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지역경제] 부활 기지캐 켜는 전북의 골목 상권

입력 2019-03-03 08:00  

[통통 지역경제] 부활 기지캐 켜는 전북의 골목 상권
지자체 지원·문화 품은 골목·상생하는 중소상인…"인파 몰려" ·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밤 9시면 불이 꺼져 외출하기조차 겁 났던 골목이 인파로 떠들썩합니다."

경기침체와 대형할인마트 등장 등으로 적막감이 감돌았던 전북에서 골목상권 부활의 기지개가 켜지고 있다.
아직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긴 하지만 이 같은 새로운 흐름에는 지자체의 재정 지원과 사업 노하우 전수 노력 등이 한몫했다. 중소상인들의 적극적 참여를 통해 골목마다 개성 있는 문화를 입힌 것도 상권 활성화의 요인이 됐다.
대형마트의 둘째·넷째 주 일요일 휴무제를 실시하고 영업시간을 자정까지로 제한한 것은 전주시가 효시였다. 민생의 모세혈관인 골목상권을 위해서다.
지난 2012년 전주시의회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골목상권을 마구잡이로 침탈한다"며 지방자치단체로선 규제 조례를 첫 제정했고,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해 지금에 이른 것이다.

전주시는 골목상권의 대표적 업종인 슈퍼마켓과 동네 빵집 살리기에도 전력했다.
시는 SSM 등에 맞설 수 있도록 나들가게로 전환한 동네 슈퍼들에 대해 진열대와 냉장고 설치비를 점포당 30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나들가게는 쇼핑환경과 가격·위생·서비스·정보화 등에서 경쟁력을 갖춘 우수 점포로, 정이 있어 내 집같이 편하고 나들이하는 마음으로 갈 수 있도록 한 가게를 말한다.
시는 대형 프랜차이즈에 맞선 공동전선 구축을 위해 2015년 '동네빵집 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했다.
전주 빵집 1호인 '동그라미 제과'의 폐점이 도화선이 됐다.
동네 빵집 살리기에는 다른 업종 상인들도 동참했다.
고사 위기의 빵집이 곧 자신들의 미래일 수 있다는 동병상련의 마음에서다.
전주시 중앙동과 고사동 일대의 구도심 상가들은 '동네 빵집을 이용하자'는 홍보물을 돌리고 '케이크는 토종 빵집에서 사자'는 현수막도 내걸었다.
여기에는 지역 시민단체인 전북참여자치시민연대와 옷, 화장품, 신발 등을 취급하는 220여개 점포가 참여했다.
'내 코가 석자'인 중소상인이 내 일처럼 나선 것은 거대 자본의 골목상권 잠식 실태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업종이 토종 빵집이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전주시 제과협회는 이의 보답으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대신 지역 상가에서 물건을 사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등 업종 간 상생이 꽃을 피우면서 이들 모두 매출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군산시 개복동·영화동·장미동 등 대표적 구도심엔 '시간 여행'이라는 문화체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개항 120년을 맞는 군산은 근대역사박물관, 일본식 가옥과 사찰, 대한제국 당시 지어진 군산세관 등 서양의 문물과 일제강점기 수탈의 역사를 지닌 곳이다.
군산시가 이런 근대문화유산을 역사문화 콘텐츠로 개발하고 70개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골목상권도 그 바람을 타고 있다.
특히 야로(밤에 걷는 문화유산 거리), 야사(역사 이야기), 야설(밤 문화공연), 야경(밤 풍경), 야식(밤 먹거리), 야숙(문화재에서 하룻밤), 야시(밤 문화장터), 야화(밤 풍경) 등 야간 프로그램에는 주말마다 수천 명씩 참여한다.

'동네 문화카페'도 주목받고 있다.
주말이나 야간에도 카페나 식당, 문구점 등 동네 어디에나 있는 소상공인 가게에서 기타, 춤 등으로 흥을 돋우고 컴퓨터나 인문학, 영어, 홈 베이킹 등을 배울 수 있다.
골목 상가 270여곳에서 300여개의 강좌를 운영, 2천500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덕분에 수백명의 강사 일자리가 생겼고, 야간이나 주말에 텅 비어 있던 상가도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시민·상인·구직자 모두가 만족하는 상생 모델로 자리 잡았다.
기초단체와 별도로 전북도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민생현장 솔루션 팀'을 운영하고 있다
자금지원, 경영·법률상담 등을 통해 전통시장과 골목 상가 등의 소규모 자영업자를 돕기 위한 것이다.
이 사업은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 상담위원들이 현장에서 각종 고충을 해결해주는 것으로, 전북도 경제통상진흥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광주·호남본부, 중소기업중앙회 전북본부, 전북신용보증재단, 전북도 서민금융복지센터 등 8개 기관이 힘을 보탰다.
법률, 임대차계약, 세무, 고용·노동, 지적 재산권, 홍보마케팅, 상품개발, 디자인, 시설현대화,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설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대일 밀착 지원서비스를 한다.

이처럼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여러 방안이 추진되고 있으나 중요한 것은 영세상인들의 자생력 확보다.
유망업종을 특화 마케팅하거나 골목 플리마켓 개최, 사업환경 개선 등 자구책이 성공의 핵심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조지훈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은 "서민경제 기반을 붕괴시키는 골목상권 쇠퇴를 막기 위해선 지자체와 시민사회, 영세상인들의 유기적 결합이 필요하나 정부와 지자체 지원엔 한계가 있는 만큼 영세상인들 스스로 생존을 위한 다양한 틈새 전략을 짜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ich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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