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보이콧' 정치 대립에 번민하는 이란 운동선수들

입력 2019-10-31 07:00  

'이스라엘 보이콧' 정치 대립에 번민하는 이란 운동선수들
이란, 이스라엘 선수와의 경기 막으려 노골적 압력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중동의 정치적 대립이 스포츠계에 '이스라엘 보이콧'으로 불리는 관습을 초래, 선수들을 번민에 빠뜨리고 있다. 중동 체육계의 '이스라엘 보이콧'은 내년 도쿄(東京)올림픽에도 그림자를 드리울지 모른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30일 지적했다.
지난 8월 도쿄에서 열린 세계유도선수권대회 81㎏급 경기에서 전 대회 우승자인 이란의 사에이드 몰라에이(27)는 갈등에 시달리다 눈물을 보였다.
국제유도연맹(IJF)에 따르면 몰라에이 선수가 승리를 거듭하자 모국인 이란으로부터 '기권하라'는 지시가 여러차례 전해졌다. 이란의 적인 이스라엘 선수와 대전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란을 비롯한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이 자국 선수와 이스라엘 선수의 대전을 기피하는 건 국제대회에서의 대전이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도 있다.
유도뿐만 아니라 이란은 대부분의 스포츠에서 이스라엘과의 경기를 금하고 있다. 몰라에이 선수가 지시를 어기고 준결승까지 진출하자 압력은 더욱 노골화했다. "가족의 집에 치안부대가 가 있다"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
몰라에이 선수는 준결승에서 패했다.


대회 후 그는 이례적으로 정부에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나는 파이터다. 대전을 허용하지 않는 국가에 속해 있을 뿐이다.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몰라에이는 이 성명을 끝으로 귀국하지 않고 독일에 머물고 있다.


이란 측은 압력을 가한 사실을 부인했으나 IJF는 조사과정을 거쳐 이달 22일 이란 유도연맹에 "이스라엘 대표선수와의 경기를 받아들일 때까지 모든 대회 출전정지" 조치를 내렸다.
올해 대회에서는 이스라엘의 사기 무키 선수가 우승했다. 최대 라이벌과 대결하지 않은 채 딴 금메달을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운동선수로서 정치에 관해 이야기해야 할지 망설였지만 미래를 바꾸는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아사히의 취재에 응했다는 무키 선수는 "내게는 두가지 꿈이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과 몰라에이 선수와 겨뤄보는 것"이라고 한다. "누가 이겨도 좋다. 경기 자체가 세계평화에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이 대전한 적은 없다. 금년 2월 그랜드슬램 파리대회에서도 경기 직전 몰라에이 선수가 패해 물러났다. 몰라에이 선수는 나중에 "부상한 척 했다"고 밝혔다. 도쿄에서 우승한 며칠 후 무키 선수의 인스타그램에 몰라에이선수에게서 처음으로 메시지가 올라왔다. "축하한다. 챔피언"이라는 내용이었다.
"당신은 인간으로서, 또 운동선수로서도 훌륭한 사람이다". 무키 선수가 이런 답신을 보내자 두 사람의 교신에 수천개의 '좋아요' 댓글이 달렸다. 몰라에이는 앞으로 난민팀 등으로 도쿄올림픽 출전을 모색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체육계에 대한 몰라에이 선수의 '이의제기'는 이란 국내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트위터에서는 이란 체육계에 항의하는 투고가 확산했다. 남장차림으로 축구시합을 관전하려다 체포된 여성이 분신자살한 사건도 반발 확산에 일조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의 자스 지무트 연구원(이란 정치)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정치적 이유로 이란 선수가 메달을 빼앗길 필요는 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도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는 비관적이다. "이란 정부는 여성의 축구관전은 허용하더라도 이스라엘과의 경기는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반 이스레엘은 이슬람 혁명의 원칙인 만큼 현체제가 원칙을 양보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게 그의 의견이다.
올림픽헌장은 평화와 차별금지,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올림픽 때마다 이스라엘 대표와의 대전이나 악수 거부, 버스동승 거부 등의 사례가 보도되고 있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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