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에 올인 괜찮나'…신혼희망타운에 자리 내준 공공분양

입력 2020-01-30 07:11  

'신혼부부에 올인 괜찮나'…신혼희망타운에 자리 내준 공공분양
고참부부·1인가구는 혜택 열외…"다양한 계층에 주택 공급해야" 지적도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정부가 신혼부부 주거 지원 정책인 '신혼희망타운'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일반적인 공공분양 물량을 찾기 힘들 정도로 주택 공급이 특정 계층에 편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공공택지에서 내놓는 공공분양을 거의 신혼부부만을 겨냥한 신혼희망타운으로 채우다 보니 신혼부부가 아닌 '고참 부부'나 1인 가구 등은 공공분양 혜택에서 열외가 된다는 얘기다.
30일 민간 부동산 조사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작년 11∼12월 나온 공공분양 5천412가구는 모두 신혼희망타운이다.

국토교통부는 2017년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신혼부부 특화 단지인 신혼희망타운 보급 계획을 밝히고 시범적으로 2018년 12월 위례신도시 340가구와 작년 1월 평택고덕 596가구를 분양한 바 있다.
이들 시범단지의 뒤를 이어 작년 11월부터 기존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조성된 주요 택지에서 신혼희망타운이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작년 11∼12월 공급된 공공분양이 모두 신혼희망타운으로 채워진 것이다.
작년 11∼12월 수서역세권(398가구), 고양 지축(500가구), 하남 감일(340가구), 남양주 별내(252가구), 화성 동탄2(781가구), 파주 운정3(486가구), 시흥 장현(349가구), 파주 와동(290가구), 시흥 장현(276가구), 부산 기장(486가구), 전북 완주 삼봉(546가구), 충남 아산 탕정(708가구) 등지에서 신혼희망타운이 공급됐다.
이에 앞서 작년 7월 서울 중랑구 양원지구에서도 269가구의 신혼희망타운이 분양됐는데, 이곳에서도 일반 공공분양은 나오지 않았다.
이는 정부가 기존 택지에 신혼희망타운을 넣으면서 주로 기존 공공분양을 신혼희망타운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공공택지에서는 주택의 25%까지 공공분양을 공급할 수 있다. 이렇게 제한을 둔 것은 공공분양과 임대, 민간분양 등의 조화로운 공급을 위한 것이다.
신혼희망타운(분양)이 공공분양의 한 종류에 속하기에 일반 공공분양이 신혼희망타운으로 바뀐 곳이 적지 않다.
이들 택지의 지구계획 변동 상황을 보면 서울 양원에선 원래 385가구의 공공분양이 예정돼 있었다. 고양 지축에서도 원래는 1천293가구의 공공분양이 나올 계획이었지만 지구계획 변경을 통해 물량이 신혼희망타운으로 바뀌었다.
수서역세권에서는 원래 620가구의 10년 임대 후 분양전환 물량이 나오는 것으로 지구계획이 마련됐다가 신혼희망타운에 자리를 내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3월 공공분양 물량 5천418가구(잠정치)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천777가구(32.8%)도 신혼희망타운이다.
마곡지구 9단지 962가구와 과천 지식정보타운에서 647가구의 일반 공공분양이 나와 숨통이 트이는 수준이다.
문제는 앞으로 지구계획이 마련되는 신규 택지다.
정부가 신혼희망타운을 공급하기 위해 지정한 구리 갈매, 남양주 진접2, 인천 가정2, 군포 대야미, 김포 고촌2, 부천 괴안·원종의 경우 최근 지구계획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이들 택지 중 신혼희망타운 외 일반 공공분양 물량이 계획된 곳은 규모가 큰 남양주 진접2 밖에 없다.

그나마 진접2에서 나오는 총 2천442가구의 공공분양 물량 가운데 신혼희망타운이 아닌 일반 공공분양은 236가구에 불과하다.
나머지 택지에서는 모두 공공분양이 신혼희망타운으로만 공급된다.
아직 지구계획 승인이 나오지 않은 성남 복정·서현·금토지구에서도 신혼희망타운 외 일반 공공분양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2022년까지 신혼희망타운 15만가구를 공급한다는 목표를 설정했고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30만 가구를 공급하기 위한 신규 택지에도 신혼희망타운을 적극 공급하기로 했다. 앞으로 신규 택지에서 일반 공공분양을 기대하기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박근혜 정부 때부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혼부부를 주요 대상으로 한 행복주택 등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했다.
그러나 이렇게 분양 자격을 신혼부부로만 정하고 주택을 공급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공공분양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적기관이 직접 지어서 공급하는 주택이어서 땅을 사서 주택을 짓는 민간분양 주택보다 저렴하다. 과거에는 공공분양 주택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으나 그간 공공분양 주택의 수준이 월등히 향상됐다.
신혼희망타운은 결혼한 지 7년 이내인 신혼부부만 입주 자격이 부여된다. 그나마 2018년부터 6세 이하 자녀를 둔 한부모가족과 예비 신혼부부로 관문이 넓혀졌다.

결혼을 하지 못한 1인 가구나 결혼한 지 7년이 넘은 부부 중에서도 실수요자가 많을 수 있는데, 공공분양이 너무 신혼부부에만 집중되니 이들이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40대 직장인으로 미혼인 김현수(가명)씨는 "요즘 정부의 부동산 공급 대책을 보면 너무 신혼부부만 챙기는 것 같아서 소외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며 "저출산 문제를 너무 집 문제로만 단순히 생각하는 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요즘 지정하는 공공택지는 대부분 개발제한구역을 풀어서 공급돼 강력한 공공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차라리 민간분양을 줄이면서 일반 공공분양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공공주택 공급을 보면 지나치게 신혼부부에 편중된 느낌"이라며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특정 계층에 치우치지 않게 주택을 골고루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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