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열풍] ① '여기도, 저기도' 한반도 뒤덮은 핑크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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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10-27 08:35  

[핑크 열풍] ① '여기도, 저기도' 한반도 뒤덮은 핑크뮬리

[핑크 열풍] ① '여기도, 저기도' 한반도 뒤덮은 핑크뮬리
화려한 서양 억새, 제주서 서울까지 3년 만에 한반도 점령
'관광객 유치에 딱 맞아' 전국 지자체 앞다퉈 군락지 조성

[※ 편집자 주(가안) = 가을 진객인 '단풍'이 올해도 곱고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근데 단풍 못지않은 인기 절정의 새로운 가을 풍광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핑크 물결입니다. 불과 수년 전 제주 한 생태공원에서 처음 선보였던 핑크뮬리가 거침없는 기세로 북상하더니 올가을 거의 한반도를 점령한 모양새입니다. 핑크 열풍이 거세지면서 한편에서는 '이렇게 많이 심어도 되나'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아직 검증이 안 된 외래종이라는 겁니다. 연합뉴스는 전국의 핫한 핑크빛 현장을 찾아보고, 급작스러운 유행과 확산을 둘러싼 문제점은 없는지 전문가에게 들어봅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전국을 뒤덮은 분홍 억새 '핑크뮬리' 열풍이 거세다.
'가을의 대명사=코스모스'라는 공식마저 이제는 옛말처럼 보일 정도다.
미국이 주산지인 서양 억새 핑크뮬리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름조차 생소한 식물이었다.

◇ 불과 수년 전 제주서 첫선…무서운 속도로 확산
단군 이래 외래식물이 이처럼 짧은 시간에 한반도 전역으로 확산한 사례가 또 있을까.
핑크뮬리가 대중의 관심을 본격적으로 끌기 시작한 건 3년 전 제주에서였다.
제주에서는 모 레스토랑과 교회가 2014년 핑크뮬리를 처음 심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도내 한 생태공원이 2015년 포토존 형태로 핑크뮬리를 조성하면서 부쩍 유명해졌다.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한 사진이 SNS에 퍼지며 입소문을 타자 핑크뮬리는 무섭게 한반도를 점령했다.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거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핑크뮬리 군락지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2016년 초 전남 순천시 순천만국가정원은 비오톱 습지에 핑크뮬리를 심었다.
4천㎡에 피어난 3만6천본 핑크뮬리는 매년 9월 하순이면 핑크빛으로 물들어 관광객을 유혹했다.
주말에는 8만명이 넘게 습지를 찾아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등 연일 성황을 이루고 있다.
순천시 관계자는 "화려하지 않고 수수한 핑크뮬리가 한국인 정서에도 맞는 것으로 보여 핑크뮬리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관광객 유치에 딱이야' 지자체마다 대규모 군락지 조성
경북 경주시는 지난해 처음 첨성대 인근 동부사적지 빈 땅 840㎡에 핑크뮬리를 심었다.
첨성대나 대형 고분을 배경으로 핀 핑크뮬리를 보려고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이에 시는 올해 핑크뮬리 군락지 면적을 4천170㎡으로 5배가량 늘렸다.
최희열(40·대구)씨는 "최근 주말에 경주 동부사적지를 들렀는데 핑크뮬리보다 사람이 많다고 느낄 정도였다"라고 밝혔다.
핑크뮬리가 드넓게 펼쳐진 부산 낙동강 대저생태공원에도 주말 하루 평균 6천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가고 있다.
이에 낙동강 관리본부는 지난해 1천350㎡ 규모의 군락지를 올해 6천350㎡으로 크게 늘렸다.
지금 을숙도에는 자생억새가 자라던 곳을 이 서양억새 핑크뮬리가 상당 부분 대신하고 있다.



경기 양주시는 지난해 9월 처음으로 나리공원에 8천㎡ 규모 핑크뮬리 꽃밭을 조성했다.
역시 관광객에게 큰 인기를 얻어 올해는 1만6천500㎡로 식재 면적을 넓혔다.
나리공원이 올해 유료로 전환됐음에도 핑크뮬리 덕에 관광객이 끊이지 않자 시는 내년에도 핑크뮬리를 선보이기로 했다.
이 밖에 전북 남원 한 작은 마을(신생마을 1만㎡)에도, 대전 강변(금강변 1만㎡)에도 핑크뮬리가 속속 들어섰다.

◇ 거침없는 북상…서울도 접수했다
올해는 서울까지 접수했다. 상암 하늘공원, 잠원 한강공원은 벌써 사진 명소로 떠올랐다.
실제 2014년 4천500㎡에 불과하던 핑크뮬리 조성 면적은 이같은 열풍을 타고 올해 10만㎡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핑크뮬리가 관광객 유치의 일등공신으로 자리 잡았음에도 일부 자치단체는 조성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해성 검증이 안 된 외래종이라는 이유에서다. 강원도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조성을 검토했지만, 기온이 급강하하는 지역 특성에 맞지 않고 또 다른 외래식물처럼 무서운 속도로 번질 경우 고유 식물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해 심지 않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경남도의 한 관계자는 "외래종인 만큼 관광 목적으로 심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식재를 권장하는 식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손형주 손대성 강종구 임채두 우영식 김근주 형민우 박병기 이우성 박주영 김선경 기자)
ks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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