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회장실 입성' LG 구광모의 지향점은 '실용·미래'

입력 2019-06-27 06:01  

'1년만에 회장실 입성' LG 구광모의 지향점은 '실용·미래'
공격적 M&A·벤처투자, 핵심사업 재편 등으로 경쟁력 확보 시도
화웨이 사태·배터리 소송·계열 분리 가능성 등은 '리스크'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LG그룹 구광모 회장이 오는 29일로 '총수 취임' 만 1년을 맞는다.
주요 그룹 총수 가운데 최연소인 만큼 첫 1년은 과감한 도전으로 존재감을 확인하는 동시에 앞으로 수십년을 달리게 될 '실용 노선'의 레일을 깔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였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회장 취임식을 별도로 열지 않고, 회장 대신 '대표'라는 직함을 쓰고, 직원들과 접촉면을 넓힌 것은 '젊은 총수'의 신선한 면모로 받아들여 졌다.
다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 미중 통상전쟁과 그룹 내 역학관계 등 불확실성의 높은 파고를 헤쳐나가야 하는 엄중한 상황에서 '2년차 총수'의 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선친인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1주기에 즈음한 지난달에서야 회장 집무실로 자신의 짐을 옮겼다. 지주사인 ㈜LG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된 지 근 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회장실 입성'은 지난 1년간의 '워밍업'을 마치고 재계 4위 그룹의 총수로서 자신의 색깔을 내겠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구 회장은 취임 후 본격적인 '구광모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인사, 조직, 사업 등 여러 측면에서 변화를 시도했다. 지난 1년간의 경영 행보는 '실용'과 '미래 준비'로 요약된다.


◇ 인재 영입·사업 재편으로 조직 장악력 강화
구 회장은 작년 첫 연말 인사에서 주력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LG화학[051910]의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3M의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영입하면서 재계를 놀라게 했다. LG화학 창립 이래 71년 만에 첫 외부 영입 CEO였다.
또 지주회사인 ㈜LG에는 경영전략팀 사장으로 베인&컴퍼니의 홍범식 대표를 영입했고, 그룹 인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134명의 신규 임원을 발탁함으로써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총수의 막강한 인사권을 각인시켰다.
이와 함께 구 회장은 취임 후 비핵심 사업으로 구분되는 영역에 대해서는 과감하고 신속하게 재편 작업을 진행하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선보였다.
LG전자[066570]가 자동차부품, 인공지능(AI), 로봇 등 신성장동력을 육성한다는 취지에서 연료전지 사업을 청산하고, LG디스플레이[034220]가 자동차용 조명에 집중하기 위해 일반용 조명 사업에서 철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7월 LG전자의 '로보스타' 경영권 인수, 9월 LG화학의 미국 자동차용 접착제 전문업체 '유니실' 인수에 이어 올들어 LG생활건강[051900]의 미국 화장품업체 '뉴에이본' 인수, LG유플러스[032640]의 CJ헬로비전 인수 등은 신성장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밖에 물류계열사 판토스 지분 매각, 서브원의 MRO(소모성 자재 부문) 사업 분할, LG CNS 지분 일부 매각 등을 통해 사업 전문화와 함께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 '젊은 총수' 실용주의…계열사 '소통 강화'
LG전자를 비롯해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대부분 계열사 직원들은 지난해 9월부터 출근할 때 복장이 사실상 '완전 자율화'됐다. 이전까지 주 1회 시행하던 것이 전 근무일로 확대된 것이다.
분기별로 400명의 임원이 모여 회장의 경영 메시지를 전달받고 명사 초청 강의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되던 임원 세미나는 100명 미만의 임원들이 매달 모여 자유롭게 토론하는 형태의 'LG포럼'으로 전환했다.
구 회장은 그룹 내에서 자신을 지칭하는 명칭을 '회장'이 아닌 '대표'로 임직원들에게 당부하는가 하면 연초 시무식에서는 임직원들에게 정장이 아닌 비즈니스캐주얼 차림으로 참석해 자유롭게 인사하는 방식으로 바꾸도록 했다.
지난해 별도의 취임식을 열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취임 이후 첫 현장 방문지로 LG의 융복합 연구개발(R&D) 클러스터인 마곡 사이언스파크를 찾아 연구원과 직접 대화하는 등 소탈한 모습도 선보였다.

LG그룹 내부의 이런 변화는 모두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구 회장의 실용 행보에 보조를 맞춘 것으로, 내부 소통을 강화하려는 여러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LG전자가 최근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여의도 LG트윈타워의 '다락(多樂)'과 서초 R&D캠퍼스의 '살롱 드 서초'를 잇따라 오픈 것도 이런 취지다.

◇ 2년 차에 '전쟁터' 나선 구광모…리더십 주목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이라는 단어를 무려 30차례나 언급했고, 사업보고회 등에서도 '고객 감동'을 위한 노력을 거듭 강조했다. 이른바 LG의 '고객 DNA'를 한층 발전시켰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선친이 일평생 강조했던 '고객 가치' 이념을 반복했을 뿐 자기만의 결정적인 경영화두를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40대 초반의 젊은 총수로서 소탈하고 겸손한 모습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아직은 과단성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채 계열사의 전문경영인들에게 의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적인 평가도 있다.
특히 최근 미중 통상전쟁에 따른 화웨이 사태로 LG유플러스의 사업 차질이 우려되고,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096770]을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는 등 안팎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이어서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요구는 더 크다.
이밖에 구본준 전 부회장에 의한 계열 분리 가능성이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는 데다 범LG가(家) 3세 구본현 씨에 대한 주가조작 혐의 수사, 총수 일가의 양도소득세 탈루 혐의 재판 등도 불확실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huma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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