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는 국가가 책임지고 보살핀다' 확실히 보여줘야"

입력 2019-04-26 09:10  

"'독립운동가는 국가가 책임지고 보살핀다' 확실히 보여줘야"
생존 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 뇌경색으로 1년 넘게 투병중
아들 김흥태씨 "어머니 거동·말 못 하나 회복 의지 강하다"
'3代가 독립운동'한 명문가, '오인수-오광선-오희옥 지사'


(서울=연합뉴스) 김종량 기자 =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정부가 독립운동가는 물론 그 후손을 챙기지 않았다는 방증입니다.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독립운동가는 국가가 책임지고 보살핀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확실히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뇌경색으로 1년 넘게 서울 중앙보훈병원에 입원 중인 여성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93)의 아들 김흥태 씨는 25일 어머니 병실에서 기자를 만나자 정부의 지원에 대해 섭섭함부터 털어놨다.
그는 "어머니가 작년 3월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1년 넘게 투병 생활을 하면서 정부의 지원이 너무 소홀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부가 기본적인 치료비는 지원해 주고 있지만 연하(삼킴장애) 치료 등 선진 의료혜택과 간병비 등은 지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생존해 계신 독립운동가들이 많지 않고, 현재 많은 분이 고령으로 병환과 싸우고 있다. 조국독립을 위해 가정을 뒤로하고 일제와 싸운 독립운동가를 국가가 책임져 주지 않으면 누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느냐"고 반문했다.


용인 처인구 원삼면 출신의 오 지사의 집안은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오 지사에 이르기까지 3대(代)가 독립운동에 투신한 '독립운동 명문가'다.
할아버지 오인수(1867∼1935) 의병장은 1905년 한일병탄조약 체결 이후 용인과 안성 등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본군에게 잡혀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고, 이후 만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했다.
아버지 오광선(1896∼1967) 장군은 1915년 만주로 건너가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하고 대한독립군단 중대장, 광복군 장군으로 활약했다.
어머니 정현숙 지사와 언니인 오희영 지사도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1927년 만주에서 태어난 오 지사는 언니 오희영 지사와 함께 1934년 중국 류저우(柳州)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에 입대해 첩보수집과 일본군 내 한국인 사병을 탈출시키는 등 광복군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오 지사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90년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그런 그가 현재는 병마와 싸우고 있다. 병세가 많이 호전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거동은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고 식사와 말을 하지 못한다. 코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관을 꽂고 하루 수차례 재활치료를 받으며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병실은 간병인과 자녀들이 교대로 지키고 있다.
큰아들 흥태 씨는 "뇌경색 부위가 넓어 차도가 호전되기에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며 "그러나 어머니는 병을 나아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하루빨리 쾌차하시길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고 했다.
독립을 위해 일제와 치열하게 싸웠던 오 지사도 자식들에게만큼은 여느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정이 많고 따뜻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흥태 씨는 "어머니는 평소 '나는 가족과 함께 살아온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러니 너희들은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며 "나라가 어려울 때는 현명하게 처신하고 남에게 베풀면서 살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3代가 독립운동을 한 집안의 후손으로서 그분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증조부, 할아버지·할머니, 이모와 어머니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친 나라 사랑 정신을 생각하면 매우 감사하고 존경스럽다"고 했다. 이런 그에게도 한가지 소망이 있다고 한다.
"오인수 증조부께서 한일병탄조약 체결 이후 용인과 안성 등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본군에게 잡혀 서대문형무소에서 6년여간 옥고를 치렀는데도, 형무소에 있던 기록들이 불에 타 지금까지 공식적인 서훈을 받지 못했다"며 "증조할아버지에게 명예의 국가 서훈을 안겨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몇 년 전부터 용인시와 지역 언론의 도움을 받아 할아버지부터 아버지·어머니, 자신에 이르기까지 '3代에 걸친 독립운동史'를 집필하고 있으나 건강이 좋지 않아 출간이 다소 지연될 것 같다고 흥태 씨는 전했다.
j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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