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땅' 걷던 공룡·포유류 조상 발자국 화석 발굴

입력 2020-01-30 16:06  

'불의 땅' 걷던 공룡·포유류 조상 발자국 화석 발굴
용암이 만든 현무암 사이 사암층서 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약 1억8천300만년 전 쥐라기 초기 대멸종 때 용암이 흐르던 '불의 땅'에서 마지막까지 생명을 이어간 공룡과 포유류의 조상인 단궁류(單弓類·synapsids)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돼 학계에 보고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대학의 퇴적학자인 에미스 보르디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아프리카 남부의 대형 화성암 지대인 '카루(Karoo)분지'에서 확인된 발자국 화석에 대한 연구 결과를 미국 '공공 과학도서관'(PLoS)이 운영하는 오픈 액세스 온라인 학술지인 '플로스 원'(PLOS ONE)을 통해 발표했다.
PLoS에 따르면 연구팀이 공룡과 단궁류 발자국 화석을 발견한 카루 분지의 화성암은 쥐라기 초기 화산 폭발로 엄청난 양의 용암이 흐른 뒤에 형성됐다. 1억년 이상의 침식과 풍화작용을 거친 뒤에도 두께가 1.5㎞에 달하는 점을 보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이 간다.
당시 강력한 화산 활동은 지역 생태계는 물론 지구 전체의 대기에 큰 영향을 줬으며, 화석 기록상 대량 멸종기와도 일치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용암이 식어 만들어진 현무암층 사이의 사암에서 총 25개의 발자국을 발견했으며, 이를 분석해 5개의 발자국 흐름을 찾아냈다. 이 발자국 흐름은 네 다리를 가진 작은 단궁류와 두 발로 걷는 세 발가락의 대형 육식 공룡, 네 발로 걷는 작은 초식공룡 등 3종(種)이 남긴 것으로 추정됐다.
단궁류가 만든 가장 작은 발자국 화석은 1인치(2.54㎝)가 채 안 됐지만, 육식공룡이 남긴 가장 큰 발자국은 14㎝에 달했다.
연구팀은 이 발자국 화석들이 카루 분지가 완전히 용암으로 덮이기 전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동물들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했다.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곳은 급류가 흐르던 간헐천의 강바닥으로 이른바 '불의 땅'의 열기를 어느 정도 막아줘 고대 동물들의 통행로가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고대 동물이 용암이나 이에 따른 화재에 얼마나 가까이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주변의 상당지역이 이미 용암으로 덮이고 불에 타고 있었던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팀은 특히 용암이 식어 만들어지는 현무암층 사이에서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는 것은 이 동물들이 화산 활동이 시작돼 용암이 흐르고 이에 따른 화재로 '불의 땅'이 된 뒤에도 생존해 있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연구팀은 더 많은 화석을 발굴하고 암석층 형성 연대를 정확히 밝혀내면 지구 차원의 대멸종이 시작되던 시점에서 지역 생태계가 혹독한 환경적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르디 교수는 "발자국 화석들은 1억8천300만년 전 용암이 만든 현무암 사이에서 발견됐다"면서 "이 화석들은 고대 대륙의 생태계가 미래에 발생할 수는 있지만 지금은 필적할만한 것이 없어 지질기록으로만 연구될 수 있는 엄청난 규모의 화산 폭발과 어떻게 공존했는지에 관한 먼 과거의 얘기를 해주고 있다"고 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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