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英식민통치 시기 민간인 학살 100주년 맞아…"사죄 요구"

입력 2019-04-13 11:29  

인도, 英식민통치 시기 민간인 학살 100주년 맞아…"사죄 요구"
영국, "부끄러운 상처" 유감 표명했지만 공식 사과는 안 해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대영제국 최악의 만행 중 하나로 꼽히는 인도 암리차르 학살 사건이 13일로 100주년을 맞았다.
1919년 4월 13일 인도 북부 펀자브주 암리차르 중심가 잘리안왈라 바그 광장에서는 반영(反英) 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영장 없는 체포 등을 허용한 롤럿법에 의해 체포된 민족지도자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영국령 인도군은 이에 앞서 집회 금지령을 내렸지만, 시민 대다수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날은 시크교도들의 바이사키(Baisakhi) 축제가 열리는 날이었기에 광장에는 시위와 무관한 일반 시민들도 다수 모여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영국령 인도군은 비무장한 군중에게 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식민당국은 이 사건으로 379명이 숨졌다고 기록했지만, 인도 전문가들은 사망자만 1천명에 육박한다고 주장한다.
영국은 이후 100년이 지나도록 해당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AFP 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2013년 암리차르를 방문해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지만 사과는 하지 않았다.
1997년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암리차르를 찾아 헌화했으나, 인도 측이 암리차르 학살의 사상자 수를 "대단히 과장했다"는 남편 필립 공의 발언 때문에 오히려 논란만 증폭됐다.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번 주 하원에서 암리차르 학살이 "영국령 인도 역사의 부끄러운 상처"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암리차르에서)벌어진 일과 그로 인해 초래된 고통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지만, 역시 명시적인 사과는 피했다.
이와 관련해 아마린더 싱 펀자브주 수석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메이 총리의 발언은 충분한 사과가 될 수 없다면서 "엄청난 만행"이 벌어졌던 만큼 "명백하고 공식적인 사과"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싱 수석장관은 암리차르 시내에서 학살 100주년을 앞두고 12일 밤 수천 명이 촛불 행진을 벌였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인도 야권을 대표하는 거물급 정치지도자인 라훌 간디 인도국민회의(INC) 총재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열릴 예정인 추모식에 영국 측 대표가 참석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인도 언론들은 1919년 당시 영국 육군상으로 재직 중이었던 윈스턴 처칠 전 총리마저 "극악무도(monstrous)하다"고 표현했던 암리차르 학살에 대해 영국이 지금이라도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일간 힌두스탄 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영국 역사학자와 의회 의원들, 인도 각 정당을 비롯한 많은 이들로부터 영국 정부가 잘리안왈라 바그 학살을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추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왔다"면서 "그러나 100주년을 맞은 지금도 영국은 이 중요한 한 걸음을 걷길 거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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