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급랭에도 BTS 오리콘 이틀째 점령…외교 갈등, 한류 영향은

입력 2019-07-05 14:18  

한일 급랭에도 BTS 오리콘 이틀째 점령…외교 갈등, 한류 영향은
한류·반한 공존하는 일본…가요계 "오랜 교류, 직격탄 우려 적어"
'한류 3.0' 견인 방탄소년단 6~7일 스타디움 투어…블랙핑크는 이달 음반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한일 외교 갈등이 악화 일로를 걷자 가요계는 일본에서 분 3차 한류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로 풀이되는 반도체 소재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아서다.
연예계는 이미 정치·외교·역사적인 외부 요인으로 한류 붐이 부침을 겪는 경험을 했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과거사에 대한 일왕 사과 요구 등으로 양국 관계가 냉각되자 일본 방송에서 한류 콘텐츠가 사라지는 침체기를 겪었다.
중국에선 한국의 사드 배치로 2016년 7월 이후 소위 한한령(限韓令)이 본격화해 한국 연예인 활동이 원천봉쇄 되는 타격도 입었다. 이듬해 양국이 사드 문제에 사실상 합의해 개선될 기미가 보였지만 그 여파는 여전하다.
그러나 기획사들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일본 내 후폭풍을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일본과는 오랜 기간 한류와 반한(反韓)이 공존한 가운데 교류를 축적해 중국에서처럼 바로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전망은 적었다.
특히 일본 내 3차 한류 핵심인 K팝은 양국 갈등 속에 꾸준히 성장해 현지 시장 뿌리가 견고한 편이고, 이를 소비하는 유튜브 세대는 정치 갈등과 문화 교류를 별개로 보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다.
또 지난 3년간 중국의 한한령 돌파구로 미국과 유럽 등지의 시장 다변화에 주력한 점도 업계 불안 요소를 줄인 배경이다.


◇ K팝 스타들 음반·공연 줄줄이…"K팝 호감도 1년 새 2배 이상 증가"
일본에선 지난 2017년부터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 등 아이돌 스타가 견인한 K팝 인기가 뜨겁다. 2003년 NHK에서 방송된 드라마 '겨울연가'가 촉발한 1차 한류, 2009~2010년 빅뱅과 소녀시대·카라 등 K팝이 일군 2차 한류에 이은 3차 한류다.
아이돌 그룹들은 현지 10~20대 팬들을 이끌며 어느 때보다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로 인한 양국 경색 국면에도 방탄소년단이 지난 3일 일본에서 낸 싱글 '라이츠/보이 위드 러브'(Lights/Boy With Luv)는 4~5일 이틀 연속 오리콘 1위를 차지했다. 선주문량은 100만장에 달했으며, 역대 해외 아티스트 싱글 가운데 첫날 판매 최고 기록도 세웠다.
4일 일본으로 출국한 이들은 6~7일 일본 오사카 얀마 스타디움 나가이, 13~14일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세계 스타디움 투어 '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 SPEAK YOURSELF) 공연을 펼친다.
두 스타디움 모두 수용인원 5만명 규모로,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대회가 열린 경기장이다. 현지 가수들에게도 '꿈의 무대'로 꼽히는 초대형 공연장이다.
이달 일본 데뷔 2주년을 맞은 트와이스는 17일 싱글 4집 '해피 해피'(HAPPY HAPPY), 24일 싱글 5집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를 잇달아 낸다. 음원으로 선공개된 신곡들은 이미 일본 라인뮤직 차트 1·2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일본에서 내는 음반마다 오리콘 차트를 휩쓸며 일본레코드협회로부터 플래티넘(판매량 25만장 돌파) 또는 더블 플래티넘(50만장 돌파) 인증을 받았다. 지난 3~4월에는 K팝 걸그룹 최초로 일본 3대 돔투어를 열어 22만 관객을 동원했다.


한일 멤버로 구성된 아이즈원도 두 번째 일본 싱글 '부에노스 아이레스'(Buenos Aires)로 첫주 판매량 21만여장을 기록하며 지난 2일 오리콘 위클리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어 8월 21일 지바 마쿠하리 멧세를 시작으로 9월 25일 사이타마 슈퍼아레나까지 돌며 첫 콘서트도 펼친다.
위너는 지난 3일 도쿄에서 일본 7개 도시 9회 공연을 펼치는 여섯 번째 투어를 시작했다.
8월 월드투어를 시작하는 세븐틴도 10~11월 일본 오사카·아이치·요코하마·지바 공연이 예정됐다.
월드투어 중인 블랙핑크는 오는 12월 말부터 총 20만5천명 규모 일본 3대 돔 투어를 연다.
이들 아이돌 그룹 활약으로 다시 불붙은 K팝 열기는 각종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행한 '2018 해외한류실태조사'의 '한류콘텐츠 호감도' 통계에 따르면 일본에서 K팝에 대한 호감도가 긍정적이란 답변은 2016년 17.9%였지만, 2017년엔 38%로 1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한류 콘텐츠 소비 비중 통계'에서도 2017년 일본 한류 팬들의 K팝 이용 시간은 평균 3.6시간으로 전체 음악 콘텐츠 소비 시간의 20.1%를 차지했다. 전년도 전체의 K팝 소비 시간이 6.5%였다는 점에서 뚜렷한 증가세였다.


◇ "오랜 교류로 이해도 높아…K팝 소비층 정치 갈등 별개로"
세계 2위 음악 시장인 일본은 한류 초기 발상지로 한국 가수들의 아시아권 한류 거점이다. K팝 스타들은 2000년대 초중반 보아와 동방신기가 개척한 일본을 기점으로 동남아시아, 중국, 미국과 유럽, 남미 등 차례로 시장을 넓혀나갔다. 여전히 일본 진출 대다수 국내 가수들이 일본어로 된 음반을 내고 현지 투어에 무게를 둘 만큼 가치가 높은 시장이다.
음악웹진 아이돌로지 미묘 편집장은 "한류 패러다임이 여러 지역으로 바뀌었지만, 일본은 변함없이 중요하다"며 "방탄소년단도 일본에서만 일본어 음반을 낸다는 건 그만큼 효용 가치가 큰 시장이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류가 꽃피는 가운데서도 양국은 독도, 역사교과서, 위안부 등 역사적인 이슈로 갈등 관계가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일본 내 반한, 혐한 목소리도 나왔지만, 오랜 기간 양국 문화 교류는 견고하게 이어져 왔다.
그 때문에 가요 관계자들은 "외교 갈등 여파를 지켜보겠다"면서도 당장 한류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보지 않았다.
인기 아이돌 그룹이 소속된 한 기획사 이사는 "여러 정부를 거치며 축적된 한일 갈등으로 인한 학습 효과가 있다"며 "방송 제재 등 영향이 있을 순 있겠지만, 일본은 음반과 공연에 무게를 둔 시장이어서 금세 타격을 우려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오랜 투자로 현지에서 K팝 뿌리가 그만큼 단단해졌다"고 말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최경희 조사연구팀 팀장은 "동북아 중요 시장인 일본과 중국은 외교 이슈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서도 "일본과는 업계별 민간 교류를 상당히 오랜 기간 해왔고, 시장에서 필요한 이해관계도 충분히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의존도도 상당해 외교 갈등에도 실제 시장 반응은 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당장 예정된 행사에는 무리가 없을 테지만 이런 갈등이 장기화한다면 상황을 더 지켜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중장년 드라마 팬이 이끌던 '한류 1.0' 시대와 달리 '한류 3.0' 시대는 유튜브 세대인 10~20대가 소비 트렌드를 이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한류 2.0' 시대부터 소비 연령대가 10대로 내려와 비교적 정치 갈등에 민감하지 않다는 점이다.
미묘 편집장은 지난해 11월 방탄소년단 멤버의 광복 티셔츠 논란을 예로 들며 "당시 이들 공연에 모인 팬들은 혐한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는 인상이었다. 지금 세대는 외부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경향"이라고 봤다.
또 다른 기획사 해외사업팀 팀장도 "젊은 세대는 정치 갈등과 문화 교류가 별개라는 인식이 있다"며 "'포노 사피엔스'란 단어처럼 지금 젊은 세대는 스마트폰으로 시공간 제약 없이 다양한 채널에서 정보를 직접 선택하고 자발적으로 팬덤을 형성한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한한령을 계기로 기획사들이 시장 다변화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도 솔루션이 됐다. 중국 판로가 막힌 뒤 기획사들은 다시 일본과 동남아시아에 집중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지로 반경을 넓혔다.
그사이 방탄소년단이 미국과 영국 팝 시장에서 슈퍼스타로 거듭나며 K팝을 환기한 점은 호재였다. 블랙핑크를 비롯해 갓세븐, 몬스타엑스, NCT 127등 다수가 이 지역들을 포함한 월드투어에 나섰고 현지 인기 방송에도 출연했다.


◇ "일본 출신 연예인 적대감 위험한 발상"
한일 외교 갈등으로 국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여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에서 활동하는 일본 출신 연예인에 대한 적대감을 비판하는 견해도 나왔다.
지난 4일부터 트와이스와 아이즈원의 일본 국적 멤버를 퇴출하자는 일부 목소리가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미묘 편집장은 "반일 감정으로 일본 출신 연예인을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미디어도 관련 보도에 대한 게이트키핑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4일 SNS에 "참 어리석다"면서 "한국 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꽤 있는 국내 활동 친한파 일본 연예인들까지 우리의 적으로 만들어 어떻게 우리가 이길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배우 김의성 역시 SNS에 "아베가 날뛰는데 왜 (트와이스 멤버) 사나를 퇴출시키나, 토착 왜구를 쫓아내야지"라고 비난했다.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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