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병혁의 야구세상] "좋은 포수가 좋은 투수 만든다"…강팀의 필수조건

입력 2019-07-23 10:00  

[천병혁의 야구세상] "좋은 포수가 좋은 투수 만든다"…강팀의 필수조건
현대·SK 박경완, 삼성 진갑용…왕조에는 확실한 주전포수 존재
김경문·김태형·양의지 이어 박세혁까지…두산은 '포수 사관학교'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KBO리그에서 '포수 사관학교'로 불린다.
두산은 1982년 원년 우승 당시 주전 포수였던 김경문, 조범현을 필두로 김태형, 진갑용, 홍성흔, 용덕한, 양의지 등을 배출한 구단이다.
한화 이글스의 주전 포수인 최재훈도 두산 출신이다.
두산이 포수 양성에 공을 들인 이유는 간명하다.
김태룡 두산 단장은 "좋은 포수가 좋은 투수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해선 타고난 재능과 코치의 지도력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전"이라며 "신인이나 어린 투수의 경우 실전에서 포수와 호흡을 맞추면서 타자들을 상대하는 요령과 자신감이 늘어야 정상급 투수로 성장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두산은 지난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한 현역 최고 포수 양의지가 NC 다이노스로 이적해 적지 않은 안방 공백이 우려됐다.
그러나 올 시즌 주전 마스크를 쓴 박세혁이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김태룡 단장은 "박세혁이 양의지 공백을 80% 이상 메워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좋은 투수를 키우는 것이 어렵듯이 좋은 포수를 육성하는 것도 무척 힘든 일이다.


KBO리그 사상 최고의 포수로는 SK 와이번스의 박경완 코치가 꼽힌다.
일부 다른 의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대다수 야구인은 역대 최고 포수로 박경완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포수 출신으로 이만수에 이어 시즌 최우수선수(MVP)로도 선정됐던 박경완은 타격은 물론 빼어난 투수리드, 안정된 블로킹, 강력한 송구능력까지 모두 갖춘 포수로 평가받았다.
박경완이 현대 유니콘스와 SK 와이번스의 안방을 지키면서 두번씩이나 우승 왕조를 구축했다는 사실은 역대 최고포수로 불리기에 손색없는 업적이다.
SK를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김성근 감독은 "박경완이 팀 전력의 절반"이라고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경완도 입단 당시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무명 포수였다.
1991년 전주고를 졸업한 박경완은 당초 원광대에 진학하려다 진로를 틀어 쌍방울 레이더스와 연습생 계약을 했다.


박경완의 재능을 발견한 이는 1992년 말 쌍방울 배터리 코치로 부임한 조범현이다.
당시 쌍방울에서는 베테랑 김호근과 전종화가 주전 포수 역할을 했으나 조 코치는 겨우내 박경완을 붙잡고 씨름했다.
온종일 펑고를 치면서 포수의 스텝과 블로킹을 반복 훈련시켰고 저녁에는 밤늦도록 붙잡고 볼 배합 등 투수리드 요령을 가르쳤다.
혹독한 훈련을 받다가 코피를 흘리기도 한 박경완은 그해 겨울 몸무게가 10㎏ 가까이 줄기도 했다.
1994년부터 주전을 꿰찬 박경완은 실력도 부쩍 는 게 눈에 띄었으나 조범현 코치의 지독한 훈련은 이후에도 수년간 계속됐다.
특히 경기가 끝난 뒤 조 코치와 밤새 이어진 경기 복습이 박경완이 최고 포수로 성장하는데 자양분이 됐다.
대부분 포수는 경기 전 배터리 코치와 상대 팀 라인업을 예상하고 볼 배합을 대충 구상한다.
그러나 경기 뒤 볼 배합을 1구부터 다시 검토하고 복습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국에서 패한 바둑기사가 더욱 열심히 복기하듯이 예습보다 복습이 실력향상에 더욱 도움이 되는 법이다.


박경완은 1997년 말 쌍방울 구단이 IMF 직격탄을 맞으면서 현대 유니콘스로 현금 트레이드됐다.
현대의 박경완 영입 효과는 확실했다.
1997시즌 팀 평균자책점이 8개 팀 중 6위였던 현대는 박경완이 주전 마스크를 쓴 1998년 팀 평균자책점이 단숨에 1위로 도약했고 1999년에는 2위, 2000년과 2001년에는 다시 1위에 올랐다.
2003년 FA 자격을 얻은 박경완은 SK로 이적했고 이후 새로운 왕조를 개척했다.
현대와 SK에서 박경완이 그랬듯이 대부분 우승팀은 확실한 주전 포수의 역할이 컸다.


SK에 이어 2011년부터 4년 연속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차지한 삼성 라이온즈는 당시 베테랑 포수 진갑용이 큰 원동력이었다.
2017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KIA 타이거즈는 그해 4월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민식이 안방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고 지난해 우승팀 SK도 수준급 포수 이재원이 마스크를 썼다.
올 시즌 최하위로 처진 롯데 자이언츠를 비롯한 일부 팀들은 안방이 구멍 나 큰 애로를 겪고 있다.
에이스 투수 못지않게 중요한 전략 자산이 포수라는 점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shoele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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