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친이란 세력 美대사관 공격…美, 이란 배후 지목(종합3보)

입력 2020-01-01 04:29  

이라크 친이란 세력 美대사관 공격…美, 이란 배후 지목(종합3보)
美대사관 문 부수고 진입해 방화…美 외교관 대피·경비병력 증파
美, 40년전 주테헤란 미대사관 공격 '악몽'에 "무력대응" 주문




(테헤란·워싱턴=연합뉴스) 강훈상 백나리 특파원 =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 카타이브-헤즈볼라를 폭격한 미국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31일(현지시간) 오전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을 공격했다.
자국의 국민과 시설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이 이날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즉시 지목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이날 오전 수천명 규모의 시위대가 미 대사관 앞에 모여 반미 구호를 외치고 성조기를 태웠다. 시위 분위기가 과열되자 수십명이 5m 높이의 대사관 철문을 부수고 공관 안쪽으로 진입해 입구 부분에서 불을 질렀다.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이 로켓포 등 원거리 공격이 아닌 시위대에 습격당한 것은 처음이다.
대사관을 지키던 미 해병대는 최루탄과 섬광탄으로 대응했다.
흥분한 시위대는 대사관 앞 경비초소를 불태우고 감시 카메라를 부쉈다. 이들은 "미국에 죽음을, 미국은 사탄이다"라는 구호와 함께 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이들은 카타이브-헤즈볼라를 지지하는 시민과 조직원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시위대 일부는 이 조직의 군복을 입고 참여했다.
이날 난입으로 미국 대사관 측 인명피해는 없었고 이라크 군경이 시위대를 해산하면서 부상자 10여명이 발생했다.
시위대는 방호벽이 여러 겹 쳐진 미 대사관의 중심부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으나 밤늦게까지 해산하지 않았다.
미 국무부는 "대사관의 미국인은 안전하며 소개령을 내릴 계획은 없다"며 "개인적인 용무 때문에 대사관을 떠났던 미국 대사가 복귀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대사관 직원들이 공관의 안가로 대피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친이란 세력의 자국 대사관 습격을 이란의 책임으로 단정하고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란은 미국 민간인을 죽였다. 우리는 강력하게 대응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오늘 이란은 이라크의 미 대사관 공격을 조직했다. 그들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다. 이라크 정부는 미 대사관을 지키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길 바란다"라고 주장했다.
이란 외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즉각 '뻔뻔한 거짓'이라고 부인했다.
요새와 같은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의 구조상 시위대가 본관에 접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미국으로선 40년전 악몽과 같은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 인질 사태가 '오버랩' 될 법한 장면이었다.
이란 이슬람혁명이 일어난 1979년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을 강경파 대학생들이 점거해 444일동안 미국 외교관과 직원 52명을 인질로 삼고 강경 반미 신정국가의 수립을 알렸다.
2012년 9월에는 리비아 벵가지의 미국 영사관이 이슬람 무장단체의 공격을 받아 미국 대사 등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해병대 병력이 바그다드의 미국 대사관으로 추가 배치되고 있다면서 이라크 정부에 미국인 보호 지원을 촉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된 동영상을 보면 미군 아파치 헬기가 밤까지 대사관 상공을 조명탄을 쏘면서 경고 비행했다.
반미 시위대가 미 대사관 앞까지 도달한 과정도 이례적이다.
미 대사관은 경비가 삼엄한 그린존 구역 안에 있지만, 이날 시위대는 그린존 경계를 별다른 제지없이 통과해 평소에는 접근할 수조차 없었던 미국 대사관 앞에서 집결했기 때문이다.
그린존 경비는 이라크 군경이 담당한다. 그간 그린존 경비 부대는 정부 청사와 외교 공관이 모인 그린존에 반정부 시위대가 접근하려 하면 이를 강력하게 막았지만 이날은 이례적으로 시위대가 '무사통과'했다.
시위대에는 시아파 민병대의 지도자급 인사와 이라크 고위 관리도 있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아델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는 시위대에 미 대사관을 떠나라고 촉구했고 대사관을 난입하는 일이 벌어지자 이라크 군경도 뒤늦게 시위대를 진압했다.


미국은 27일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키르쿠크의 군기지에 로켓포 30여발이 떨어져 미국 민간인 1명이 죽고 미군이 다치자 이 공격의 배후를 카타이브-헤즈볼라로 지목하고 29일 이 조직의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 지대 기지 5곳을 전투기로 폭격했다.
이 공격으로 이 조직의 고위 인사 4명 등 25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쳤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31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미국은 이란의 공격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라는 글을 올려 미국인이 죽은 로켓포 공격의 주체를 이란으로 규정했다.
이어 미군의 폭격과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스라엘 등 중동의 친미 국가 지도자와 통화해 이란의 위협에 공동 대처하자고 뜻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이번 폭격으로 이라크에서 석 달간 이어진 반정부 시위의 기류도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간 반정부 시위는 대체로 이란에 우호적인 현 정부의 실정과 무능, 부패를 규탄하고 이란의 내정간섭을 반대한다는 흐름이었던 터라 정부를 지지하는 친이란 세력은 전면으로 나서지 못한 채 수세적이었다.
시아파 민병대가 반정부 시위대에 총을 쏘고 구타하는 등 공격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하지만 미국의 폭격으로 시아파 민병대 등 이라크 내 친이란 세력은 이런 분위기를 반전할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시아파 민병대가 사조직이 아니라 이라크 정부 산하의 공권력인 만큼 이라크 정부가 반대했는데도 이라크 영토 안에서 군사작전을 강행한 미국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라크 정부도 미국의 이번 공격이 주권 침해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라크 정부로서는 자국 영토가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장이 되는 상황을 피해야 하는 처지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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