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도 세포 온도 급속히 올린다

미토콘드리아도 세포 온도 급속히 올린다
미 일리노이대 연구진, '양자 전지' 축적 열로 1초에 5℃ 상승 확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일반적으로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발전소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미토콘드리아가 자체 '양자 전지(proton battery)'의 축적 열(heat)을 한꺼번에 발산해 세포 온도를 빠르게 올린다는 사실이 미국 일리노이대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이 발견은 암이나 비만 등의 치료법 개발에 새로운 접근로를 열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한다.
이 대학의 산지브 시나 기계 공학 교수팀은 최근 이런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네이처' 계열의 저널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 발표했다.
지난달 30일 온라인에 공개된 연구 개요(링크 [https://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19-08/uoia-ttm082919.php])에 따르면 시나 교수팀은 살아 있는 세포의 온도 변화를 신속히 측정하기 위해 '탐침형 온도계(thermometer probe)'를 새로 개발했다.
이 온도계는 길고 가는 구조에다 순식간에 변하는 세포 내 온도를 재빨리 측정하는 성능까지 갖췄다. 연구팀은 같은 대학의 라노르 질레트 분자·통합 생리학 명예 교수팀과 손잡고, 미토콘드리아가 많은 뇌 신경세포에 테스트해 이 온도계의 성능을 검증했다.
시나 교수는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활동에 쓰일 에너지를 주로 생산하고, 발산하는 열은 대부분 부산물"이라면서 "하지만 체온이 떨어질 때 지방 세포가 그러듯이 미토콘드리아도 발열량을 급속히 늘리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미토콘드리아의 발열량이 증가하는 건, 포도당이 더 많이 분해된 결과라고 믿었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의 발열 유도 실험에서 이전의 연구 결과와 전혀 다른 현상이 벌어졌다. 불과 1초도 지나지 않아 5℃가량 온도가 올라간 것이다.
시나 교수는 "포도당 대사로는 이 정도 에너지를 방출할 수 없다. 다른 에너지원이 있는 게 분명했다"고 지적했다.
미토콘드리아 안에 있는 양자 '세포 전지(cellular battery)'의 에너지 방출로 발열량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건 후속 실험에서 확인됐다.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 외막의 단백질 통로를 여는 인지질 분자를 이용해, 급속한 온도 상승을 유도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보고서의 제1 저자인 만주나트 라자고팔 연구 조교는 "미토콘드리아의 한쪽 막에 양자가 몰리면서 포도당 대사로 생기는 에너지의 일부가 양자 배터리에 축적된다"면서 "기본적으로 축적된 에너지에 전기 합선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새로운 약제 표적을 찾기 위해 지방 세포 등 다른 세포주의 미토콘드리아 발열 현상을 연구하는 데 탐침 온도계를 활용할 계획이다.
지방 세포에는 양자 게이트를 열어 축적된 에너지를 방출하는 단백질이 생성되는데, 이런 단백질이 비만 치료의 표적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한 암세포의 다양한 물질대사 경로와 연관된 발열 작용을 연구하는 데도 탐침 온도계가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한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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