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진 "예술계에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음을 알아봐달라"

입력 2019-04-03 16:30  

제임스 진 "예술계에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음을 알아봐달라"
만화풍 몽환적 그림 그리는 대만계 미국 작가, 롯데뮤지엄 개인전
DC코믹스 표지·프라다 등 협업으로 명성…대형 신작 9점 비롯해 500여점 전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4일부터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내 롯데뮤지엄(LMoA)에서 제임스 진 개인전 '끝없는 여정'이 열린다.
진은 1979년 대만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갔으며, 일러스트레이터로 출발한 현대 미술가. 온라인에서 '제임스 진'을 검색하면 청바지 이미지가 대거 뜰 정도로 아직 국내 인지도가 낮다. 지난해 1월 개관한 롯데뮤지엄이 댄 플래빈, 알렉스 카츠, 케니 샤프 등 거장이라 할 작고·원로 작가를 소개한 점을 생각하면 의외의 선택이다.
3일 작가와 함께 찾은 전시장은 이러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자리였다. 한국 전시를 맞아 제작한 대형 회화 9점을 비롯해 500여점이 미술관 곳곳에 걸렸다.
입구에 놓인 대형 회화 '디센던츠-블루 우드'(2019)에서는 소년들이 구름과 꽃으로 가득 찬 하늘을 떠다니는 중이었다. "전시를 제안받은 뒤 롯데월드타워를 방문했는데, 건물이 너무 높아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어릴 적 읽은 '잭과 콩나무' 동화가 생각났고, 구름 위를 떠다니는 소년의 이미지로 연결됐죠."



몽환적인 만화풍의 진 작업에서는 일본 망가와 서구 그래픽 노블, 동양 서예 흔적이 함께 보인다. 진은 "짐 리(한국계 미국인 만화가)는 제 어릴 적 우상이었고, 일본 만화 중에서는 아키라 영향을 많이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어릴 적 뉴욕 도서관에서 사진 자료를 자주 들여다보곤 했어요. 새로운 자료가 올 때마다 비교·대조했는데, 문명이라는 건 처음에는 비슷하지만 각기 다르게 내러티브를 갖고 발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드로잉 수십 점은 감탄이 절로 나오는 유려한 선과 세밀한 묘사가 부단한 노력 덕분임을 보여준다. 작가는 대학 시절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수시로 들러 오귀스트 로댕, 에드가르 드가, 프란시스코 고야 등 거장 작업을 수년간 연구했다.
졸업 후 DC코믹스 버티고에서 출간하는 만화 '페이블즈' 80여편 표지를 만든 경험도 큰 자산이 됐다. 작가는 코믹북 표지 작업으로 만화계 권위 있는 상인 아이스너 어워즈를 6년 연속 수상했다. 작가는 남들보다 유난히 뭉툭한 오른손 중지를 보여주면서 "드로잉할 때는 중지의 튀어나온 부분이 더 커진다"라고 말했다.
다른 작업에서는 쉽사리 발견하기 어려운 독특한 색감도 관객을 끌어당기는 요소다. 작가는 "그림 속 대상들이 생동감 있게 움직이길 원하기에 색을 선택하고 배치하는 것에 매우 많은 시간을 들인다"라고 강조했다.


프라다 등 수많은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주목받은 작가는 2008년 무렵부터 세계 각국에서 개인전과 그룹전을 잇따라 열며 미술가로도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이미지만으로도 매혹적이지만, 그림에 숨겨진 은유와 상징을 찾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작업은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문제부터 전통을 잃어버린 중국, 서로 불신하는 사회 등 다양한 현실을 반영한다.
미술관은 '무라카미 다카시가 극찬한 작가'로 제임스 진을 홍보했지만, 진을 일본 팝아티스트 다카시와 묶기는 어렵다. 자신만의 길을 닦아가는 작가는 "예술계에 새로운 세대와 새로운 경향이 등장했음을 이번 관람객들이 봐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9월 1일까지.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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