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40년 원한…무력충돌 국면 진입한 미국·이란

입력 2020-01-08 15:47   수정 2020-01-08 18:42

얽히고설킨 40년 원한…무력충돌 국면 진입한 미국·이란
팔레비 왕조 때는 우방…이슬람 혁명 이후 앙숙 관계
오바마 정부 시절 잠시 해빙…트럼프 정부서 관계 급속악화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 40여년 앙숙 관계인 미국과 이란이 결국 무력충돌 국면으로 진입했다.
미국이 이란 이슬람 혁명 1세대이자 군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살해하자, 이란이 8일(현지시간) 보복 공격에 나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보복을 감행하면 52곳의 표적을 타격하겠다고 말했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숫자 '290'도 기억해야 한다"며 복수를 예고했다.
'52'는 이란 시위대가 1979년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 점거 사건 당시 444일간 억류됐던 미국인 숫자이고, '290'은 1988년 미 해군 소속 이지스함이 이란 항공 여객기를 공군 전투기로 오인해 격추했을 때 숨진 희생자들의 숫자다.
이는 양국의 원한 관계가 뿌리 깊게 얽혀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 '친미 노선' 이란 팔레비 왕조…이슬람 혁명 전까지 미국의 우방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전까지만 해도 대표적인 친미국가였다.
1921년 쿠데타로 집권한 레자 칸이 팔레비 왕조를 창건했던 1925년부터 미국과 이란은 우방이었다.
팔레비 왕조는 미국의 도움으로 서구식 근대화를 추진했고, 미국은 이란을 통해 중동 오일 확보의 안전판을 구축했다.
특히 미국의 손을 빌려 권좌에 올랐던 팔레비 2세는 친미 노선을 극대화했고, 이때의 이란은 '페르시아만의 경찰'로 불릴 정도였다.
하지만, 41년 전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주도한 이슬람 혁명은 양국 관계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 호메이니의 이슬람 혁명, 美·이란 악연의 시작

두 나라 악연의 시작은 1979년 2월 11일 호메이니가 주도한 이슬람 혁명이다.
혁명에 성공한 호메이니는 팔레비 왕조를 부패한 친미정권으로 몰아붙였고, 반미 노선을 국시로 내걸었다.
급기야 1979년 11월 4일 발생한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 점거 사건은 양국 관계를 회복 불능으로 만들었다.
이란 대학생들이 미국에 팔레비 2세 시신 인도를 요구하며 미 대사관을 점거, 인질 52명을 잡고 대치했고, 이듬해 4월 7일 미국은 이란과 단교했다.



◇ 이란·이라크 8년 전쟁과 부시의 '악의 축' 선언

1980년부터 8년간 진행된 이란·이라크 전쟁은 양국 관계를 완전히 돌아서게 했다.
이슬람 원리주의 확산에 경계심을 느낀 미국이 이라크 편에 섰기 때문이다.
미군은 이 기간 이란 군함과 유조선을 폭파했고,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에 무기를 제공했다.
여기에다 이란·이라크 전쟁 마지막 해에 터진 이란 여객기 폭파 사건은 이란 사람들의 가슴에 복수라는 두 글자를 아로새겼다.
미국은 1996년 8월 이란과 리비아를 테러 지원국으로 분류, 이들 국가의 원유와 가스 개발 투자를 금지하는 경제 제재에 착수했다.
특히 1989년 출범한 공화당의 조지 H.W. 부시 정권은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정면 대결을 선언했다.
2003년 이란의 핵기술 개발이 알려지자 미국은 이슬람 원리주의에 기반한 이란의 핵무장을 막기 위해 총력 저지에 나섰고, 2006∼2008년 이란 핵 제재 유엔 결의안을 여러 차례 통과시켰다.



◇ 오바마 정부서 한때 해빙…트럼프 정부서 급속도로 관계 악화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에는 한때 해빙 무드도 형성됐다. 2015년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은 이란과 핵 합의를 맺었고, 대(對)이란 투자 분위기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며 다시 양국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2019년 핵 합의 파기, 이란 제재 복원, 이란 혁명수비대 테러 집단 지정 등 강경 조치에 들어갔다.
그러자 이란은 작년 5월 핵 활동 재개 준비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경고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 무렵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노르웨이 유조선 등은 의문의 기뢰 공격을, 사우디 석유 시설은 드론 공격을 당했고, 미국은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작년 6월에는 미국의 드론이 이란 혁명수비대에 격추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 공습을 승인했지만, 막판에 이를 철회했다.
하지만, 작년 말과 새해 초 ▲이라크 미군 기지에 대한 로켓포 공격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에 대한 미국의 폭격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의 이라크 주재 미 대사관 공격이 이어지며 위기감은 급속도로 확산했다.
급기야 미국은 지난 3일 드론 공습을 통해 대미 항전의 지휘관인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제거했고, '피의 복수'를 다짐한 이란은 이날 보복전에 나섰다.
jamin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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