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안식을"…'치즈 개척자' 지정환 신부 장례미사 '봉헌'

입력 2019-04-16 12:58  

"영원한 안식을"…'치즈 개척자' 지정환 신부 장례미사 '봉헌'
수도자·신자 1천여명 참석…"희망과 하느님 말씀 전달 부탁"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주님, 그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임실 치즈 아버지'로 불린 고(故) 지정환 신부의 장례미사가 16일 전주 중앙성당에서 봉헌됐다.
수도자와 천주교 전주교구 신자 등 1천여명이 지 신부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성당 제대에 마련된 지 신부의 영정 사진 앞에서 수도자들은 고개를 숙이고 그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했다.
장례미사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지 신부의 약력 소개로 시작됐다.
천주교 전주교구 총대리 박성팔 신부는 "1960년 한국에 들어온 지정환 신부는 가난한 농민을 위해 부안 땅 30만평을 간척해 100여 가구에 나눠줬다"며 "1964년 6월 임실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해 임실에 치즈 공장을 설립하고 한국 최초로 치즈 생산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경 말씀에 따라 고통받는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데 정성을 다하며 이웃사랑을 실천했다"며 "한국 국적을 취득한 때에는 '나를 한국 사람으로 생각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희망과 희생을 강조한 지 신부의 숭고한 삶을 설명하는 말들이 성당을 가득 메우자 미사 포를 쓴 신자들은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더욱 숙였다.
두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몰래 훔치기도 했다.


천주교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는 지 신부가 선종 전에 남긴 말을 미사에서 소개했다.
그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지 신부는 장례미사 때 신도들에게 '희망'과 '하느님의 계획'을 전달해 달라고 했다"며 "지 신부는 척박한 땅을 개간해 농민에게 나눠주고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서 늘 희망을 전달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한국에 오고 치즈를 생산하고 병을 얻어 떠나는 모든 것이 하느님의 계획'이라고 말했다"며 "'자신은 하느님이 계획하고 실행하는 일의 도구였을 뿐'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1시간 30분 넘게 이어진 미사는 고별사로 끝을 맺었다.
지 신부 영정과 유족은 장지인 전주시 치명자산 성직자 묘지로 향했다.
벨기에 태생인 지 신부는 88세를 일기로 지난 13일 오전 9시 55분께 영면했다.
그는 1960년부터 천주교 전주교구 소속 신부로 활동하며, 국내 치즈 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고인은 1964년 임실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한 후 임실에서 산양 보급, 산양유 및 치즈 개발에 힘썼다.
임실 성가리에 국내 첫 공장을 설립해 치즈 산업을 이끌었고 전북 지역 복지시설을 오가며 장애인과 소외계층도 돌봤다.
이러한 공을 인정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 신부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추서했다.
d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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