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직격탄…경마도, 국경절 불꽃놀이도 취소

입력 2019-09-19 12:28  

홍콩 시위 직격탄…경마도, 국경절 불꽃놀이도 취소
10월 1일 국경절 '골든 위크' 특수 실종에 관광업계 울상
캐리 람 장관 '시민과 대화' 추진 초반부터 난항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시위 사태 여파로 홍콩의 대표적인 볼거리인 경마 경기와 국경절 불꽃놀이가 모두 취소됐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마사회는 전날 저녁 해피밸리 경마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경마 경기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폭력과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취소했다.
홍콩은 경마도박에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지역 중 하나로, 매주 수요일 저녁 해피밸리 경기장에서 경마 경기가 열린다.
지난주 수요일 저녁 경마 경기를 관람한 인원은 1만6천149명, 마권 판매액은 11억3천만 홍콩달러(약 1천700억원), 정부가 거둬들인 마권세는 1억1천500만 홍콩달러(약 180억원)에 각각 달했다.
전날 경기가 취소된 것은 송환법 반대 시위대의 거센 지탄을 받는 친중파 의원 주니어스 호 의원(何君堯·허쥔야오) 의원이 소유한 말이 출전하기로 예정된 것에서 비롯됐다.
호 의원은 지난 7월 21일 밤 홍콩 위안랑 역에서 100여 명의 흰옷을 입은 남성들이 각목 등으로 송환법 반대 시위대와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45명을 다치게 한 '백색테러' 사건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전날 저녁 호 의원이 소유한 말이 출전한다는 소식에 해피밸리 경마장으로 시위대가 몰려들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홍콩 마사회는 호 의원에게 자발적인 출전 취소를 요청했으나, 호 의원이 이를 단호히 거부하자 결국 경마 경기를 취소했다.
해피밸리 경마 경기가 태풍 등으로 취소된 적은 있지만, 정치적 혼란을 이유로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경기 취소에 따라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경마 경기의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또 홍콩 정부는 전날 "최근 사태로 공공 안전이 우려된다"며 10월 1일 국경절 불꽃놀이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매년 10월 1일 밤 홍콩 도심과 맞닿은 항만인 빅토리아 하버에서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열리는데 이는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였다. 빅토리아 하버 양안에서 불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은 매년 30만 명에 달한다.
홍콩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국경절 불꽃놀이를 취소한 것은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이 벌어졌던 지난 2014년 이후 5년 만이다.
지난 2009년 신중국 건국 60주년 때는 국경절을 전후로 많은 퍼레이드와 축제, 콘서트 등이 홍콩에서 열렸으나, 올해는 송환법 반대 시위 사태로 인해 관련 행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해피밸리 경마 경기와 국경절 불꽃놀이 취소 등은 그렇지 않아도 먹구름이 드리운 홍콩 관광산업 종사자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10월 1일 건국절 전후의 5일 연휴 '골든 위크'는 최대 관광 성수기 중 하나이다. 하지만 시위대의 반중국 성향이 뚜렷해지자 중국 본토 관광객들이 홍콩 관광을 기피하고 있어 올해는 '조용한' 골든 위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골든 위크 기간에 홍콩을 찾은 중국 본토 관광객 수는 120만 명에 달했다.
홍콩 방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지난달 호텔 객실 점유율은 60%에 불과해 지난해 같은 달 90%에서 폭락했으며, 이달에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관광, 호텔, 소매업계에서는 해고, 무급휴가 등이 잇따르고 있다.



시위 사태의 해결을 위해 다음 주부터 시민과 대화에 나서기로 한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전날 총 458명 구의원과 대화를 계획했다.
하지만 대화가 예정된 현장에 나타난 구의원은 전체의 5분의 1가량인 98명에 불과해 대화 정국 해법을 모색하려는 캐리 람 장관의 시도에 찬물을 끼얹었다.
민주당, 공민당 등 야당 소속 구의원 대부분은 대화를 거부했으며, 친중파 구의원 중에서도 절반 이상이 대화에 불참했다.
친중파 구의원 중 상당수는 오는 11월 24일 구의원 선거를 앞두고 시위대에 유화 제스처를 보이는 캐리 람 장관에 동조할 경우 친중파 지역민이 등을 돌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날 대화에 참석한 구의원들은 캐리 람 장관에게 모욕과 위협이 있더라도 시위대 등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젊은이들과 소통할 것을 촉구했으며, 캐리 람 장관도 이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전날 송환법 반대 시위의 중심지인 빅토리아 공원에는 수백 명의 유럽 축구팀 팬들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시위 주제가인 '홍콩에 영광을'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면서 정부에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 수용을 촉구했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 송환법 공식 철회 ▲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홍콩의 9개 유럽 축구팀 팬클럽은 경찰의 시위대 강경 진압을 비난하면서 경찰관의 팬클럽 가입 등을 거부하고 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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