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페미니즘·동성애는 극단주의"…논란 일자 입장 번복

입력 2019-11-13 10:50  

사우디 "페미니즘·동성애는 극단주의"…논란 일자 입장 번복
페미니즘 등을 극단주의로 분류한 국가기관 영상 논란…비판 여론에 영상 삭제
인권단체 "반인권적…정부 비판 목소리 억압하려는 시도" 반발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국가안보기관이 페미니즘, 동성애, 무신론 등이 극단주의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가 항의에 직면하자 입장을 번복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국왕 직속의 안보 기관은 지난 8일 공식 트위터 계정에 "극단주의와 왜곡은 용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은 "그 어떤 가치라도 조국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지나치게 추구하는 것은 극단주의적"이라고 단언하며, 페미니즘, 동성애, 무신론을 포함한 수십 가지 항목을 극단주의의 사례로 들었다.
친정부 일간지 알와탄은 관련 보도를 통해 이런 '극단주의적 태도'가 태형과 구속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인식이 반인권적이라는 비판이 소셜네트워크(SNS)를 중심으로 잇따르자 안보 기관은 나흘 후인 이날 문제의 영상을 삭제했다.
안보 기관은 성명을 통해 해당 영상에는 극단주의를 정의하는 데 몇 가지 실수가 담겼으며, 제작자들은 허가받지 않은 개인들이었다고 해명했다. 알와탄 역시 관련 보도를 내렸다.
이라크와 레바논 등 이웃 국가들이 개혁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흔들리는 가운데, 이번 일은 사우디 당국 역시 비판의 목소리를 억압하려 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필리프 나시프 국제앰네스티 중동·북아프리카 담당 국장은 "(사우디 당국이) 이런 발표를 통해 여권 신장, 동성애 등의 이슈와 관련된 논의에 참여한 활동가들에게 경고를 보내려는 것 같다"라며 "사우디에서 증가하고 있는 변화를 향한 움직임을 가라앉히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현지 인권 운동가인 하라 알도사리 역시 영상에 페미니즘이 포함된 것을 두고, 이미 사우디 여성들이 겪는 차별을 제도화하려는 정부의 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서사'(내러티브)를 주도하려는 것으로, 페미니즘은 국가가 소유하며 의제 설정의 주체는 여성과 활동가들이 아니라 지도자들임을 명확히 하려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017년부터 사우디 실권자로 행세해온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이슬람 율법 적용 완화 등 각종 사회 개혁 조처를 통해 외국인 투자와 관광객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그는 여성이 남성 보호자 없이 운전하거나 여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을 작년에 폐지하는 등 개혁적 움직임을 보이긴 했지만, 일각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변화만 허용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가 여성 운전 금지 규정을 폐지하기 몇 주 전, 수년간 관련 캠페인을 벌인 운동가들을 구속한 것은 정부 뜻에 맞는 개혁만 가능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AP는 분석했다.

yo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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