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개 두상은 뭘 말할까…클레이아크 '인간을 위한 흙의 시' 전
한국·영국 작가 휴머니즘 주제 공동전…난민·기아·전쟁 등 인권 문제 다뤄
(김해=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경남 김해시 진례면에 자리 잡은 클레이아크미술관은 김해시가 '세계 최초의 건축도자전문미술관'으로 자랑하는 곳이다.
폭염이 아무리 드세도 아침저녁엔 점차 힘을 잃어가니 마음에 조금 여유를 가지면 가을을 먼저 느낄 수도 있다. 더위에 지친 심신을 추스르고 새 계절을 맞기엔 색다른 미술관을 찾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일반 미술관도 잘 찾질 않는데 도기(陶器)와 자기(磁器), 건축을 주제나 소재로 해 전시회를 계속하는 것 자체가 가능한가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막상 방문해보면 그야말로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다.
도자를 소재로 진지한 주제의 전시부터 일반 회화 전시와 어린이 전용전시관까지 대충 둘러봐도 1시간은 후딱 가고 조금만 알뜰히 감상할라치면 두 시간이 길지 않으리라고 보인다.
미술관이 올해 상반기 기획전으로 준비해 지난 4월 본관 돔 하우스에서 개막한 '휴머니즘-인간을 위한 흙의 시' 전은 아쉽게도 내달 2일 마무리한다.
대작을 놓치지 않으려면 이번 주말밖에 기회가 없는 셈이다.
여름방학 특별전으로 지난달 큐빅하우스에서 개막한 '빛나는 순간' 전과 돔 하우스 1층 어린이를 위한 예술놀이터 키움에서 마련한 '데굴데굴 롤링 그라운드(Rolling Ground)' 전은 오는 11월과 내년 2월까지 계속된다.
'휴머니즘-인간을 위한 흙의 시' 전은 한국-영국 상호 교류의 해를 기념해 휴머니즘을 주제로 작업하는 양국 작가들과 당대 도자 예술 경향을 소개하려고 마련됐다.
한쪽에선 풍요를 누리지만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난민 문제, 인종차별, 기아, 질병, 전쟁, 환경파괴, 강제철거와 해고 등 인권을 위협하는 문제들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고 미술관 측은 말한다.
너무 진지하고 다소 무겁기도 한 것 같지만, 미술관으로 들어서면 금방 엄청난 작품 규모나 의외성 때문에 빠져든다. 흙으로 구운 작품으로 이렇게 전시하니 이런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
돔 하우스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중앙홀에서 가장 먼저 우관호의 '일만 개의 선물'을 만날 수 있다.
둥근 지붕 아래 높은 층고를 활용한 홀 중앙엔 탑 구조물이 있고 주변으로 둥근 구조물이 놓여 있다.
그런데 탑 구조물에는 검게 탄 수만 개의 어린아이 두상(頭像)이 설치돼 있다. 검게 탄 세라믹 소재 아이 머리는 전쟁으로 죽어간 수많은 희생자를 떠올릴 수 있다.
작은 인형이라고 하기엔 너무 표정이 아니다. 작가는 탑과 둥근 구조물에 사용된 약 10만 개의 세라믹 오브제는 지역과 국경, 문화와 인종을 넘어 모든 지구인 사이의 교류와 소통을 추구하고, 이를 통해 인간성 회복과 인류 평화 염원을 담았다고 한다.
특이하게 작가는 미술관 방문자가 다양한 크기의 어린아이 두상과 일본 타누키(너구리)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 하나를 직접 선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관람객이 선물로 받은 작품을 활용, 일상생활이나 연출을 통해 사진을 촬영한 후 작가에게 보내면 작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려 전 세계인과 공유한다.
갤러리 1에 들어서면 이바 마스터만이 영국에서 만든 다양한 형태의 세라믹 오브제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찾아낸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가구, 선반, 기타 도구들과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 새로운 이미지를 표현한다.
그녀의 작품 제목은 '나를 만지고 사용하세요(Touch Me Use Me)'이다.
크리스티 브라운의 '엠비카의 꿈'에선 동물과 인간이 결합한 혼종의 조각들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그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관계성에 주목, 인간의 내면을 동물의 얼굴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갤러리 2에서 클레어 투미는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교환(Exchange)"을 제작했다. 그가 설치한 작품은 1천550개의 커피잔 받침으로 애초 표면에 영국 전역에서 수집한 다양한 선행이 기록된 잔도 있었지만, 이번 전시에는 잔 받침만 전시됐다.
선행 내용은 '친구나 가족에게 편지를 쓰세요', '자선을 위한 마라톤에 참가하세요' 등이다.
석창원은 도자와 회화로 선과 악, 이성과 감성 등 복잡한 인간의 내면세계를 표현한다.
그의 세라믹 오브제에 그려진 섬세한 그림들은 전쟁과 평화, 광기와 순수, 욕망과 도덕이 교차하고 있다.
특히 잘 알려진 남성 연예인의 얼굴에다 여자의 몸을 결합, 현대인의 억압된 욕망과 불완전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혁명을 이뤄 보자는 취지에서 김진·백경원 두 작가가 의기투합해 만든 프로젝트팀 '고사리 레볼루션'은 한국과 영국의 도자 산업을 조사하며 발견한 공통점을 소재로 활용했다.
이들 조사에 따르면, 두 나라 모두 도자 제조업에서 남성보다 여성 노동자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전문 기술직보다는 단순반복 노동자가 더 많았다.
영국 스토크 온 트렌트 도자 공장의 경우 도자 산업이 부흥했을 때, 여성 노동자의 비율이 80% 정도로 높았으나 산업이 쇠락했을 때는 여성 노동자 위주로 대거 해고를 당했다고 한다.
'그림자 노동자 I'은 영국 여성 노동자들의 처우와 현실에 대한 작업으로 도자 장식의 주요 소재인 그리스 로마의 신화 속 인물들을 여성 노동자로 바꿔 노동의 가치를 격상시켰다.
'그림자 노동자 II: 당신의 도구들>은 청주 한국 도자기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로,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장인이지만 이름 없는 노동자로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맹욱재는 '3개의 정원'에서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등으로 동물들이 생매장되는 현실과 인간 중심적 환경에서 생명이 어떤 상황에 직면했는지 보여준다.
b94051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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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국 작가 휴머니즘 주제 공동전…난민·기아·전쟁 등 인권 문제 다뤄
(김해=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경남 김해시 진례면에 자리 잡은 클레이아크미술관은 김해시가 '세계 최초의 건축도자전문미술관'으로 자랑하는 곳이다.
폭염이 아무리 드세도 아침저녁엔 점차 힘을 잃어가니 마음에 조금 여유를 가지면 가을을 먼저 느낄 수도 있다. 더위에 지친 심신을 추스르고 새 계절을 맞기엔 색다른 미술관을 찾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일반 미술관도 잘 찾질 않는데 도기(陶器)와 자기(磁器), 건축을 주제나 소재로 해 전시회를 계속하는 것 자체가 가능한가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막상 방문해보면 그야말로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다.
도자를 소재로 진지한 주제의 전시부터 일반 회화 전시와 어린이 전용전시관까지 대충 둘러봐도 1시간은 후딱 가고 조금만 알뜰히 감상할라치면 두 시간이 길지 않으리라고 보인다.
미술관이 올해 상반기 기획전으로 준비해 지난 4월 본관 돔 하우스에서 개막한 '휴머니즘-인간을 위한 흙의 시' 전은 아쉽게도 내달 2일 마무리한다.
대작을 놓치지 않으려면 이번 주말밖에 기회가 없는 셈이다.
여름방학 특별전으로 지난달 큐빅하우스에서 개막한 '빛나는 순간' 전과 돔 하우스 1층 어린이를 위한 예술놀이터 키움에서 마련한 '데굴데굴 롤링 그라운드(Rolling Ground)' 전은 오는 11월과 내년 2월까지 계속된다.
'휴머니즘-인간을 위한 흙의 시' 전은 한국-영국 상호 교류의 해를 기념해 휴머니즘을 주제로 작업하는 양국 작가들과 당대 도자 예술 경향을 소개하려고 마련됐다.
한쪽에선 풍요를 누리지만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난민 문제, 인종차별, 기아, 질병, 전쟁, 환경파괴, 강제철거와 해고 등 인권을 위협하는 문제들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고 미술관 측은 말한다.
너무 진지하고 다소 무겁기도 한 것 같지만, 미술관으로 들어서면 금방 엄청난 작품 규모나 의외성 때문에 빠져든다. 흙으로 구운 작품으로 이렇게 전시하니 이런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
돔 하우스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중앙홀에서 가장 먼저 우관호의 '일만 개의 선물'을 만날 수 있다.
둥근 지붕 아래 높은 층고를 활용한 홀 중앙엔 탑 구조물이 있고 주변으로 둥근 구조물이 놓여 있다.
그런데 탑 구조물에는 검게 탄 수만 개의 어린아이 두상(頭像)이 설치돼 있다. 검게 탄 세라믹 소재 아이 머리는 전쟁으로 죽어간 수많은 희생자를 떠올릴 수 있다.
작은 인형이라고 하기엔 너무 표정이 아니다. 작가는 탑과 둥근 구조물에 사용된 약 10만 개의 세라믹 오브제는 지역과 국경, 문화와 인종을 넘어 모든 지구인 사이의 교류와 소통을 추구하고, 이를 통해 인간성 회복과 인류 평화 염원을 담았다고 한다.
특이하게 작가는 미술관 방문자가 다양한 크기의 어린아이 두상과 일본 타누키(너구리)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 하나를 직접 선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관람객이 선물로 받은 작품을 활용, 일상생활이나 연출을 통해 사진을 촬영한 후 작가에게 보내면 작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려 전 세계인과 공유한다.
갤러리 1에 들어서면 이바 마스터만이 영국에서 만든 다양한 형태의 세라믹 오브제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찾아낸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가구, 선반, 기타 도구들과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 새로운 이미지를 표현한다.
그녀의 작품 제목은 '나를 만지고 사용하세요(Touch Me Use Me)'이다.
크리스티 브라운의 '엠비카의 꿈'에선 동물과 인간이 결합한 혼종의 조각들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그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관계성에 주목, 인간의 내면을 동물의 얼굴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갤러리 2에서 클레어 투미는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교환(Exchange)"을 제작했다. 그가 설치한 작품은 1천550개의 커피잔 받침으로 애초 표면에 영국 전역에서 수집한 다양한 선행이 기록된 잔도 있었지만, 이번 전시에는 잔 받침만 전시됐다.
선행 내용은 '친구나 가족에게 편지를 쓰세요', '자선을 위한 마라톤에 참가하세요' 등이다.
석창원은 도자와 회화로 선과 악, 이성과 감성 등 복잡한 인간의 내면세계를 표현한다.
그의 세라믹 오브제에 그려진 섬세한 그림들은 전쟁과 평화, 광기와 순수, 욕망과 도덕이 교차하고 있다.
특히 잘 알려진 남성 연예인의 얼굴에다 여자의 몸을 결합, 현대인의 억압된 욕망과 불완전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혁명을 이뤄 보자는 취지에서 김진·백경원 두 작가가 의기투합해 만든 프로젝트팀 '고사리 레볼루션'은 한국과 영국의 도자 산업을 조사하며 발견한 공통점을 소재로 활용했다.
이들 조사에 따르면, 두 나라 모두 도자 제조업에서 남성보다 여성 노동자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전문 기술직보다는 단순반복 노동자가 더 많았다.
영국 스토크 온 트렌트 도자 공장의 경우 도자 산업이 부흥했을 때, 여성 노동자의 비율이 80% 정도로 높았으나 산업이 쇠락했을 때는 여성 노동자 위주로 대거 해고를 당했다고 한다.
'그림자 노동자 I'은 영국 여성 노동자들의 처우와 현실에 대한 작업으로 도자 장식의 주요 소재인 그리스 로마의 신화 속 인물들을 여성 노동자로 바꿔 노동의 가치를 격상시켰다.
'그림자 노동자 II: 당신의 도구들>은 청주 한국 도자기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로,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장인이지만 이름 없는 노동자로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맹욱재는 '3개의 정원'에서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등으로 동물들이 생매장되는 현실과 인간 중심적 환경에서 생명이 어떤 상황에 직면했는지 보여준다.
b94051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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