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매진] 충무김밥

입력 2018-09-11 08:01  

[연합이매진] 충무김밥
단출하지만 든든한 한 끼 식사
김밥·오징어무침·무김치의 절묘한 어울림

(통영=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경남 통영의 대표적 향토 음식은 '충무김밥'이다. '통영'의 지명이 '충무'였던 시절에 붙여진 명칭. 일반 김밥과 달리 속을 넣지 않고 맨밥을 김에 말아 싼 음식으로 이 지역 특유의 개성을 잘 살려냈다. 그리고 전국 음식으로 발전해 이제는 어디서나 그 맛을 즐길 수 있다. 충무김밥의 본고장인 통영시 강구안의 김밥 거리를 찾아봤다.




먼저 상차림을 보자. 비교적 단출하다 싶다. 김밥, 오징어무침, 무김치가 삼총사처럼 옹기종기 사이좋게 놓였다. 하얀 밥과 까만 김, 그리고 붉은 반찬이 삼색의 조화를 이룬다. 시각적 아름다움과 미각적 다양성이랄까.
한편으로 보면 땅과 바다의 만남 같기도 하다. 땅과 바다에서 나고 자란 식재료들이 하나의 요리에서 절묘하게 만나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소박한 느낌의 배추 시래깃국이 시립하듯 살짝 놓였다.
배가 고픈 식사 시간이어서 더 그런가. 밥상을 잠시 내려다보던 손님이 침을 꿀꺽 삼키는가 싶더니 길고 가는 나무 꼬챙이로 김밥과 반찬을 차례로 꽂아 입에 넣었다. 그리고 잠시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맛있어요! 역시 음식은 본고장에서 먹는 게 최고입니다!"

◇ 사계절 전국 음식 된 충무김밥

부산, 거제, 여수 등을 오가는 뱃길의 중심지였던 경남 통영. 이곳에 가면 충무김밥 식당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여행객의 발길이 잦은 강구안과 통영항 일대에는 한 집 건너 한 집이 김밥 식당이다 싶을 만큼 많다. 그중 대표적 김밥 거리는 강구안의 통영해안로 일대다. '원조' '3대' '명품' '할매' 등을 간판 문구로 내세운 김밥집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충무김밥이 어떤 매력을 안고 있기에 이처럼 많은 사람이 찾는 걸까?
일반적으로 김밥 하면 주재료인 밥에 단무지, 시금치, 달걀 등의 속 재료를 넣고 김에 싸서 만 뒤 한입 크기로 썰어낸 음식을 말한다. 김밥만으로 다양한 맛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먹기가 편해 소풍 갈 때나 여행할 때 간편식으로 즐겨 먹지만 여러 식재료가 한데 섞인 관계로 쉽게 상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충무김밥은 일반 김밥과 달리 김밥 안에 별도의 식재료를 넣지 않는 게 특징이다. 맨밥만 김에 말아 싼 뒤 엄지손가락 굵기로 잘라 오징어무침, 무김치, 배추 시래깃국과 함께 먹는다. 김밥에 다른 속 재료가 들어가 있지 않아 잘 상하지 않는다. 그만큼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충무김밥이 어떤 연유로 태어났을까?
여러 설이 있지만 그중 하나가 한 부부의 이야기다. 바다로 고기잡이 나가는 남편이 식사도 거른 채 술로 끼니를 대신하는 모습에 아내가 김밥을 만들어줬단다. 밥과 속이 함께 담긴 일반김밥으로, 금방 쉬어서 못 먹게 마련이었다. 이에 밥과 속을 따로 분리해 싸줬더니 더 오랫동안 먹을 수 있어 식사 문제가 거뜬히 해결됐더란다. 이후 다른 어부들도 이 같은 김밥으로 식사와 간식을 해결하게 됐다는 것.
다른 이야기도 전해온다. 가난했던 시절, 지금의 강구안 뱃머리에서 한 할머니가 김밥을 팔고 있었다. 뱃사람들의 시장기를 덜어주는 식사로 적합하다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 김밥은 밥과 반찬이 섞여 있어 금방 상하기 일쑤였다. 이에 할머니는 김밥과 속 재료를 따로 팔기 시작했는데, 맛과 영양, 보관 면에서 뱃사람들은 물론 여행객들에게도 안성맞춤이었다. 이 때문인지 충무김밥은 할매김밥이라고도 한다.
1930년대 무렵에 탄생했다는 충무김밥이 통영의 대표 음식으로 전국화한 계기는 1981년 5월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국풍81'이었다. 통영의 강구안에 있는 '뚱보할매김밥'의 창업주인 어두리(魚斗伊·1995년 타계) 할머니가 이 대규모 문화행사에 충무김밥을 출품해 인기를 끌면서 전국 음식으로 부상했다. 담백한 김밥과 매콤 새콤한 반찬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70여 년 전통을 지닌 이 식당의 가업은 현재 며느리 윤흥석(62) 씨가 2대째 잇고 있다.




◇ 김밥·무김치·오징어무침의 별미

충무김밥은 김밥과 무김치, 오징어무침이 한 세트다. 여기에 따듯한 시래깃국이 추가된다. 만드는 방법을 살펴보자. 먼저 김밥이다. 멥쌀에 약간의 찹쌀을 넣고 씻어 불려 고슬고슬하게 밥을 짓는다. 지어진 맨밥을 식힌 뒤 김에 얹어 돌돌 말고 나서 한 입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다. 다음은 오징어무침. 내장과 껍질을 제거한 오징어를 끓는 물에 넣고 적당히 삶은 다음에 납작하게 썬다. 그리고 오징어, 양파, 파, 깨소금, 참기름, 콩간장, 고춧가루 등을 넣고 버무린다. 무김치는 역시 먹기 알맞은 크기로 무를 어슷하게 썰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멸치젓갈, 마늘 등을 넣어 버무린 뒤 숙성시키면 식감 좋은 무김치 탄생!
배추 시래깃국은 충무김밥의 맛을 한껏 느끼게 하는 데 요긴한 역할을 한다. 멸치의 일종인 띠포리를 우려낸 육수에 배추와 된장을 넣어 다시 끓이면 부드러운 감촉과 따뜻한 온기의 시래깃국이 만들어진다.
김밥과 무김치, 오징어무침, 시래깃국은 각자의 기호에 따라 먹으면 된다. 김과 밥만으로 만들어진 김밥은 맛이 심심하다고 느껴지기 마련인데 매콤 새콤한 무김치와 오징어무침을 먹어주면 맛의 조화가 이뤄진다. 맛이 좀 진하다 싶으면 구수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의 시래깃국으로 다스려주면 그만이다. 뚱보할매김밥의 윤 대표는 "모든 음식이 그렇듯이 충무김밥도 재료와 정성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김과 젓갈 등 모든 식재료를 천연의 국산으로 사용해 성인은 물론 어린이들도 식감 좋게 먹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매력 덕분에 충무김밥은 40년 가까이 전국 음식의 명성과 위상을 지켜오고 있다. 특히 주말이나 휴가철이 되면 통영의 김밥식당들 앞에는 순서를 기다리는 손님들로 붐빈다. 이 중 일부는 식당에서 직접 김밥을 먹지만 손님의 80%가량은 아이스팩 등으로 포장해서 가져간다고 한다. 1인분 가격은 5천500원가량.
가족 여행을 왔다는 손님 정석진(39·전남 영광) 씨는 "통영에 올 때면 꼭 먹어보는 게 충무김밥"이라면서 "담백한 김밥과 시원한 시래깃국의 맛이 참 좋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서울에서 온 임경희(52) 씨는 "20대 때 먹어본 추억을 잊지 못해 이렇게 충무김밥집을 종종 찾는다"며 "김밥 하나를 먹더라도 젓가락이 아닌 꼬챙이로 이렇게 먹으면 왠지 그 맛이 더하는 것 같다"고 얼굴에 미소를 올렸다.




◇ 먹거리·볼거리 풍성한 통영

통영에 가면 충무김밥 외에도 먹거리들이 많아 미식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그중 하나가 밀가루와 팥앙금의 맛이 말 그대로 꿀맛인 꿀빵. 강구안 등 통영 곳곳에는 꿀빵 가게들이 경쟁하듯 늘어서 손님을 부른다. 이와 함께 도다리쑥국, 하모회, 전어회, 물메기탕, 멍게비빔밥 등 해산물도 계절마다 넘쳐난다.
역사문화의 고장인 만큼 둘러볼 만한 관광명소 또한 즐비하다. 삼도수군통제영의 중심건물인 세병관을 비롯한 역사 유적은 물론 한려수도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통영 케이블카가 그렇다. 벽화의 아름다움이 그만인 동피랑 벽화마을과 지역 출신 문화인의 발자취와 숨결을 느껴볼 수 있는 박경리기념관·전혁림미술관·윤이상기념공원·청마문학관도 관광명소 반열에 올라 있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id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