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로 변한 '파라다이스'…산불이 집어삼킨 美산간마을의 비극

입력 2018-11-11 08:27   수정 2018-11-11 12:14

폐허로 변한 '파라다이스'…산불이 집어삼킨 美산간마을의 비극
북가주 휩쓴 캠프파이어에 마을 전체 전소…벽돌 빼고 남은 것 없어
도로 좁아 미처 피신못한 주민 9명 사망…노년층 많아 피해 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북동쪽으로 290㎞ 떨어진 시에라네바다산맥 산자락의 산간마을 파라다이스(Paradise).
뷰트 카운티에 속한 파라다이스 마을은 '낙원'을 뜻하는 이름만큼이나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에 자리 잡고 있다.


1800년대부터 조성된 이 마을은 동쪽으로는 플러머스 국유림, 남쪽으로 오로빌 호수가 있는 캘리포니아의 전형적인 전원 타운이다.
서부개척시대 전통을 간직한 골드 너깃 뮤지엄이 타운에 있는 거의 유일한 볼거리다.
올드타운 중심부에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병원과 운전면허시험장, 마트와 모텔 몇 곳이 전부다.
주민 수는 2만7천여 명. 은퇴자와 노년층이 많이 살고 일 년 내내 골드너깃 퀸 선발대회 외에는 별다른 행사조차 없는 조용하기 그지없는 마을이다.

지난 8일 오후 이곳이 갑자기 성난 불길에 휩싸였다.
캠프파이어로 명명된 대형산불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기 시작한 건조하고 강한 샌타애나 강풍을 타고 마을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시속 80~100㎞의 강풍에 가공할 위력의 에너지를 얻은 산불은 순식간에 주택가와 시가지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마을 곳곳에서 프로판가스통이 폭발하면서 불기둥이 치솟았고 전봇대가 쓰러졌다.
넘어진 전신주에서 스파크가 튀고 나무에 옮겨붙으면서 불이 더 번졌다.
주민들은 미처 생필품을 챙길 틈도 없이 차를 타고 피신했다.
그러나 이 마을의 주요 도로가 191번 도로인 클라크로드 하나 뿐인 데다 나머지 작은 산길은 불길에 휩싸이면서 차량 통행이 불가능해졌다.


차가 가로막히자 몇몇 가족은 뛰어서 불길 속을 헤치고 피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년층이 많은 데다 장애인들도 있어서 피신이 쉽지 않았다.
뷰트 카운티 경찰국의 코리 호네아 국장은 "가장 생각하기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만 주민 9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4명은 불길에 휩싸여 전소한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한 명은 차량 바로 옆에서, 다른 3명은 집 밖에서 발견됐다.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주민도 한 명 있었다.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의 주민도 30여 명에 달해 인명 피해가 늘 것으로 경찰은 우려하고 있다.
10일 불길이 어느 정도 잡힌 파라다이스 마을은 주택가와 시가지 전역이 폐허로 변한 상태였다고 현지 방송은 전했다.
AP통신은 '잃어버린 파라다이스'라며 "버려진 차량과 불타고 남은 앙상한 주택 뼈대 외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상공에서는 두꺼운 연기구름이 자욱하게 덮여있고 곳곳에는 여전히 잔불이 타오르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 한 주민은 AP에 "차 문을 닫는 순간 화기가 옆으로 확 들어오느 걸 느낄 정도였다. 거센 불길이 이 집에서 저 집으로 넘나들며 휩쓸듯이 지나갔고 도로 위를 넘나들었다"고 말했다.
마을 중심가 쇼핑센터도 완전히 전소해 남은 것이라곤 자갈과 타다남은 벽돌뿐이라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이 마을은 2008년에도 큰 산불이 나면서 가옥 여러 채가 불에 탔다.
이번에는 피해가 상상할 초월할 정도다.

뷰트 카운티 전체에서 가옥 6천400여 채와 건물 200여 동이 전소했다. 대부분이 파라다이스 마을에 집중됐다.
캘리포니아 재난당국 관계자는 현지방송에 "마을이 파괴된 상황이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라며 "주민들에게 위로할 말을 찾지 못하겠다"라고 말했다.
파라다이스 마을 카운슬 멤버인 멜리사 슈스터는 AP통신에 "이곳은 파라다이스다. 과거에도 항상 파라다이스였다. 우리가 다시 이곳을 재건할 것"이라고 말했다.


oakchu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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