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대일로 현장] ①해상 실크로드 기점 푸젠성

입력 2020-01-09 07:00  

[中 일대일로 현장] ①해상 실크로드 기점 푸젠성

[※ 편집자 주 = 중국은 2010년께 일본을 앞질러 미국에 이은 G2(주요 2개국) 경제대국으로 도약했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한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국가사업으로 추진하면서 국제무대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려 한다. 일대일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역점사업으로, 세계의 무역·교통망을 연결해 중국 주도의 경제 벨트를 구축하려는 구상이다. 중국 정부는 새해 초 한국을 비롯해 러시아,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키스탄, 타지키스탄, 이집트 등 10여 국가 언론 매체를 초청해 중국 남부 광둥(廣東)·푸젠(福建)성의 일대일로 현장을 취재할 기회를 제공했다. 연합뉴스는 [中 일대일로 현장]이라는 제목으로 4꼭지의 관련 기사를 송고한다.]

정화 남해원정 시대의 '해상 실크로드' 재현 노리는 중국
'해상 실크로드' 기점 푸젠성, 시진핑의 일대일로에 '활기'
일대일로 대상 국가 곳곳서 부작용…中 중심주의 비판론 대두


(푸저우·취안저우·샤먼·광저우=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 명나라 시대인 1405년(영락 3년) 6월 15일(음력). 명나라의 3대 황제인 영락제(永樂帝)의 명을 받은 정화(鄭和)는 남해 대원정에 나선다.
정화는 윈난(雲南)성 출신의 이슬람교도이자 환관이었다. 정화가 이끈 원정대는 길이 137m, 폭 57m가 넘는 대형 범선을 포함해 62척의 함석을 이끌고 남해 원정길에 올랐다.
정화는 참파(베트남 중부), 수마트라 및 팔렘방(인도네시아), 말라카(말레이시아), 실론(스리랑카) 등의 항로를 거쳐 1407년 초 인도의 콜카타 항에 도착했다.
정화 함대의 주요 임부는 외국의 통치자들을 회유하거나 협박해 명나라와 조공체제를 맺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정화 함대는 1407년 9월 2년여의 항해를 마치고 귀국했다.
정화의 1차 남해원정은 콜럼버스의 미주 대륙 도착(1492년), 바스코 다마의 희망봉 항해(1498년)보다 100년 가까이 앞선 것이었다. 정화는 이후 1433년까지 7차례 걸쳐 동남아, 인도, 페르시아, 아프리카 동부지역까지 항해하고 돌아왔다.
미국과 경제뿐만 아니라 군사, 외교면에서 패권을 다투는 중국이 일대일로를 앞세워 정화의 남해 대원정 시대에 누렸던 영광을 재현하려 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의 일대(一帶)는 '하나의 벨트'(One belt), 즉 '육상 실크로드'를, 일로(一路·One road)는 '하나의 길', 즉 '해상 실크로드'를 의미한다.


한 마디로 중국 주도로 전 세계의 무역·교통망을 연결해 경제 벨트를 구축하려는 구상이다.
2013년 3월 집권한 시 주석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일대일로 구상을 발표했다. 2013년 9월과 10월 카자흐스탄과 인도네시아 방문 기간 고대 실크로드를 언급하면서 일대일로 구상을 공식화했다.
일대일로 연구의 권위자인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의 리강(李鋼) 연구원은 지난해 5월 21세기한중교류협회(회장 김한규 전 총무처 장관) 조찬 강연에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과 일대일로 연선국가(관련국가)간의 무역액은 총 6조5천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중국이 같은 기간 일대일로 관련 국가에 투자한 비(非)금융권 직접투자 통액이 9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연평균 5% 이상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의 해상 실크로드 기점이 바로 이번 일대일로 취재단이 찾은 푸젠(福建)성이다. 푸젠성 성도인 푸저우(福州)와 취안저우(泉州)는 멀리 진나라 때부터 해상 실크로드의 기점이었다.
정화 남해 원정대의 첫 출항지는 장쑤(江蘇)성 타이창(太倉)항이었지만 푸젠성에서 전열을 정비한 뒤 본격적으로 남해로 뱃길을 돌렸다.
취재단이 방문한 푸저우와 취안저우에는 과거 해상 실크로드의 기점이었음을 말해주는 다양한 유적들이 남아 있었다.
대표적인 곳이 취안저우의 이슬람 사원인 칭징쓰(淸淨寺)다. 칭징쓰는 북송시대인 1009년에 지어졌다. 사원의 지붕은 소실되었지만, 벽면은 아직도 건재하며 사원 내부 건물도 상당 부분 남아 있다.


벽면 곳곳에는 아랍어 글씨와 문양이 새겨져 있다. 또 사원 안에는 세상을 떠난 아랍 상인들의 무덤이 있다.
이 거대한 이슬람 사원 유적은 취안저우가 아랍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던 국제 항구였음을 말해 준다. 칭징쓰 바로 옆에는 새 이슬람 사원이 세워져 있다.
중세 이슬람 최고의 여행가로 꼽히는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에도 취안저우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다. 이븐 바투타는 취안저우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큰 항구 가운데 하나"라고 기록했다.
취재단이 찾은 취안저우 해외교통사박물관에(泉州 海外交通史博物館)에는 중국이 과거 취안저우를 통해 아랍, 인도, 동남아, 동아시아 등과 교류를 했음을 말해주는 다양한 유물들이 보존돼 있다.


박물관의 리린(李琳) 학예사는 "취안저우는 고대부터 바다를 통해 중국을 외국과 연결하는 관문 역할을 했던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나라와 명나라 때 공식적인 해외무역 관청인 시박사(市舶司)를 중국 세 곳에 세웠다"면서 "취안저우가 광저우(廣州), 닝보(寧波)와 함께 시박사가 있던 곳"이라고 강조했다.
푸젠성의 성도인 푸저우시 곳곳에도 이곳이 취안저우와 더불어 중국 해상 실크로드의 중심도시였음을 알리는 표어들이 걸려 있었다.


취재단이 방문한 푸저우성시규획전시관(福州城市規劃展施館) 측은 대형 스크린에서 제공되는 영상 자료를 통해 푸저우가 현재도 중국 해상 실크로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취안저우의 남쪽에 위치한 항구도시인 샤먼이 오늘날에는 해상 실크로드의 관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샤먼항에는 수많은 컨테이너가 하역을 기다리고 있었다.


푸젠성은 샤먼에 푸젠성 해상실크로드 해운운영유한공사(福建省絲路海運運營有限公司)를 세우기도 했다.
공사의 리난(李南) 부총경리는 "시진핑 주석도 수차례 샤먼을 방문했다"면서 "샤먼은 오늘날 해상 실크로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웡슝위(翁雄宇) 푸젠성 당 위원회 통전부 부부장은 취재단과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푸젠성은 해상 실크로드의 기점"이라면서 "2013년 시 주석이 일대일로 구상을 발표한 이후 해상 실크로드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외국의 언론 매체에 일대일로 현장을 취재할 기회를 제공한 이유는 분명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 전 세계 130개 국가를 대상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유럽 등 세계 거의 모든 곳으로 일대일로 영역을 확장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일대일로는 곳곳에서 만만치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중국은 대체로 일대일로 프로젝트 대상국에 자본을 빌려주고 중국 기업을 통해 개발사업을 추진한다.
그 때문에 상당수의 관련 국가들이 '빚의 덫'에 빠져들기도 했다.
스리랑카가 대표적인 사례다. 스리랑카는 중국으로부터 빌린 대규모 차관으로 함반토타항을 건설했으나, 차관을 상환하지 못하게 되자 2017년 중국 국영 항만기업인 자오상쥐(招商局)에 99년 기한으로 항만 운영권을 넘겨줬다.
중국은 '중국판 GPS'로 불리는 '베이더우'(北斗) 시스템 구축을 하면서 일대일로 참여국들에 별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일대일로가 '윈윈'을 앞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국익을 위한 일방적인 프로젝트, '패권주의적 정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중국의 경제발전을 유지하기 위한 자원, 시장, 에너지 확보를 보장하고, 중국의 기업들이 세계를 무대로 주도적으로 활동하도록 돕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취재에 참여한 한 나라의 기자는 "중국 일대일로 현장을 둘러보고 규모와 시설에 인상적이었다"면서도 "솔직히 일대일로가 관련국들에 이득을 가져다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jj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