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가 어렵다고요? '마하고니 도시…'는 엔터테인먼트!"

입력 2019-07-09 06:00  

"오페라가 어렵다고요? '마하고니 도시…'는 엔터테인먼트!"
히틀러가 가장 싫어한 오페라…자본주의 신랄하게 비판
첫 오페라 연출 맡은 국립현대무용단 안성수 감독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실컷 먹는 것을 잊지 말자. 사랑을 나누자. 권투를 즐기자. 실컷 술을 마시자!"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와 쿠르드 바일(1900∼1950)의 문제적 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을 국립오페라단이 오는 11일 국내 초연한다. 가상의 도시 마하고니를 배경으로 자본주의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공연이다. 히틀러가 가장 싫어한 오페라로도 유명하다.
6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첫 리허설로 분주했다. 연출을 맡은 국립현대무용단 안성수 예술감독은 조명 위치까지 세밀하게 조율하며 제작진을 독려했다.
안 감독은 지난달 윤호근 국립오페라단 단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며 '마하고니…' 연출을 맡게 됐다. 첫 오페라 연출에 부담이 없을 리 없었다.
"즐기면서 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음악을 시각화하는 게 제 역할이니까요. 작년에 국립현대무용단의 '스윙'을 보러오신 국립오페라단 윤호근 단장님이 쿠르트 바일의 '서푼짜리 오페라' 수록곡 '칼잡이 매키의 노래'(Mack the Knife)가 안무에 쓰인 걸 보시고 제게 '마하고니…'를 함께하자고 하셨어요. 쿠르드 바일을 워낙 좋아해서 승낙했죠."
브레히트는 1920년대 마르크시즘을 접하면서 사회주의적 예술로 사람들을 교육해야 한다는 뚜렷한 연극관을 지니게 됐다. 1930년 '마하고니…' 초연 이후 여러 작품에서 당시 유행하던 무정부주의 위험을 경고하는 동시에 사람들을 현혹하는 자본주의 소비사회를 비판했다.
이 작품에서 사랑, 우정, 생명은 중요한 가치가 아니다. 동토(凍土)의 땅 알래스카에서 7년간 생사고락을 함께한 벌목꾼들은 친구가 하나씩 죽어갈 때 서로를 돕지 않으며, 큰 감정의 동요도 보이지 않는다. 우정은 돈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술집 여자 제니와 벌목꾼 지미의 관계도 언뜻 낭만적인 사랑처럼 보이지만 철저한 계약관계에 불과했다.





안 감독은 "시대를 떠나 사람들의 욕망은 비슷하다. 많이 먹고, 싸우고, 도박하고, 많이 사랑하고 싶어한다. 원초적 본능을 억제하면서 사는 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 공연 이후 사회가 달라지지 않았다면 브레히트 실험은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는 사회고발자지 개혁가는 아니지 않으냐"고 웃으며 반문했다.
브레히트는 등장인물 이름을 각 나라 언어로 바꿔놓아도 상관없다고 했다. 관객이 줄거리를 더욱 현실적으로 느끼도록 하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국립오페라단은 원작대로 독일어를 사용했다.
안 감독은 "음악에 독일어가 더 잘 어울렸다. '19세기 플로리다 황금해안'이라는 작품 속 배경도 굳이 바꾸지 않았다"며 "한국적인 요소를 인위적으로 집어넣지 않은 건, 우리나라 사람들이 만들고 노래하면 당연히 한국적 해석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낯선 무대예술과 안무도 관심을 끈다.
성악가들은 바로크 시대 귀족을 연상시키는 과장된 의상을 입었다. 여느 오페라처럼 근엄하게 노래만 하는 게 아니라 직선과 흑백으로 이뤄진 배경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춤춘다. 비현실적 결합은 관객이 극에 몰입하는 걸 방해한다. 브레히트의 '낯설게 하기'가 구현된 결과다.
안 감독은 "진짜 자본주의는 20세기 초가 아니라 영국, 프랑스, 포르투갈 등이 인도와 아프리카와 남미 등을 식민화하며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죽이고 노예로 부리지 않았나. 성악가들의 과장된 의상은 자본주의가 태동한 그때를 암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안 감독은 그럼에도 '마하고니…'가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저는 예술이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보다는 쿠르드 바일에 가까운 생각이죠. 일단은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게 첫 번째예요. '마하고니…'도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저희는 결코 정답이 무엇이라고 말하지 않을 테니, 편견 없이 일단 눈과 귀로 느끼시길 권합니다."
한편 2016년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오는 11월 말 3년 임기를 마친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또 (연임) 하라고 하면 하는 거고,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하는 것"이라고 했다. 리허설 현장의 팽팽한 긴장감 사이로, 안 감독이 총총 발길을 돌렸다.
11∼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만∼15만원.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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