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매헌기념관에서 청년평화선언…"윤봉길 정신 본받겠다"

입력 2019-07-18 06:00  

상하이 매헌기념관에서 청년평화선언…"윤봉길 정신 본받겠다"
한중 우호 카라반 국민대표단, 윤봉길 의사 기리며 헌화·묵념



(상하이=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외교부 공동취재단 = "이미 죽음을 각오했으므로 하등의 남길 말이 없다."
16일 오후 중국 상하이(上海) 루쉰공원(옛 홍커우공원)에 자리한 매헌기념관 앞마당에서 윤봉길 의사가 '훙커우 의거'로 일제에 처형당하기 직전 남겼다는 마지막 말이 울려 퍼졌다.
다소 꿉꿉한 날씨에 이따금 빗방울까지 떨어졌지만 '한중 우호 카라반' 국민대표단은 손에 국화 한송이를 꼭 쥔 채 윤 의사의 생을 소개하는 10분 남짓한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영상이 끝나자 대학생 한승범(24) 씨가 대표로 윤 의사 흉상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하얀 물그릇에 물을 따라 상 위에 올렸다.
이 그릇은 독립운동가 조소앙 선생의 손자 조인래 씨가 제작한 것으로 바닥에는 윤 의사의 이름 석 자가 한자로 적혀있었다.
윤 의사는 독립운동을 위해 고향을 떠나기 전 아내에게 냉수를 한잔 달라고 했다가 물그릇만 빤히 쳐다보고 물은 입에 대지도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는 일화가 있다.
한씨는 추도사에서 "지금의 제 나이 스물다섯에 나라를 위해 헌신하셨던 청춘을 헤아리며 마저 들지 못한 물 한 그릇에 우리의 진심을 담아드린다"고 말했다.
윤 의사가 두 아들에게 남긴 편지를 읽고 가슴이 뜨거워졌다는 한 씨는 취재진과 만나 "우리 청년들이 윤 의사의 애국심과 정신을 본받아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윤 의사는 거사 전 아들 모순(模淳)과 담(淡)에게 유언으로 남긴 시에서 '너희도 만일 피가 있고 뼈가 있다면 반드시 조선을 위해 용감한 투사가 되어라. 태극의 깃발을 높이 드날리고 나의 빈 무덤 앞에 찾아와 한 잔 술을 부어 놓으라'고 했다.
한중 우호 카라반 단장을 맡은 서은지 외교부 공공문화외교국 심의관을 필두로 국민대표단은 줄지어 윤 의사 흉상에 헌화하고 각자 짧은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매헌기념관을 관리하는 중국 정부 측 관리자 정러(鄭樂·41) 씨는 기념관이 2004년 문을 연 후 연간 방문객이 20만∼30만명이었는데 2008년 재개장 이후부터 8만∼10만명으로 줄었고, 2014년 이후엔 2만∼4만명 수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헌기념관이 상하이 중심가 와이탄(外灘)과 떨어져 있다 보니 방문객이 감소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매헌기념관을 재개장하면서 입장료가 무료에서 유료로 바뀐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민대표단의 헌화 후에는 중국어 강사 김연주(34) 씨가 '미래 평화를 이끌어갈 주역으로서 우리 역사를 바로 알고자 노력하며 이를 토대로 세계 우호 관계에 이바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청년평화 선언서를 낭독했다.
10여년 전 상하이 매헌기념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김씨는 "그때만 해도 기념관 규모가 작고 너무 초라해서 마음이 아팠는데 새로 지어진 기념관을 보니 마음이 뭉클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중 우호 카라반은 외교부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출범한 것으로, 20∼30대 청년 100여명으로 구성된 국민대표단은 독립운동 유적지를 8박 9일 일정으로 돌아봤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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