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국민연금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독립성·투명성 담보돼야

입력 2019-11-13 14:29  

[연합시론] 국민연금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독립성·투명성 담보돼야

(서울=연합뉴스) 보건복지부가 13일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의 행사 요건 구체화와 관련한 공청회를 열면서 '국민연금 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과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권행사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작년 7월부터 시행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가 의결권 참여의 길을 텄다면 이번 가이드라인은 주주 가치를 해치는 '나쁜 기업'에 대한 경영 개입의 발동 기준과 범위를 명확히 설정한 것이다. 복지부는 이달 말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가이드라인을 최종적으로 확정해 시행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연금의 주인인 국민 이익 관점에서 경영 실적보다 배당이 지나치게 적거나 임원 보수 한도를 과도하게 책정한 기업, 횡령·배임·부당지원과 경영진이 사익편취 등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하거나 주주 권익을 침해한 기업에 대해 정관변경, 사외이사 선임, 이사해임 등을 주총에서 요구하기로 했다. 또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이사나 감사 선임을 반대했는데도 대주주가 이를 강행하거나 사회적 책임투자 평가 결과 C등급 이하에 해당하는 경우도 경영 참여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국민연금의 의결권 참여가 확대되면서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상장 기업과 시장참여자들이 느꼈던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평가할만하다. 국민연금이 주총에 참여해 반대의결권을 행사한 비율은 예년의 10% 안팎에서 올봄 주총 시즌에는 20% 선 가까이 높아졌다. 과거 '주총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의결권을 활발하게 행사하면서 상장 기업의 주총 문화에 큰 변화를 몰고 왔고, 재벌 대기업의 황제경영, 방만 경영에 브레이크를 거는 등 기업의 경영 투명성 제고에 긍정적 효과를 발휘했다. 국내 상위권 대기업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경영 감시와 견제, 개입을 강화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업들의 경영 건전성을 높이는 압력이 된다. 국민연금은 세계 3대 연기금으로 기금운용 규모는 시가 기준 약 700조원이며, 2024년 1천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금 운용을 책임진 국민연금이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상법이 보장한 의결권 행사에 참여해 주주 이익을 지켜야 하며 이런 관점에서 투자 기업의 경영 과오나 기업 가치 훼손을 막아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달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이 정부의 통제와 감독, 관리하에 있다는 점 때문에 경영 참여 대상 기업 선정이나 개입의 강도 등 의결권 행사 때 독립성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정권의 입김이나 여론에 따라 주주권 행사의 대상이나 내용이 오락가락할 수 있고, 기업 경영에 세세하게 개입하다 보면 정당한 주주권 행사와 과도한 경영 간섭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기업의 경영이 위축되고 기업가의 의욕을 꺾을 가능성도 있다. 재계는 이번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배임과 횡령 등의 법 위반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이사해임 제안 요건 등을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기업 경영을 하다 보면 경영진이 뜻하지 않게 다툼의 여지가 큰 배임 등에 연루될 수도 있는데 이때마다 국민연금이 최고경영자(CEO) 등 이사의 해임을 요구한다면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가치 훼손이나 주주권익 침해, 평가등급이 부여될 사회적 책임투자의 개념과 기준 등에서 불명확하고 자의적인 부분은 없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이드라인 확정 전 기업 등 시장참여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개선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수용하길 바란다.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 결정이 권위를 갖고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의 투명성과 독립성이 높아져야 한다. 특히 기금 내에서 의결권 행사의 방향과 내용을 결정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외부 영향에 좌우되지 않도록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가이드라인에 쏠린 우려를 고려해 국민연금이 경영 참여 의결권을 행사하기에 앞서 몇 단계에 걸쳐 먼저 기업과 충분한 대화를 하되 개선되지 않을 경우 제한적으로 행사하기로 했는데 투명한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절제 있는 적용을 통해 이 제도가 과도한 기업 옭아매기라거나 특정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통로'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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