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봉준호의 디스토피아에서 살고있다"…NYT 집중조명

입력 2019-10-31 11:07  

"우리는 봉준호의 디스토피아에서 살고있다"…NYT 집중조명
"'기생충'은 올해의 영화, 봉준호는 세기의 감독" 극찬
"봉준호, 타락한 인간성을 심도있게 인간적인 시선으로 그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가슴을 얼얼하게 만드는 '기생충'이 왜 올해의 영화인지를 알고 싶다면, 타락한 인간성을 심도 있게 인간적인 시선으로 조명해온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을 살펴보길."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올해의 영화'로 꼽으면서 봉 감독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했다.
신문은 "한국에서 7천만 달러를 벌어들인 '기생충'은 한국 사회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논쟁을 이어가게 했다"며 "비슷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미국에서도 '기생충'으로 봉준호는 소수 마니아가 열광하던 감독에서 세계적인 일류 감독으로 도약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봉 감독은 이제는 많이 희미해졌지만 그럼에도 영화에서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평등한 사회를 향한 약속'(democratic promise of movies)에 다시 불을 지피는 방식으로 사회적 의식과 오락성을 결합한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기생충'이 내년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뛰어넘어 작품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면서 "'기생충'은 호러와 풍자, 비극이 혼합된 현대판 우화로, 한국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나 벌어지고 있는 계급투쟁에 대한 날카로운 교훈을 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문은 "봉 감독은 사실적이지 않은 추적·싸움 장면을 연출하는 것을 즐기지만 사람의 심리나 영화적 공간을 놓고는 장난을 치지 않는다"면서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의 액션과 리액션은 종종 놀랍지만 절대 말이 안 되는 게 아니다. 그의 인물들은 중력과 밀도, 우아함과 어느 정도의 우둔함을 겸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YT는 봉 감독이 연출한 7편의 영화를 훑으면서 '기생충'이 '괴물', '설국열차', '옥자'에 비해서는 좀 더 현실적이며, 그의 초기작인 '플란다스의 개'나 '살인의 추억'과 좀 더 가깝다고 평했다.
그러나 신문은 "봉 감독의 작품을 장르나 스타일로 구분하는 것은 그가 견지해온 독창성과 일관성 두 가지를 모두 잃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문은 "봉 감독의 영화는 대담하고 밝으며 풍부한 색깔과 분명한 연기(연출)로 채워진다"면서 "재미있고 서스펜스가 넘치며 간간이 액션신이 끼어들어 극장에서 지루해하던 관객들마저 자세를 고쳐잡고 헉하고 숨을 참게 만든다"고 극찬했다.
'기생충'에는 그러한 장면이 최소한 6번 등장하며, 그중 가장 전율하게 만든 장면은 아마도 주인집 사람들이 뒷마당 텐트에서 캠프를 할 때 거실 커피 테이블 아래 세 명이 몸을 숨기고 있던 장면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봉 감독이 블록버스터적 기법을 이용해 예술영화를 만든다고 말할 수도, 혹은 그 반대라고 말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봉 감독의 진정한 성취는 그런 안이한 구분을 뒤죽박죽으로 만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봉 감독 작품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진정성일 것"이라며 "악의와 게으름, 자기기만의 연대기 속 깜빡이는 따뜻한 인간애가 그것"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기생충'을 올해의 영화로 만들고, 봉준호를 세기의 감독으로 만드는 것은 인생을 판타지인 동시에 사실적으로 그리고, 대단히 은유적이면서도 동시에 통렬하게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성공한 덕분"이라고 극찬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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