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CIA 정보원설 꺼낸 트럼프…"나라면 그런 일 없게 할 것"(종합)

입력 2019-06-12 11:50   수정 2019-06-12 15:33

김정남 CIA 정보원설 꺼낸 트럼프…"나라면 그런 일 없게 할 것"(종합)
"올리브 가지 내밀어" vs "가치 있는 정보수집 부인" 평가 엇갈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류지복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살해된 이복형 김정남의 미 CIA(중앙정보국) 정보원설과 관련해 자신이 대통령으로 있는 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과 만남과 관련해 논의가 진행 중이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으로부터 전날 친서를 받았다고 소개하는 과정에서 "그의 이복형에 관한 CIA 관련 정보를 봤다"며 "나는 내 체제 아래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그에게 말할 것이다. 확실하다"라고 김정남의 CIA 정보원설을 꺼냈다.
그러면서 "내 체제 아래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되풀이했다.
트럼프 "김정은으로부터 어제 아름답고 따뜻한 친서 받았다" / 연합뉴스 (Yonhapnews)
백악관이 배포한 발언록에 따르면 질문의 일부가 '들리지 않는'으로 표시되긴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작심하고 관련 발언을 불쑥 꺼냈을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정보당국을 동원해 김정은 체제에 위협이 될만한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걸 공개적으로 확약함으로써 김 위원장의 체제 위협 불안 등을 덜기 위한 유화적 메시지를 발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보도가 북측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정남이 CIA 정보원이었으며, 이를 알게 된 김 위원장의 명령으로 살해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 베이징 지국장인 애나 파이필드 기자가 최근 출간한 김정은 평전 '마지막 계승자'(The Great Successor)에서 이같이 주장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지난 7일 보도한 바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10일 익명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남이 CIA 정보원으로서 CIA 요원들과 수차례 만났다고 보도했다.
김정남은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맹독성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에 의해 살해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만 놓고 보면 전임 행정부 시절 김정남이 CIA 정보원이었다는 걸 시사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김정은에 대한 CIA의 스파이 행위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CIA가 틀렸냐. 그(김 위원장)가 이복형을 죽였냐'는 추가 질문이 이어지자 "나는 그에 관련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지금의 관계를 고려할 때 내 치하에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며 "그러나 나는 그것에 관해서는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놓고 평가는 엇갈렸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자신이었으면 CIA로 하여금 살해당한 이복형을 정보 요원으로 모집하도록 놔두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올리브 가지'(화해의 몸짓)를 내밀었다고 풀이했다.
반면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 지도자와 친하게 지내려는 새로운 시도라고 평가하면서도 김 위원장의 독재 통치를 눈감아주는 것처럼 보인다는 비판을 불러온 정책이라고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CIA가 김정남이나 북한 고위급 인사와 같은 정보원을 모집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CIA가 북한 리더십, 지역과 미국의 안보 위협에 대한 가치있는 통찰력을 갖는 것을 부인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정 박 한국석좌는 로이터에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CIA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임무를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대통령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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