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탈리아 대통령 정상회담…"일대일로 통해 협력 강화"(종합)

입력 2019-03-23 02:39  

시진핑-이탈리아 대통령 정상회담…"일대일로 통해 협력 강화"(종합)
유럽 순방 일정 본격 돌입…시진핑 "일방 아닌 쌍방향 교역·투자 원해"
中 세력확장 견제하는 서방 의식한 듯…일대일로 양해각서는 23일 체결 예정
시 주석, '왕족급' 융숭한 대접받아…중국, 70억 유로 상당 '선물 보따리' 풀 듯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서방의 핵심 일원인 이탈리아가 중국과 밀착 관계를 형성하려는 조짐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이탈리아 공식 방문 일정에 본격 돌입했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로마 중심가에 위치한 대통령궁 퀴리날레에서 시진핑 주석을 접견하고, 양국의 상호 협력과 우의 증진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모나코, 프랑스로 이어지는 유럽 순방길에 나선 시 주석은 전날 저녁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함께 전용기 편으로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매개로 양국이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양국의 (일대일로) 양해각서 서명은 두 나라 사업체 사이의 협력 증강을 위한 기본 틀과 관련한 것"이라며 "시 주석의 이번 방문으로 양국의 협력이 확고부동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전날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이탈리아는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과 투명하게 경제 협력을 할 것이라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이탈리아는 중국의 확장 정책을 견제하는 서방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요 7개국(G7) 가운데 처음으로 '현대판 실크로드'로 불리는 일대일로에 참여하려 하고 있다.
양국은 시 주석의 이탈리아 방문 사흘째인 23일 일대일로 양해각서(MOU)에 서명할 예정이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뒤 양국의 정상회담이 유익했고, 광범위한 합의를 도출했다고 평가하면서 "이탈리아와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인프라, 항만, 물류, 해상 교통 분야에서 일련의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구축할 수 있도록 상호 협력을 강화하려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고대 동서양 문물이 교류하던 '실크로드'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양국은 교역과 투자 협력을 심화시킴으로써 실크로드의 정신을 되살리길 원한다"며 "인류 진보의 결실을 더 효율적으로 공유하려면 과거 동서양을 잇던 실크로드를 새롭게 부활시킬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이탈리아와 중국 사이에는 근본적인 이해 충돌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중국은 이탈리아와 일방적인 것이 아닌, 쌍방향의 교역·투자 관계를 원한다"고 밝혔다.



마타렐라 대통령도 "양국의 교역은 일방적인 것이 아닌, 양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공정한 경쟁, 지적 재산권의 존중, 가짜 상품에의 대처 등의 조치도 수반돼야 한다"고 답했다.
양국 정상의 이 같은 발언은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에 대한 서방의 우려를 의식한 계산된 발언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는 "중국의 '헛된'(vanity) 인프라 프로젝트에 합법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일대일로가 궁극적으로 중국과 중국 회사들만 살찌우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탈리아가 서방의 단일 대오에서 이탈하려 하는 것을 못마땅해 하고 있다.
서방은 또한,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는 이탈리아의 전략 산업과 기술, 민감한 정보뿐 아니라, 유럽으로 향하는 교두보가 될 항구들을 중국에 내줌으로써 서방으로 세력을 넓히려는 중국의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은 이날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이탈리아의 우호적인 상호 관계가 국제사회 전체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세계는 현재 격변기에 놓여 있다"며 "중국과 이탈리아는 평화를 지키고, 발전을 촉진하는 중요한 두 세력이다. 중국은 공정함과 상호 존중, 정의의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이탈리아와 협력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탈리아가 중국과 무조건 밀월관계를 형성하려는 것은 아니란 것을 서방에 보여주려는 듯, 중국의 인권 문제도 거론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인권 보호의 중요성을 위해 EU와 중국이 계속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으나, 중국의 인권 위반 사례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지난 13일 펴낸 '2018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중국의 인권정책을 비판하면서 중국이 신장 위구르 수용소에 구금한 이슬람 신자 등이 200만명을 넘을 수도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이밖에, 두 정상은 양국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자매 결연을 추진하는 등 문화적인 협력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탈리아와 중국은 각각 보유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수에서 세계 1, 2위를 달리고 있다.
이탈리아는 아울러 일대일로 MOU 체결 외에 이번 시 주석의 방문 기간에 북동부 트리에스테 항구, 북서부 제노바 항구를 개방하는 합의 등을 포함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총 70억 유로(약 9조원)에 달하는 거래를 성사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적인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는 중국과의 무역을 활성화하고, 중국으로부터의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일대일로를 매개로 중국과 다각적인 경제 협력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연립정부 내 모든 세력이 일대일로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이 이끄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은 일대일로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반면, 극우성향의 정당 '동맹'의 대표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중국과의 밀착이 국가 안보를 해치고, 이탈리아를 중국 자본에 종속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온도차가 존재한다.



한편, 현지 언론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이날 기마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대통령궁에 도착한 시 주석이 이탈리아로부터 왕족에 준하는 의전을 받았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시 주석은 저녁에는 중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시각장애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의 노래가 곁들여진 화려한 국빈 만찬에 참여하는 등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시 주석은 23일에는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만나 일대일로 MOU에 서명함으로써, 이번 유럽 방문의 '화룡점정'을 찍을 예정이다.
이후 이탈리아 남부의 섬 시칠리아에서 시간을 보낸 후 오는 24일 비행기편으로 두 번째 순방지인 모나코로 이동한다.
관심을 끌었던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면담은 이번에는 성사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중국 내 가톨릭 주교의 임명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 온 양측은 약 10년의 협상 끝에 작년 10월 이 문제에 대한 잠정 합의에 도달하는 등 관계가 개선되고 있어, 시 주석이 이번 로마 방문 길에 교황청을 들르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됐다.
하지만, 교황청이 중국이 자국의 일부로 여기고 있는 대만과 수교하고 있고, 중국과는 정식 외교 관계가 없는 상황이라 프란치스코 교황과 시 주석의 만남이 현실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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