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정치권도 노사도 글로벌 경제흐름에 역행해선 안된다

입력 2019-12-30 11:49  

[연합시론] 정치권도 노사도 글로벌 경제흐름에 역행해선 안된다

(서울=연합뉴스) 경제단체장들이 새해를 앞두고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신년사나 기자간담회를 통해서 한해를 되돌아보며 느꼈던 소회를 토로하거나 새해에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 작심하듯 비판에 나서는 일도 주저하지 않았다. 경제단체장들의 날 선 목소리에는 세계 경제 흐름의 새로운 변곡점을 지나는 4차 산업혁명의 와중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의 혁신 노력을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는 생각이 절절히 배어 있다. 경제 분야에서 국민들이 수긍할만한 가시적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마당이어서 새해에는 정부나 정치권이 이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새겨듣고 정치적 이념이나 당리당략보다는 세계 경제의 흐름에 걸맞은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할 것 같다. 경제계도 자신의 입장만을 호소하는 차원을 넘어 기업 우선주의의 구시대적 사고 틀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의결구조를 확립하길 바란다. 국민은 경제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지만, 온갖 갑질과 불법을 일삼아 온 것도 모자라 남매간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한진그룹 일가의 모습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경제계는 깨달아야 한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최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경제를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했다. 점점 온도가 올라가는 냄비 속에 개구리가 처음에는 위험한 줄 모르다가 결국 죽고 만다는 이야기다. 지금의 우리 경제는 '앗 뜨거워'하고 강하게 느끼기 시작한 개구리와 같다고 했다. 정부가 정책 수단을 동원해 고용 등 거시경제 숫자는 잘 관리하고 있지만, 성장의 정부 기여율(75%)이 높아지고 민간 기여율(25%)이 줄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부보다는 민간기여 부분이 높아져야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산업의 쌀'로 불리는 '데이터 3법'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막히는 것을 보고 울분이 올랐다고도 회상했다. 올해만 해도 국회를 15번이나 찾아 규제혁신을 호소했다는 것을 회상하는 대목에서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고 한다. 손경식 한국 경총 회장은 미리 공개한 내년 신년사에서 "정책 기조가 기업의 활력 제고로 전환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는 문제는 종합적이고 장기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상의 회장의 '냄비 속 개구리'에 빗대자면 냄비 속의 물이 뜨거워지면 개구리가 죽을 수도 있으니 최소한 규제의 온도를 더는 올려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도 새로운 시대는 '위기이자 도전 기회'라며 과감한 규제혁신을 주문했다.

지금 세계 경제의 흐름을 보면 경제계의 목소리를 엄살로만 치부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미·중 무역전쟁의 이면에는 단순한 무역역조 개선 보다는 4차 산업 시대 경제 패권 다툼의 의미가 더 짙게 깔려 있다. 글로벌경제 슈퍼파워인 두 나라가 서로 물꼬의 방향을 자국 쪽으로 유리하게 틀어놓기 위해 상대국을 어렵게 하고, 견제하려는 것이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이라는 지적은 이제 낯설지 않다. 4차 산업혁명 선두주자들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가총액은 각각 한국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시가총액과 맞먹는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 어떡하든 선두그룹에 진입하려는 신흥국가들의 노력은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이런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과감한 정책 혁신이 필요한 때다. 힘이 합쳐져 한 방향으로 작용할 때 시너지 효과가 나온다. 경영계는 글로벌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면 수레의 양축인 노사 상생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