께 공사가 끝나면 다시 협의하기로 했다"며 "저희도 힘보다는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기조"라고 말했다.
서부노련 측도 "보행로 등 공사가 필요한 곳인 것은 맞다"며 "포장마차 상인들의 생존권을 지키면서 주민들과 상생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가 끝난 뒤의 계획에 대해서는 양측 입장이 미묘하게 다르다.
구청은 "(포장마차 재설치에) 원칙적으로는 반대"라며 "다른 장소로 안내해드리려고 하는데 거기서 계속하고 싶다는 분들이 있다. 우리로서는 문제 되지 않게끔 분산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학교 주변 통학로라 주민들이 더욱 예민한 것이 사실"이라며 "제도권 안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서부노련 관계자는 "공사가 끝나고서 원래 터에 포장마차가 들어갈 공간이 있다면 그곳에서 장사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며 "사전에 검토했을 때 충분히 그 정도는 나올 거로 봤다. 예전처럼 넓게 하지는 않고 대폭 축소해서 최소한의 공간으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결론은 공사가 끝나는 5월이 돼야 나온다. 어떻게 되든 예전과 똑같은 아현포차 거리의 모습은 앞으로 찾아볼 수 없을 전망이다.
한 아현동 주민은 "옛날에야 바로 옆이 아현시장이고 하다 보니까 자연스레 포장마차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도시화가 많이 진행됐다"며 "이제는 포장마차도 실내 포장마차처럼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등 환경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j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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