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클래식 '디토' 역사 속으로…용재 오닐 "나는 복받은 사람"

입력 2019-04-29 14:37  

젊은 클래식 '디토' 역사 속으로…용재 오닐 "나는 복받은 사람"
'2019 디토 페스티벌' 6월 서울·고양서 개최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실내악 그룹 앙상블 '디토'가 6월 '2019 디토 페스티벌'을 마지막으로 해체한다. 무대를 완전히 떠나는 건 아니다. 멤버들은 저마다 재충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디토 음악감독이자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41)은 29일 서울 종로 서머싯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나 "모든 것에는 끝이 있긴 마련"이라며 시원섭섭하게 웃었다.
"처음에는 신선했던 아이디어도 시간이 지나면 수명이 다합니다. 디토는 이제 여정을 마칠 때가 됐습니다. 함께한 12년을 돌아보니 제가 얼마나 복 받은 사람인지 새삼 깨닫습니다. 비범한 사람들로부터 지혜의 한 조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 "예술은 소수를 위한 것? 아니, 모두를 위한 것!"
용재 오닐이 2007년 결성한 앙상블 디토는 18세기 기악곡 양식인 '디베르티멘토(Divertimento·'기분전환'의 뜻)'의 줄임말. '동감'이라는 뜻도 지니고 있다.
이들은 탄탄한 연주력과 깔끔한 외모, 세련된 패션 감각을 두루 갖춘 젊은 연주자들과 친근한 음악으로 '클래식계의 아이돌'로 불리며 클래식 대중화에 앞장섰다. 2009년부터는 국내외 실력파 젊은 연주자들과 신예들을 초대해 '디토 페스티벌'을 열어 클래식 상업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
"처음 디토를 시작할 때만 해도 실내악은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디토는 클래식을 듣지 않던 사람들, 실내악을 모르던 다양한 사람들을 끌어들였습니다. 음악가는 단순히 연주만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클래식에 끊임없이 새로움을 더하는 게 우리 사명이죠. 비록 당장 인기 없더라도 콘서트홀에 온 사람 중 단 한 명의 마음만 얻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진심으로 믿습니다."
12년간 디토를 이끄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미국 시애틀 사람들은 생각을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도 할머니에게 '생각난 대로 다 말하지 말라'고 혼나며 자랐다"며 "그런 제가 리더로서 사람들에게 탁월함을 요구하고,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이 연주할 땐 같은 생각을 갖도록 밀어붙이는 게 쉽진 않았다"고 했다.
음악과 상관없는 외모와 친근한 이미지를 동원해 관객을 끌어들이는 '스타 마케팅'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그는 "저는 철학자가 아니라서 유명인을 좇고 인기를 숭배하는 현상에 대해 좋다, 나쁘다 말할 순 없다"고 전제한 뒤, "지난 12년간 예술은 모두를 위한 것, 특정 소수를 위한 것이라는 상반된 의견 사이에서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저는 사람들을 음악으로 연결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넓은 그물을 만들어야 했다"며 "당장 취업이 어려운 젊은이들에게 베토벤을 들으려면 돈 내고 공연장에 오라고 하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했고, 일각에선 비난도 받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 "디토의 몫은 여기까지…'넥스트 디토' 나오길"
모든 것이 빨리 바뀌는 세상이다. 어제의 유행이 오늘은 촌스러운 것이 되고, 어제 진실로 알았던 것이 하루 뒤면 손바닥 뒤집듯 거짓으로 판명 난다. 용재 오닐은 이런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전 드라마 '대장금'을 무척 좋아했는데요, 요즘 10대들에게 물어보면 '그게 뭐야?' 할 거예요. 며칠 전엔 한국에서 한 프랜차이즈 햄버거를 먹으러 갔는데 친구가 '요새 누가 그걸 먹어?'라고 하더군요. 한국엔 이른바 '냄비 문화'가 있잖아요. 이게 뉴런 활동이 활발한 20대에겐 좋은 자극이 되는 것 같아요. 현세대는 다음 세대에 늘 구닥다리이곤 했죠. 그럼에도 인류는 이어져 왔답니다."
젊은 음악인을 소개하던 플랫폼이 사라지는 데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그는 "디토는 끝나지만 젊은 뮤지션을 소개할 기회는 계속돼야 한다"며 디토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만 그 횃불은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20대 음악가가 나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스마트폰을 높이 들어 보이며 젊은 음악인들이 풀어야 할 숙제는 바로 여기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마트폰은 인류에게 선물이라기보다 저주에 가까운 것 같아요. 사람들끼리 소통하라고 만들어진 물건인데 오히려 사람들을 고립시키고 있어요. 모순이죠. 디토의 유산을 물려받을 차세대 음악인은 사람들이 피상적이 아니라 진정 연결될 방법을 찾아내길 바라요."


◇ "마라톤 끝나면 다음 경기 준비하듯…다음을 내다봅니다"
42.195㎞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사랑하는 용재 오닐은 다음 계획도 마라톤에 빗대 설명했다.
"음악은 마라톤은 매우 비슷합니다. 하나의 결과를 위해 말도 안 되는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과, 정기적으로 연습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죠. 저는 매번 마라톤을 마치면 다음 경주를 생각합니다. 디토를 끝내고도 메달을 받게 될지 어떨지 모르지만, 다음을 생각할 겁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매일 더 나은 연주자가 되는 것, 장기적으로는 '건강한' 음악인이 되는 것을 꿈꾼다고 했다.
1978년생인 용재 오닐은 "미국 나이로 마흔, 한국 나이로 마흔두살이 됐다. 건강은 숫자보다 태도에 달렸다고 믿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느끼는 변화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비올라는 신체적으로 힘든 악기다. 하루 12시간씩 연주하다 보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젊었을 때는 아무 때고 비행기에 내려 연주해도 끄떡없었는데 이제 시차가 느껴진다. 아, 이건 제 은퇴 기자회견이 아니다.(웃음)"라며 "어떻게 하면 나이를 먹고도 몸 관리를 잘 해서 오래도록 연주를 잘 할지 고민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는 6월 12~29일 서울 예술의전당 및 고양아람누리 등지에서 열리는 '2019 디토 페스티벌'은 용재 오닐과 피아니스트 제러미 덴크의 리사이틀, 12년간의 하이라이트 레퍼토리로 구성한 '디토 연대기', 현대음악 콘서트 '디퍼런트 디토' 등으로 구성된다.
마지막 시즌인 만큼 반가운 원년 멤버들 모습도 본다. 용재 오닐을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다니엘 정·유치엔 쳉, 첼리스트 제임스 정환 김,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피아니스트 조지 리 등이 참여한다.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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