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n] '왕버들 군락' 창녕 대봉늪 공사 갈등…뭐가 문제?

입력 2019-04-17 11:47  

[현장In] '왕버들 군락' 창녕 대봉늪 공사 갈등…뭐가 문제?
환경단체 "1등급 습지 파괴 우려" vs 농민·군청 "수십년 숙원 재해대책사업"
경남환경연 "둑 위치 마을 쪽으로 옮기자"에 농민들 "숨 막히고 바람 막힌다"



(창녕=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경남 창녕의 늪이라면 사람들은 바로 국내 최대 내륙습지이자 최고(最古)의 원시 자연늪인 우포늪을 떠올린다.
이곳엔 한반도에서 멸종된 따오기 복원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조만간 야생방사를 앞둔 따오기복원센터도 있다.
그런데 최근엔 창녕군 장마면 대봉리에 있는 대봉늪 둑 쌓기를 놓고 군청과 농민, 환경단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군청과 농민들은 '대안 부재'를 내세우며 재해방지 차원에서 더는 공사를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남환경운동연합은 부실·거짓 환경영향평가를 근거로 공사를 강행, 대봉늪을 파괴하고 있다며 단식농성을 벌이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 창녕 대봉늪 공사 현장 가보니
창녕군이 진행 중인 공사 정식 명칭은 '대야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이다.
낙동강 지류인 계성천 옆자락에 형성된 '저수습지'인 대봉저수지와 하천 본류 사이에 있는 기존 1.5m 높이 작은 둑 370m를 8m로 높이면서 홍수에도 견디게 제대로 쌓고 배수펌프장 1곳을 조성하는 공사다.
지난달 7일 착공한 현장에 가보니 배수펌프장을 짓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펌프장 공사 특성상 우기가 오기 전 공정을 일정 부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란 설명이 뒤따랐다.
둑 공사는 아직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현재 설계상 둑 폭은 하단부 기준 40m에 이르고 완공 후 둑마루 폭은 4m가 된다. 둑이 만들어지면 저수지 쪽과 계성천 본류 사이 둑 아래에 가로 세로 높이 각 2m인 박스 2개가 설치된다.
평소엔 물이 자유롭게 왕래하다가 비가 많이 오면 자동으로 닫히고 안쪽에 일정 수준 이상 수위가 되면 배수펌프장에서 자동 펌핑이 이뤄지는 구조로 바뀐다.
대봉저수지와 저수지 앞 계성천 본류 부분 가운데 왕버들 군락지가 있는 곳을 합쳐 대봉늪 혹은 대봉습지라 부른다.
현재는 저수지와 계성천은 별도인 것처럼 보인다. 우기가 돼 계성천 본류가 넘치면 저수지까지 채우고 대봉·대야마을까지 침수시키는 것이다.


옥천계곡에서 시작되는 계성천은 남지에 이르기까지 양쪽에 둑이 조성돼 있지만 어떤 이유인지 왕버들 군락이 형성된 대봉저수지 앞 370m 구간에만 둑이 제대로 없고 주민들이 간이로 만든 낮은 둑만 있다고 군청은 밝혔다.
군이 밝힌 대봉습지 전체 면적은 78만4천㎡이고 작은 둑을 높여 계성천 본류 습지와 분리되는 저수 습지 부분은 7만㎡에 이른다. 이 가운데 둑과 펌프장 공사가 실제 이뤄지는 면적은 2만8천㎡다.
창녕군과 주민은 이 둑을 쌓아야 우기에 계성천 물이 저수 습지를 거쳐 둑 계획선에서 130m가량 떨어진 마을과 논밭이 침수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경남환경운동연합은 "현재의 방법은 대봉습지를 전면 파괴하는 계획이므로 주민안전과 대봉늪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방법으로 사업 위치를 변경해 추진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저수 습지를 넘어 계성천 본류 습지 안으로 들어가면 그야말로 왕버들이 우거진 비경이 펼쳐진다.
주민들이 땔감으로 사용하기 위해 속성수인 왕버들을 심었다가 연료가 바뀌면서 그대로 자라 왕버들 군락을 이룬 것이다.
중간에 포장된 농로가 있어 산책하기도 좋다. 이 일대 면적만 70여만㎡다.
왕버들 군락지 안에는 요즘 같은 건기엔 가느다란 실개천이 흘러 이곳이 하천이라고 믿기 어려울 지경이다.
왕버들 군락지가 들어선 하천 폭은 약 300m나 되고 저수지 건너편엔 높이 8m의 둑이 있다.

◇ 대봉늪 공사를 바라보는 농민과 환경단체 '입장차'
이 공사는 매년 우기 때 삶의 터전인 논밭이 침수되고 생존에 위험을 겪는 대봉·대야마을 72가구 주민 123명의 숙원사업이라는 게 창녕군 입장이다.
공사를 하더라도 대봉늪 왕버들 군락지는 90% 이상 보존되고 둑 역시 기존 제방을 경계로 축조하는 공사라고 군은 주장한다.
피해가 극심했던 2003년 태풍 '매미' 때는 물론 지난해 10월 가을비에도 계성천 물이 저수 습지를 넘어 마을을 덮쳤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주민들은 "수십년에 걸쳐 '힘 없고 빽 없어' 둑 공사를 요구하지 못하다 이제 겨우 공사가 시작됐는데 환경단체가 주민 실정도 모르고 반대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는 2014년 국립습지센터 조사를 근거로 "대봉습지는 홍수조절지로서 수문학적 기능이 뛰어났으며, 멸종위기야생생물 9종(수달, 삵, 큰기러기, 재두루미, 독수리, 잿빛개구리매, 붉은배새매, 참매, 수리부엉이), 천연기념물 2종(원앙, 황조롱이)의 서식이 확인됐다."며 전면 보존과 둑 위치 변경을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 불안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한 환경단체 측은 둑을 쌓더라도 현재 저수 습지를 최대한 살리면서 마을 앞 도로가 둑 기능을 하도록 높이거나 마을 앞 전답에 둑을 쌓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안에 대해 주민들은 마을 앞 도로를 높이면 도로 자체가 벽처럼 느껴져 갇힌 느낌을 받는 데다 바람이 안 들어온다며 실제 도로를 높인 인근 대성 마을을 예로 들었다.
행정구역상 남지읍에 속하지만, 대봉마을에서 멀지 않은 이 마을은 실제 하천 경계 가장자리를 따라 있던 도로를 높여 마을은 저지대로 내려앉은 갑갑한 느낌을 준다.
대봉습지는 왕버들 군락이 잘 조성돼 있고 원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산하 국가습지센터가 2014년 습지정밀조사에서 '1등급 습지'로 평가한 바 있다.
이 습지 등급은 모니티링 결과 등급을 매긴 것이지만 보존대책을 법적으로 규정한 습지보호지역과는 다르다는 것이 낙동강환경청의 설명이다.

◇ 해결책 없나…환경청-군청 협의 나서
창녕군은 2014년 1월 이곳을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로 지정·고시한 후 2016년 12월 행정안전부로부터 신규사업 확정을 받아 실시설계 등을 거쳐 지난달 7일 본 공사에 들어갔다.
사업비는 국·도비 65% 등 62억여원이다.
군은 지난해 10월 낙동강유역환경청과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완료했다. 경남환경운동연합은 이 시점에 공사 진행 사실을 알고 창녕군과 몇 차례 면담과 간담회를 가졌다.


환경단체는 둑 위치 변경 등 설계변경을 요구했지만, 군은 불가하다는 회신을 보내고 공사에 들어갔다.
군이 착공한 지 열흘만인 지난달 17일 대봉늪에 흙탕물이 발생하자 경남환경운동연합 신고에 따라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창녕군에 공사 중지를 요청했다. 군은 오탁방지막 설치 등을 거쳐 지난 10일 공사를 재개했다.
이에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이보경 사무국장이 '온전하고 희귀성까지 갖춰 아름다운 왕버들 군락이 있는 대봉늪 지키기' 단식농성에 들어갔고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번갈아 가며 동조 농성을 벌이고 있다.
환경단체는 이번 공사와 관련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와 계성천 하천기본계획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부실하고 허위로 작성됐다며 경남도와 낙동강환경청 등에 재작성할 것과 계성천 하천기본계획 변경 등을 요구하고 있다.
낙동강환경청과 창녕군은 공사도 진행하면서 대봉습지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낙동강환경청은 환경단체 요구를 받아들이고 위원 추천을 받아 '환경영향평가서 거짓·부실 검토위원회'를 구성, 대봉늪 공사에 앞선 환경영향평가에 문제가 없었는지 검토할 예정이다.
b94051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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