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스타트업] 골프공, 자판기에서 뽑아쓴다…엑스페론의 고정관념 타파

입력 2019-05-25 11:01  

[U∼스타트업] 골프공, 자판기에서 뽑아쓴다…엑스페론의 고정관념 타파
40대 중반에 대학 입학·창업…기발한 아이디어·열정으로 성공가도
"치열하게 고민했다면 용기 내서 발을 내디뎌야"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이거(골프공) 정말 둥근 거 맞아?"
40대 벤처사업가는 의심했다. 작은 의심에서 이어진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은 벤처기업이 탄생한 원천이었다.
김영준(49) 엑스페론 골프(XPERON GOLF) 대표는 "고정관념이 희한한 게, 둥글다고 보면 둥글게만 보이고 아니라고 보면 둥글지 않게 보이더라"고 말했다.
중고 골프공(로스트 볼)을 수거해 판매하던 김 대표는 2014년 호남대 골프 산업학과에 입학했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로 전문대를 졸업한 그는 전공 지식으로 무장한 골프공 개발자가 되고 싶은 일념에 만학의 길로 들어섰다.
같은 해에는 에이스 골프라는 이름의 법인을 설립해 호남대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했다.
직원이라고는 김 대표와 친구 1명이 전부였다.
절단기와 측정기를 들이대 가며 기존 공을 연구하고 완벽한 구(球) 형태를 구현하는데 천착했다.
무게 중심과 형태의 균형을 잡는 특허 기술 '듀얼 밸런스'가 탄생했다.
김 대표는 "(회사 제품을 사용하면) 숙련된 골퍼는 몇타를 줄일 수 있다"며 "공을 써보고 결과에 만족해 밥을 사 주시는 분도 있다"고 자랑했다.
자본금, 창업 지식이 부족했던 걸음마 시절 창업보육센터는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연구실 공간을 제공해주는 것은 물론 정부의 벤처기업 지원 정보를 놓치지 않고 안내했고 벤처 캐피탈, 엔젤 투자 등을 끌어오는데도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창업보육센터와 링크 플러스(LINC+) 사업단은 투자유치 교육과 멘토링, 홍보물·시제품 제작, 국외 전시회 참가, 신제품 개발을 위한 기술 자문 등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가뭄에 단비를 맞은 회사는 쑥쑥 자랐다.


2016년 지금 이름으로 바꾼 엑스페론은 그해 벤처창업대전 벤처활성화 유공포상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현재는 광주 광산구 평동산단에 생산시설,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해외 시장도 두드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창업보육센터에 있던 연구소를 평동 공장으로 옮겨가면서 회사는 씩씩하게 요람에서 걸어 나왔다.
직원은 36명까지 늘어났다. 호남대 출신도 적극적으로 채용한다.
완연한 오르막길에 서 있지만 엑스페론은 또 한 번 도전한다.
"골프공은 왜 숍에서만 팔아야 하느냐"는 삐딱한 시선에서 나온 아이디어에 착안, 골프용품 자동판매기를 개발해 출시했다.
대형 마트에 하나둘 들여놓기 시작한 자판기를 아파트 단지마다 설치하는 게 엑스페론의 목표다.
대형 마트 입점 매장은 인건비 부담에 문 여는 시간이 늦춰지고 문 닫는 시간이 당겨지는 추세다. 짧아진 영업시간은 골퍼들의 이용 패턴을 비껴간다.
자판기는 후발 주자에게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소비자와의 접촉면을 넓히고 유통 단계를 줄여 가격 경쟁력도 높일 수 있는 대안인 셈이다.
김 대표는 "엑스페론은 골프공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고 강조한다.
골프공은 물론 자판기, 스크린 장비 등 골프 관련 용품을 폭넓게 개발해 판매하는 회사라는 자부심이 담긴 반어다.
엑스페론은 골프공 밸런싱 기계, 골프공 휴대용 보온 케이스, 골프 웨어 등 제조·판매로 영역을 넓혔다.
아마추어 대회를 개최하고 인천과 중국에 아카데미를 개설하는 등 골프 산업 활성화에도 힘쓰고 있다.
늦은 나이에 대학 입학, 창업을 경험한 김 대표는 후배 학생, 예비 창업가들에게 도전하는 용기를 주문했다.
김 대표는 "깊게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생각만으로 되는 일은 없다"며 "현재 위치에서 한두발 나가니 보이지 않던 게 보이기도 하더라. 치열한 고민과 준비가 됐다면 발을 내딛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sangwon7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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