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북초청에 긍정 응답…北 종교자유 확대 계기되나

입력 2018-10-18 20:56   수정 2018-10-18 21:08

교황, 방북초청에 긍정 응답…北 종교자유 확대 계기되나
北 과거 수차례 교황방북 추진…北-교황청 관계 '새 전기'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으면서 교황의 첫 방북 성사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교황청을 공식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으로부터 공식 방북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말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긍정적 '응답'은 지난 30여년간 조심스럽게 접근을 모색해 온 북한과 교황청의 관계에 '중대 전기'가 될 전망이다.
북한과 교황청은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 않지만, 북한은 선대 지도자인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 이미 여러 차례 교황의 방북을 추진해 왔다.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 공사의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에 따르면 북한은 과거 공산권 붕괴의 파고 속에서 외교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교황청과의 접촉을 모색했다.
1991년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외무성에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북을 성사시키기 위한 '상무조'(TF)를 편성한 것이다.
2000년에는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교황의 방북을 초청하면 좋겠다'고 제의했고, 김 위원장도 이에 동의했다. 북한의 교황 초청 의사는 이후 교황청에도 공식 접수됐다.
교황 방북이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교황청 대표단이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하는 등 양측 사이의 교류도 이어졌다.
교황청은 1987년 평양에서 개최된 비동맹 특별각료회의에 당시 서울대교구 소속이던 장익 주교가 포함된 대표단을 파견했다.
이어 1998년과 2000년 밀리오레 몬시뇰 당시 교황청 외무차관을 북한에 보내 인도적 지원을 협의했는데, 당시 북한은 교황청과 수교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선출됐을 때 북한은 장재언(사무엘) 당시 조선카톨릭교협회 중앙위원장 명의로 "교황님의 사목활동에서 긍정적인 성과가 있기를 축원한다"는 내용의 축전을 보내는 등 교류의 끈을 이어갔다.
그러나 지금까지 교황 방북이나 수교 등 근본적 관계 진전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결국 실질적인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북한의 체제 한계 때문이었다.

북한은 사회주의 헌법 제68조에서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종교 시설도 두고 있다.
미국 국무부가 발간한 '2017년 국제종교자유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02년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자국 내 가톨릭 신자가 800명이라고 보고하기도 했다. 비밀 신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유일 지배체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해 주민의 종교 활동을 강력히 제한해온 것이 사실이다.
1991년 교황 초청 상무조의 일원이었던 태영호 전 공사는 당시 상무조에 함께 참여한 노동당 통일전선사업부 관계자들이 "교황이 다녀가면 천주교 신자가 무섭게 늘어날 텐데 누가 책임을 지겠는가"라며 소극적 태도를 보였고, 결국 상무조가 두 달만에 해산됐다고 저서에서 전했다.
북한은 실제 천주교 신자인 할머니를 찾아내 바티칸에 데리고 간 적도 있지만, 그의 신앙은 오히려 노동당이 종교의 '무서움'을 절감한 계기가 됐다고 태 전 공사는 밝히고 있다.

북한의 천주교 성당도 1988년 평양시 선교구역에 건립된 장충성당이 유일하다.
수용인원 200여 명으로 알려진 장충성당에서는 기본적 종교 의식이 이뤄지고 방북한 사제들이 이곳에서 미사를 집전하기도 했지만, 교황청이 인정한 사제는 상주하지 않는다.
이런 그동안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교황청의 대북관계 개선 및 한반도 평화 기여 의지가 그만큼 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동시에 교황의 방북이 실제 성사된다면 종교 자유 확대를 비롯한 북한의 개방 확대에 중요한 전기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교황 방북을 위한 북한과 교황청의 교섭이 본격화된다면 이 과정에서 북한도 대외적 시선을 의식해 종교 자유나 인권개선과 관련된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언급한 '공식' 방북 초청장을 앞으로 북한이 교황청에 언제, 어떻게 전달할지도 관심이다.
북한과 교황청의 교섭 가능성과 관련, 일각에서는 과거 북한의 가톨릭 교류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리종혁 조국통일연구원장이 국제의회연맹(IPU) 총회 참석차 스위스 제네바에 체류중인 것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kimhyo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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