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정 역사교과서, 유구한 역사·공산당 역할 강조"

입력 2019-01-13 11:07  

"중국 국정 역사교과서, 유구한 역사·공산당 역할 강조"
김유리 전북대 교수, 중학교 '중국역사' 교과서 분석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중국 정부가 30년 만에 검정제에서 국정제로 전환해 내놓은 역사교과서가 중화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공산당 지도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기술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유리 전북대 교수는 중국 교육부가 2017년 9월 전국 공립 초등학교와 초급 중학교에서 사용하도록 공포한 국정교과서 중 인민교육출판사 간행 7∼8학년 '중국역사'(中國歷史)를 분석해 중국 고대사 기원을 기존보다 앞선 시기로 소급하고 중화민족의 단결에 관한 내용을 강화했다고 13일 밝혔다.
김 교수는 역사교육연구회가 펴내는 학술지 '역사교육'에 게재한 논문 '국정제로 회귀한 중국의 중학교 역사교과서 분석'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 근거가 된 2011년 '의무교육역사과정표준'(이하 역사과정표준)과 이전 교과서, '중국역사'를 비교했다.
그는 중국 고대사 기원과 관련해 국정교과서가 염제(炎帝)와 황제(黃帝), 우(禹)임금 전설을 고고학 발굴과 연결해 마치 역사사실처럼 인식하도록 서술했다고 지적했다.
역사과정표준은 역사 이전 시기 학업 목표에 대해 "황제와 염제의 전설 고사를 알고, 전설과 신화에 포함된 역사정보를 이해한다"고 했으나, 국정교과서는 "염제와 황제의 전설은 당시 사회발전 수준을 반영한다. 고고학자들이 허난성, 산시(陝西)성 등지에서 발견한 각종 유적은 사회발전 수준을 확인해준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정교과서는 우임금에 대한 설명에서 '전설에 의하면'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약 기원전 2070년에 우임금이 부락연맹 국면을 정리하고 하왕조를 세웠다고 서술해 중학생들이 우임금을 사실(史實)로 인식할 확률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정교과서는 오늘날 중국 영토에 거주한 민족은 중화민족 일부이고, 현재와 과거 중국 영토 범위가 같다는 '통일다민족국가론'에 대한 기술도 강화했다.
김 교수는 "'중국역사'는 전쟁과 분열이 없던 통일다민족국가와 민족대단결이라는 내러티브를 만들어냈다"며 "민족단결에 부합하는 내용은 그대로 남기거나 내용을 추가했고, 그렇지 않은 내용은 통째로 삭제했다"고 역설했다.
이어 "티베트는 청대가 아니라 '원대부터 중앙정부의 직할된 지방행정정부'였다고 서술했다"며 "역사상 한번 통치했거나 군인 관리 등을 파견해 다스린 적이 있으면, 모두 중국 영토가 되는 통일다민족국가론에 입각한 '서장항목'(西藏項目)의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국정교과서는 근대사 분량을 늘린 점도 특징으로, 항일전쟁에 관한 서술이 특히 증가했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지시에 따라 공산당 항일전쟁 기간이 8년에서 14년으로 수정됐다"며 "역사과정표준에 없던 '14년 항전'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공산당 역할을 극적으로 부각하고, 국민당이 아닌 공산당 집권이 당연하다는 정당성을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문화대혁명의 위해(危害)와 교훈을 논하도록 한 역사과정표준과 달리 마오쩌둥(毛澤東)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문화대혁명에도 불구하고 공산당 지도 아래 사회주의 건설의 성취는 컸다고 서술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공산당이 국정교과서로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당의 지도력을 약화하는 모든 언행과 투쟁하라'는 것"이라며 "국정교과서는 당과 국가의 의지를 체현하는 '유사법정교재'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역사'가 이처럼 공산당 중심 단결을 호소한 배경에는 공산당과 중국 정부에 대한 이탈과 반발이 작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휴대전화를 지닌 중국 학생들이 중국 정부가 제시하는 단 하나의 역사책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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