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해법 있나?…日아사히, 양국 전문가 3인 진단 소개

입력 2019-08-08 18:01  

한일관계 해법 있나?…日아사히, 양국 전문가 3인 진단 소개
무코야마 日종합연구소 연구원 "서로 공통의 이익을 바라봐야"
박철희 서울대대학원 교수 "지도자에 필요한 건 자제·관용"
미네 평화외교연구소 대표 "양국 잇는 인재·전문가 키워야"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징용배상 판결을 계기로 악화하기 시작한 한일관계가 일본의 기습적인 수출규제를 통한 경제보복으로 벼랑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일본 정부가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함으로써 사실상 '비우호국'으로 규정했고, 이에 한국정부가 강경한 맞대응을 천명함에 따라 정부 간 관계는 수교 이후 최악의 상태로 빠져들었고, 지자체와 민간 교류의 끈도 속속 끊기고 있는 상황이다.
아사히신문은 8일 이런 현실을 '막다른 길에 봉착한 한일관계'로 규정하고 양국 전문가 3명을 통해 진단과 나름의 해법을 모색했다.



먼저 무코야마 히데히코(向山英彦·62) 일본종합연구소 수석 주임연구원은 서로의 공통이익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코야마 연구원은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 강화 등 일본 정부가 취한 조치는 한국에 대한 사실상의 '제재'라고 했다.
그는 반도체가 한국 수출액의 20%를 차지하는 점 등을 거론하면서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는 "한국 경제의 급소를 찌른 것"이라고 단언했다.
무코야마 연구원은 한국 기업은 일반 범용 제품 양산 기술에 강점을 갖고 고품질의 소재와 부품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분업 모델을 발전시켜 왔다며 한국에서는 2000년대 이후 소재·부품 분야의 국산화를 추진해 왔지만 지금도 핵심 분야에선 일본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일본의 수출 규제가 이 부분을 부각시켰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의 소재 부품 산업에서 한국 기업은 중요 고객이면서 개발 파트너이기 때문에 수출 규제가 일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한국의 반도체는 중국에 수출되고, 스마트폰이나 PC 등에 내장돼 미국 등에도 수출되기 때문에 그 영향은 전 세계에 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무코야마 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취한 수출 규제 조치의 가장 큰 문제는 자의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불확실성이야말로 기업의 가장 큰 위험 요소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은 3개 품목을 포함해 일본에 의존하던 품목의 국산화를 서두를 것이 확실하다며, 당장은 어렵겠지만 향후 1~2년이면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중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의 '일본 이탈'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코야마 연구원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한국에서 '일본이 무역전쟁을 걸어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하면서 방일 한국인 관광객도 줄기 시작했다며 한일 관계의 악화는 지금까지 쌓아온 경제 관계뿐만 아니라 문화와 스포츠 교류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대국적 관점에서 서로 공통의 이익을 재인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일 양국은 제조 공급망으로 묶이고 저출산 고령화 등 공통의 사회 문제를 안고 있다"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일관계 전문가로 명성이 높은 박철희(56) 서울대 대학원 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와 인권 존중 등의 가치관을 함께하는 동아시아의 '이란성쌍둥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협력하면 양측 모두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은데도 양국 정상은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이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함으로써 세계를 향해 한국을 '비우방국'으로 선언한 셈이 됐다며 이로 인해 한국인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한국에는 일본과의 우호관계를 중시하는 '지일파'와 '국제파'가 있고,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며 "그러나 일본이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해 그들이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한국에서 광복절이 가까워지면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한층 고조될 것이라며 일본도, 한국도 "자신들이 100% 옳고, 상대방이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지배하면서 타협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양국관계가 악화한 원인으로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을 거론하며, 문재인 정부는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사법부 판결을 존중해야 하고, 일본과는 협정을 지켜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일본 기업에 징용피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배상 대신 일본 기업이 피해자와 그 자손의 교육, 의료, 복지를 위해 경제적 지원을 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금 양국 정상 사이의 의사 소통 없이 서로 강경한 발언으로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짚고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자제와 관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태가 악화하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기업과 국민이라고 했다.



미네 요시키(美根慶樹·76) 평화외교연구소 대표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이 징용 판결과 관련한 중재위 구성 요구에 한국 정부가 불응한 것을 이유로 지난달 남관표 주일한국대사를 불러 "매우 무례하다"고 발언한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고노 외무상의 그런 행동이 한국인들이 모욕감을 느끼게 해 반일민족주의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외교는 주권 국가 간의 대등한 교제가 대원칙"이라며 "만약 상대가 서양 대국이었다면 고노 외무상이 그런 태도를 취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네 대표는 또 수출 규제를 둘러싸고 한일 양국 간에 상징적인 장면이 있었다며 지난달 12일 경제산업성에서 열렸던 한일 무역 실무자 간의 '사무적인 설명회'를 거론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일본 측은 무역규제가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국내 조치로, 한국과는 협의할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졌는데, 한국 입장에선 자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외교 문제였던 만큼 협의가 아닌 설명회라는 일본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네 대표는 우방인 이웃 나라 공무원을 상대로 경제산업성 관리들이 일방적인 태도를 고집한 것은 아베 정권에 '손타쿠'(忖度)한 것임에 틀림없다고 꼬집었다.
손타쿠는 윗사람의 심기를 살피어 아랫사람이 알아서 행동한다는 의미다.
미네 대표는 "아베 정권에서는 독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총리 관저의 힘이 강해지고 있다"며 "지난해 한국 구축함과 자위대 초계기 사이에서 일어난 레이더 조사(照射) 논란도 관저가 개입하면서 문제가 커졌다는 얘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면에 한국 정부를 이끄는 문 대통령은 민주화 운동을 지원한 변호사였고, 현 한국 정부의 중추는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 대학에서 학생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이들의 대일관이나 가치관은 물론이고 행동 스타일도 과거 집권 세대와는 크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국 정치인 간의 교류가 정체된 상황에서 한일 관계를 지탱해 온 것은 시민 교류였는데 최근에는 시민교류마저 중단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며 양국을 잇는 인재와 전문가를 꾸준히 키워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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