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민단중앙본부, 간토대학살 주제 인권세미나 개최

입력 2019-12-04 20:41  

재일민단중앙본부, 간토대학살 주제 인권세미나 개최
'조선인 학살 없었다'는 역사수정주의 비판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재일민단중앙본부 인권옹호위원회는 4일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한국중앙회관에서 재일한국인법조포럼(회장 이우해)과 공동으로 '1923년의 간토(關東) 대학살과 역사 수정주의'를 주제로 한 인권세미나를 열었다.
간토 대학살은 1923년 9월 1일 도쿄와 요코하마를 포함하는 간토 지역에 규모 7.9의 초강력 지진이 발생해 10만여명의 인명피해가 난 뒤 극도의 혼란 속에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조선인 수천 명이 자경단원 등의 손에 학살당한 사건이다.
당시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도쿄 스미다(墨田)구 요코아미초(橫網町) 공원에 1973년 세운 비문에는 '6천여명'이 희생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논픽션 작가로 활동하는 가토 나오키(加藤直樹) 씨는 최근 들어 일본에서 간토대지진 때의 조선인 학살이 없었다는 역사수정주의가 퍼지고 있다면서 그 대표적인 사례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 등 일부 정치인들의 학살 부정 발언을 들었다.
고이케 지사는 간토 대학살과 관련, 취임 이듬해인 2017년 9월 26일 도의회 답변을 통해 "이 건은 다양한 내용이 사실(史實)로 씌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이 명백한 사실(事實)인지를 역사가가 밝혀내야 한다고 본다"며 이런저런 의견이 있다는 이른바 제설(諸說)론을 제기했다.
고이케 지사는 그 후로 일본 시민단체들이 매년 9월 1일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여는 조선인 희생자 추모 행사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고 있다.
가토 씨는 "학살 부정론은 작가인 구도 미요코(工藤美代子)가 2009년 산케이신문을 통해 출판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의 진실'이라는 책이 뿌리가 됐다"면서 이런 책이 잇따라 출간되면서 제설론이 기승을 부리는 토양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살 부정론자들은 여러 설이 있다는 구도를 만들어 실체적 진실을 약화하는 효과를 노린다고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교과서나 추도비 등에서 관련 내용이 점차 사라지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잊히게 된다는 것이다.



가토 씨는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학살 사실(史實) 알리기, 관련 사료 발굴하기 및 희생자 추모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학살 부정론이나 제설론에 현혹되지 말고 즉각 반박할 수 있는 사회적 저변을 넓혀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토 씨는 일본 사회에서 학살 부정론이 힘을 얻게 되면 대형 자연재해로 사회적 혼란이 생겼을 때 '마이너리티'(소수세력)가 또 다른 폭력의 희생양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저널리스트인 와타나베 노부유키(渡邊延志) 씨는 간토대지진 때 계엄령이 발령된 뒤 '조선인이 온다' '무기를 뺏어라' '죽여도 좋다'는 뜬소문이 나돌았던 것으로 확인된다면서 그런 유언비어가 퍼진 배경을 3·1 독립운동과 재일 조선인 인구 변화에 연관을 지어 분석했다.
1919년의 3·1 독립운동 영향으로 당시 일본에선 식민지배를 따르지 않는 조선인에 대해 '후테이'(不逞·뻔뻔스럽다는 뜻)라고 하는 사회적 기류가 형성됐고, 재일 조선인 인구가 급증(1911년 2천257명→1923년 8만415명)한 것에 대한 경계감도 팽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와타나베 씨는 그런 배경으로만 무차별적인 살육이 일어날 수는 없는 일이라며 1894년의 동학농민전쟁 등 옛 일본군이 개입했던 일련의 역사적 사건에도 주목했다.
그는 옛 일본군이 진압군으로 나선 동학농민전쟁으로 3만~5만명의 조선 농민이 죽임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관련 공문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간토대지진 당시 피해 지역에서 활약한 약 3천명의 자경단원은 동학농민전쟁 이후 수많은 일제의 전쟁을 겪은 종군 경험자들이라며 그 점도 대규모 학살이 일어나게 된 하나의 배경으로 분석했다.
그는 또 당시 대지진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정신 이상 상태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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