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바다에서부터 감염병 철통 방어"…부산항 승선검역 현장

입력 2019-11-27 12:00  

[르포] "바다에서부터 감염병 철통 방어"…부산항 승선검역 현장
갑판에 올라 선원 체온 확인부터 주방·화장실까지 샅샅이 훑어
부산 24시간 선박검역…"검역증 교부 전에는 누구도 내릴 수 없어"


(부산=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25일 오전 국립부산검역소 검역관들을 태운 세관 감시정이 부산 남외항 먼바다로 출발했다.
감시정은 항구에서 약 20㎞ 떨어진 'N-5 검역지'로 진입해 노란깃발을 매단 4만t급 벌크선 '티나4'를 찾았다. 일본에서 출발해 부산에 정박하려는 이 배는 '승선검역' 대상이다.
해상 급유를 위해 철제사다리가 선박 옆면에 설치된 덕분에 검역관은 비교적 수월하게 배에 오를 수 있었다. 보통은 좌우로 흔들리는 줄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려야 한다. 이 배는 수면에서 갑판까지의 높이가 건물 3∼4층 정도이지만, 15만t급 크루즈는 그보다 훨씬 높아 위험에 항시 대비해야 한다.
특히 파도가 심하게 치는 날은 사다리에서 떨어져 배 밑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검역관에게는 어둠보다 파도가 더 무서운 존재다. 실제 검역관이 이런 사고로 사망하기로 했다.
배에는 선장을 포함해 필리핀 국적 선원 19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검역관은 우선 선장으로부터 선박보건상태신고서, 승무원명부, 건강상태질문서, 항해일지, 선박위생관리증명서를 받아 확인하고, 선원 전부를 선장실로 불러 체온을 쟀다.

강태호 검역관은 "감염병은 기본적으로 발열을 동반하기 때문에 체온 확인이 검역의 시작"이라며 "콜레라와 페스트 등 검역감염병이 강하게 의심되는 상황이 생기면 증상자를 검역소나 병원으로 이송해 격리하고, 접촉자 격리 차원에서 선박에도 이동금지 명령을 내린다"고 말했다.
다행히 체온이 37.5도 이상인 선원이 발견되지 않았다. 주방과 식품보관창고, 화장실 점검에서도 모기, 바퀴벌레, 쥐 같은 감염병 매개체가 서식한 흔적은 없었다.
검역관들은 도마와 세면대 등에서 환경 검체를 채취했는데, 이후 배양검사에서 식중독 등 질병을 일으킬만한 세균이 나오면 소독 명령이 내려진다. 의무실 기록에서도 감염병 증상을 보인 선원은 없었다.
전체 선원의 건강과 배의 위생이 양호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선장에게 '검역증'이 발급됐고, 노란깃발도 내려갔다. 티나4호는 계획대로 입항하게 된다.
검역은 2인1조로 수행한다. 바다 위에서 이뤄지는 승선검역을 수행하려면 안전모에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병원체를 방어해 줄 마스크와 장갑도 껴야 한다. 좁고 후텁지근한 선내를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몸은 땀에 젖고 시간은 1시간이나 훌쩍 지났다.

부산검역소 관할 부산항에는 연간 2만3천여척이 드나들고 이 가운데 승선검역을 받는 배는 4천600척가량이다.
승선검역은 '검역감염병 오염지역'에서 입항하는 선박이 받는다. 오염지역은 검역감염병 중에서도 콜레라와 페스트, 황열, 동물 인플루엔자 인체감염증,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폴리오, 에볼라 등 7종이 발생한 지역으로, 현재 총 66개국이다.
'비오염지역'에서 들어오는 배는 기본적으로 '전자검역'을 받는다. 선장이 신청서를 내면 검역소가 출항지와 적재화물, 위생증명서, 환자 여부 등을 서류로 심사해 전자검역증을 교부한다.
비오염지역에서 출발했더라도 검역감염병 환자나 매개체, 오염된 화물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등에는 '불합격'을 통보하고 승선검역을 실시한다.
이날 티나4호는 비오염지역인 일본에서 출발했지만, 보건위생관리기준에 따라 승선검역 대상으로 분류됐다.
김인기 국립부산검역소장은 "외국에서 들어오는 배는 반드시 노란깃발을 게양하고 검역을 받아야 하고, 검역증을 받기 전에는 검역관과 도선사 이외에는 누구도 탑승할 수 없다"며 "부산은 해상을 통해 국내로 감염병이 유입되는 일이 없도록 24시간 검역체계가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withwi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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