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만나 색깔 바꾼 혜성 67P '카멜레온' 비밀은 얼음

입력 2020-02-07 16:38  

태양 만나 색깔 바꾼 혜성 67P '카멜레온' 비밀은 얼음
먼지 속 얼음 승화하며 붉은색 옅어지고 푸른색 변신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약 6.45년을 주기로 태양을 도는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이하 혜성 67P)는 태양 주변에서 카멜레온처럼 색깔이 변한다. 태양에 가까이 다가설수록 핵은 원래의 붉은색이 옅어지며 푸른색을 띠다가 태양 근일점을 돌아 심우주로 빠져나갈 때는 다시 붉은색을 보인다.
혜성 67P를 2년간 가까이서 관측한 로제타 탐사선의 '가시광·적외선 열 이미지 분광기'(VIRTIS)로 볼 때 그렇다는 것으로, 카멜레온 같은 색깔 바꾸기의 비밀이 당시 관측된 자료를 통해 규명됐다.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립 천체물리학연구소(INAF)의 행성 과학자 지안리코 피라치오네가 이끄는 연구팀은 혜성 67P 표면에 노출된 얼음 상태로 태양 인근에서 나타나는 혜성의 색깔 변화를 설명한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최신호를 통해 발표했다.
로제타호는 2014년 8월 혜성 67P가 '결빙선'(frost line)을 넘기 전부터 따라붙어 관측을 시작했다. 태양~지구 거리(AU)의 약 3배에 달하는 곳에 있는 이 결빙선을 기준으로 바깥쪽에서는 혜성 표면의 먼지와 얼음층을 볼 수 있지만, 안쪽에서는 태양열 증가로 핵에서 분출된 가스와 먼지로 된 코마를 형성한다.



VIRTIS 상에서는 결빙선을 넘어서면서부터 색깔 변화가 시작된다.
혜성 핵 부분은 얼음이 기체가 돼 승화하며 먼지를 날려 보내 붉은색이 옅어지고, 깨끗한 얼음층이 노출되면서 푸른색이 짙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반대로 혜성의 핵 주변은 태양에서 멀리 있을 때는 먼지가 적고 물로 된 얼음을 갖고 있어 푸른색을 띠다가 결빙선을 넘어서면서 먼지 알갱이 속 얼음이 승화하고 알갱이만 남게 돼 붉은색이 짙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혜성 67P가 근일점을 돌아 심우주로 빠져나가면 핵은 다시 붉게 되고 핵 주변 코마는 푸른색을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로제타호가 25개월에 걸쳐 혜성 67P를 따라가며 4천여회에 달하는 관측을 통해 얻은 자료를 분석해 이런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혜성이 표면에서 순식간에 물질을 내뿜고 잠잠해지는 등 극도로 역동적인 상황에 있어 단편적인 관측만으로 잘못된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크기가 3㎞에 불과한 혜성 67P 핵에서 발생한 현상들의 연관성은 지구에서는 관측할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결과"라고 강조했다.
피라치오네 연구원은 로제타호의 근접 관측 결과를 토대로 혜성에 관해 많은 것이 밝혀지기는 했으나, "혜성 탐사의 진짜 성배(聖杯)는 혜성 물질을 지구로 가져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야만 분광 분석에서 탄소로 된 유기 분자가 만든 것으로 나타난 혜성의 붉은색 먼지를 제대로 분석해 지구의 생명 기원에 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꿈이 실현될 때까지는 VIRTIS 자료를 통해 혜성 67P의 유기물을 연구할 수 밖에 없다면서 로제타호의 자료수집 임무는 끝났지만 그간 수집된 자료에 대한 분석과 새로운 결과는 앞으로 몇 년간 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04년 3월 인류 최초의 혜성 탐사선으로 발사된 로제타호는 10년간 65억㎞를 비행한 뒤 혜성 67P에 근접해 탐사로봇 필레를 풀어놓고, 25개월을 혜성과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근접 관측을 했다. 하지만 혜성 67P가 심우주로 향하면서 태양 전지판을 통한 충전이 어려워지자 우주 쓰레기로 남지않기 위해 2016년 9월30일 혜성 표면에 충돌하는 것으로 임무를 마쳤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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