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10%만, 중도금은 연체하세요"…분양시장이 겸손해졌다

입력 2019-05-17 07:01  

"계약금 10%만, 중도금은 연체하세요"…분양시장이 겸손해졌다
계약금 낮추고 중도금 무이자 혜택, 발코니 무상 확장도 제공
규제에 대출 막힌 실수요자들 미계약 늘자 '연체 마케팅'도 등장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서울지역 아파트에 미계약이 발생하고 수도권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이 떨어지는 등 분양 열기가 사그라들 조짐을 보이자 건설사들이 분양 문턱 낮추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분양시장 침체기에 적용하던 중도금 무이자 아파트가 다시 성행하는가 하면, 대출 규제로 중도금 마련이 어려운 계약자의 연체이자를 낮춰주는 '연체 마케팅'도 등장했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그랑자이의 시행사인 방배 경남아파트재건축조합과 시공사인 GS건설은 일반 분양 계약자들이 중도금을 절반만 내면 나머지 반을 연체해도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연체 이자도 연 5%만 부과하기로 했다.
통상 새 아파트는 중도금을 연체하면 연 7∼8%의 연체 이자가 붙고 일정 회차 이상 중도금을 내지 않으면 계약도 해지된다.
GS건설은 그러나 이 아파트의 분양가가 3.3㎡당 평균 4천687만원으로 고가인 점, 분양가가 9억원을 초과해 중도금 대출이 지원되지 않는 점을 고려해 연체이자를 일반 중도금 대출 이자(연 4%) 수준으로 낮춰주기로 했다.
이른바 '연체 마케팅'이다. 이 아파트 계약자는 중도금 3회차만 납부하면 나머지 3회차는 일반 중도금 대출과 비슷한 수준으로 연체이자를 낸 뒤 잔금 납부시 한꺼번에 상환하면 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건설사는 계약률을 높여야 하고, 소비자는 신용상 문제 없이 적은 금전적 손실로 분양받을 수 있으니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일부 인기 지역을 제외한 다수의 분양 사업장들은 청약 호황기였던 지난해 서울을 중심으로 20%까지 높였던 계약금 비율을 10∼15%로 하향 조정했다.
평균 경쟁률 63대 1로 1순위 마감된 하남 '감일 에코앤 e편한세상'의 계약금 비율은 15%로, 지난해 5월 같은 감일지구에서 분양했던 '하남 포웰시티' 계약금 비율(20%)보다 5%포인트 내렸다.
지난달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 평균 31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서울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계약금이 10%였다.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계약금은 20%, 중도금은 60% 이내에서 정하도록 돼 있다.
지난해처럼 주택경기가 활황일 때는 건설사들이 계약금을 20%로 높이지만 주택경기 침체기때는 계약자들의 초기 자금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계약금을 5∼10% 수준으로 낮춘다.
수도권에서는 중도금 무이자 대출이나 무상 발코니 확장 혜택을 제공하는 건설사도 등장했다.
지난달 한화건설이 경기도 용인시 동천동에 공급한 '수지 동천 꿈에 그린' 오피스텔은 계약금 10%에, 중도금 60%를 무이자 대출 조건으로 분양했다. 계약금 10%만 있으면 사실상 잔금 납부시까지 중도금 부담이 없는 것이다.
또 대림산업[000210]이 경기 고양시 일산역 주변에 공급한 'e편한세상 일산 어반스카이'는 발코니 무상 확장을 서비스로 내걸었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앞다퉈 분양 조건 완화에 나서는 것은 정부 규제 영향으로 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1∼3월) 전국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13.8대 1을 기록해 작년 4분기(10∼12월) 16대 1보다 떨어졌다.
특히 서울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4분기 37.5대 1에서 8.6대 1로 급락했다.
서울의 청약가점도 1순위 마감 단지 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 평균 57점에서 올해 1분기에는 평균 44점으로 낮아졌다.
최근 청약 당첨자를 발표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그랑자이'의 전용면적 74㎡B형과 84㎡C형은 강남권에서 분양한 중소형인데도 당첨 최저점이 36점을 기록했다.
올해 첫 강남권 분양 단지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최저 당첨 가점이 48점(전용 59㎡)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12점 낮아진 것이다.
지난 3월 서울 서대문구 '홍제 해링턴 플레이스', 서울 광진구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 등은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이며 높은 경쟁률에도 초기 미계약이 속출하기도 했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계약금 비중을 낮추고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주는 단지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겠지만 주택경기가 한풀 꺾이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며 "주변 시세나 입지, 미래 가치에 대한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dfla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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