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in제주]차고지증명제 서민에 임대료 부담만…차고지 따로 주차 따로

입력 2019-07-07 08:00  

[줌in제주]차고지증명제 서민에 임대료 부담만…차고지 따로 주차 따로
교통난·주차난에 차고지증명제 전면시행, 자기차고지 있어야 차 구매가능
"주차장 수급실태 조사도 없이 차고지증명제 무리한 시행" 지적도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시 이도이동의 한 다가구 주택에 세 들어 사는 김모(40)씨는 최근 새 차를 사려다 고민에 빠졌다.
이달부터 제주시를 비롯해 도 전역에서 차고지가 있어야 차를 살 수 있도록 하는 차고지증명제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다가구 주택 내 66.1㎡ 방에 월세로 살고 있어 주택 마당을 자기 차고지로 쓸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근처 공영주차장의 주차면을 돈을 주고 빌려 자기 차고지로 이용해보려고 했다. 공영주차장 주차면을 자기 차고지로 빌려 쓸 경우 가로 2.3m·세로 5m 넓이의 주차면 임대료로 연간 97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김씨는 "1년에 주택 임대료로 500만원을 지출하고 있는데 차고지 임대료로 또 100만원 가까이 지출한다면 한 해 임대료로만 600만원이 드는 것"이라며 "수입에 비교해 임대료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은 지역 주택에 세 들어 사는 이모(66·여)씨는 중형 SUV를 최근 구매했다.
그나마 재정적 여유가 있는 이씨는 거주지에서 50여m 떨어진 사설 주차장의 주차면을 임대해 자기 차고지로 등록해 쓰고 있다.
그러나 이씨는 몇달 전 차를 산 후 현재까지 집 앞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있다. 차를 산 후 몇달간 단 한 번도 사설 주차장의 임대 차고지에 차를 세워본 적이 없다.
이씨는 자신의 차 말고도 그 사설 주차장에 차가 세워진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씨가 빌린 사설 주차장은 출입구 등 주변이 모두 밧줄과 시설물로 막혀 있었다.
단 한 대의 차도 세워지지 않은 채 '차고지증명제용 임대차고지'라는 현수막만 걸려 있었다.

제주도는 제주시 19개 제주시 19개 동(洞) 지역에서 2007년부터 차고지증명제를 시행해 왔다.
도는 지난 1일부터 제주도 전역에서 '차고지증명제'를 확대 시행했다.
도는 차량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중·대형 차량만 새 차나 중고차를 살 때 집 마당 등에 가로 2.3m·세로 5m의 자기 차고지를 갖추도록 했다.
차고지가 없다면 주거지 반경 1㎞ 이내의 유료주차장을 임대 계약해 주차공간으로 확보해야 차를 살 수 있다.
중고차의 경우 대형승용차는 2007년 2월 1일 이후 출시한 차량이 차고지 증명 대상이다.
중형 승용차는 2017년 1월 1일 이후 출시한 차량이 차고지증명제 대상이 된다.
도는 차고지증명제를 이행하지 않으면 새 차 구매와 주거지 이전 시 전입신고를 할 수 없도록 했다.
단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소유의 1t 이하 화물차는 차고지 증명 대상에서 제외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어 교통난 및 주차난 해소를 위한 차고지증명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기대했다.
그런데 도내 유료 공영주차장은 제주시 37곳 3천39면, 서귀포시 7곳 1천474면 등 4천513면에 불과해 연평균 1만3천대씩 증가하는 차량의 차고지로 쓰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다른 사람의 사유지를 비싼 가격에 임대해 주차공간을 마련하는 일도 있어 서민의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또 차고지를 확보한 뒤에 차를 사놓고도 실제로 차고지에 주차하지 않고 도로변 주차를 하는 일이 있어 제도 시행 효과를 가로막고 있다.

지난 2일 도의회 제375회 임시회에서 도의원들은 이런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강연호(무소속·서귀포시 표선면)의원은 "주차장이 전면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주차장 수급실태 조사도 없이 차고지증명제를 먼저 시행했다"면서 "임대할 곳도 없는데 연간 100만원에 달하는 임대료만 책정해 도민사회에 불편과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봉(더불어민주당·제주시 노형동을)의원은 "법과 조례는 2년마다 주차장 수급실태를 조사하도록 했지만, 도정은 이를 지키지 않으면서 차고지증명제의 당위성만 내세우고 있다"며 "당장 주차장이 부족한데 내년 5월에야 주차장 수급실태조사 및 주차기본계획 수립 용역 결과가 나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도는 차고지증명제가 확대 시행된 이달부터 '주차장 수급실태조사 및 주차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시작해 내년 5월까지 10개월 동안 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다.
현대성 도 교통항공국장은 "읍·면·동별로 주차장 현황 기본자료는 있지만, 제주시 원도심의 주차장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사유지 및 건축물 부설주차장을 활용하거나 임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용역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ko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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