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실적에 눈멀어 고객 비밀번호 바꾼 우리은행의 모럴해저드

입력 2020-02-06 11:20  

[연합시론] 실적에 눈멀어 고객 비밀번호 바꾼 우리은행의 모럴해저드

(서울=연합뉴스) 대형 시중은행인 우리은행 영업점 직원들이 실적 부풀리기를 위해 휴면계좌 고객의 비밀번호를 무더기로 도용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8년 일선 영업점 직원들이 휴면계좌 2만3천여개의 인터넷·모바일뱅킹 비밀번호를 무단 변경한 사실을 같은 해 7월 내부 감사에서 적발했다고 밝혔다. 1년 이상 거래가 없는 휴면계좌의 비밀번호가 바뀌어 활성화하면 새로운 거래실적으로 인정한다는 점을 영업점 직원들이 악용했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이런 방식으로 본인의 핵심성과지표 점수를 높였다고 한다. 금융감독원은 은행 자체 감사 결과를 통보받고 검사에 나섰지만, 아직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사안이 1년 넘게 검사를 끌어야 할 정도로 복잡한 것인지 의문이다. 감독 당국은 미적대지 말고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는지 검사 결과를 조속히 발표하길 바란다.

금융기관은 고객이 맡긴 재산을 관리하는 곳이다. 고객의 정보 보호를 무엇보다 최우선에 두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은행 직원이 실적에 급급해 고객의 동의 없이 비밀번호를 멋대로 바꾼다면 어떻게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겠는가. 이번의 경우 은행은 자체 검사를 통해 적발했고, 조작된 실적은 평가에서 모두 삭제했으며, 고객 피해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고객 비밀번호에 손을 대는 은행 직원이 고객 계좌에도 손을 대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인터넷·모바일뱅킹의 비밀번호 변경은 고객 본인의 신분 확인과 동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고객의 개인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무단 도용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다. 고객 수만 명의 비밀번호가 아무런 걸림 장치 없이 멋대로 바뀌었다면 은행들이 입만 열면 강화를 다짐했던 내부통제시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은행은 이미 대규모 원금 손실을 부른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연루되면서 영업의 일부 정지 및 거액의 과태료와 함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행장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문책경고를 받은 은행 임원은 3년간 금융권에 취업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은 징계 사유로 상품 불완전판매와 내부통제 부실을 들었다. DLF 사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 일부 은행이 고객 신뢰를 저버린 채 수수료 수익에 급급해 리스크 관리를 도외시한 데서 비롯됐다, 원금 전액 손실 가능성이 있는 초고위험 상품을 원금이 보장되는 것처럼 기만한 사례도 있었다.

이번 우리은행의 고객 비밀번호 도용이나 DLF 사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등에서 드러난 문제의 본질은 비슷하다. 금융기관이 고객 보호는 내팽개친 채 실적 지상주의에 매몰되면서 내부통제시스템은 무용지물이되었다. 꼬리를 물고 터지는 금융기관의 모럴해저드에 금융소비자의 불신과 불안은 깊어지고 있다. 감독 당국은 우리은행은 물론 다른 금융기관들도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점검하고 검사 결과에 따른 책임을 엄중하게 추궁해야 한다. 제도적 허점이 없는지도 살펴 필요하다면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기관의 내부통제시스템 전반을 손질하고 소비자 보호조치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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