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팀, 코로나19 위기를 국경통제·중국고립 기회로 여겨"

입력 2020-03-10 09:02   수정 2020-03-10 11:29

"트럼프팀, 코로나19 위기를 국경통제·중국고립 기회로 여겨"
비판론자들 "정작 감염병 위기 대응엔 취약…엉뚱한 목표에만 집착"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에서 팬데믹(대유행) 수준의 위기를 초래한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관리들은 오히려 이번 위기를 오래된 정책 과제 달성의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9일(현지시간)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묵은 공약인 국경 통제 강화, 중국 고립, 광범위한 감세 정책 등을 손쉽게 실현할 호기로 본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임기응변 전략은 비단 트럼프 행정부만의 것은 아니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그러면서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이 2008년 경제 위기 당시 "심각한 위기를 단지 낭비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아 워싱턴 정가를 뒤흔들어 놓았던 일화를 상기시켰다.
실제로 오바마 행정부는 당시 경제 위기 이후 금융시장 안정화를 명분으로 내세워 오래도록 미뤄왔던 환경·인프라 분야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고 기후변화, 건강보험 등의 선제적 어젠다를 설정할 수 있었다.
오바마 행정부 역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략을 어김없이 구사했다는 말이다.
이제 더 강도 높게 엄습한 위기를 맞아 트럼프의 백악관 팀 관리들은 대체로 이런 전략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팀 관료들은 궁극적으로 이번 기회에 국경 보안을 더 강화해야 하며, 감세 범위를 넓히는 것은 물론 중국 제조업 의존도를 확 줄여나가야 한다는 정책 목표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일부 관료는 코로나 발병과 확산이 대통령의 오래된 약속을 실행에 옮길 기회만 된다면 감염병 확산에 따른 정치적 위기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녔다는 것이다.
한 관리는 "국경을 열어야 한다는 민주당식 발상이 국민 보건에 직접적 위협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국경 봉쇄와 감세가 바이러스 확산을 멈출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트럼프 팀이 이를 2020년 재선 국면으로 향하는 길에서 인기 회복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마치 2001년 9·11 테러 직후 조지 W.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의 '레짐 체인지'(체제전복)를 위해 대테러 전쟁을 밀어붙였듯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코로나 위기가 정책 실행의 추동력을 가져다줄 것으로 믿는다는 얘기다.
감염병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미국 행정부의 전략은 상당히 역사가 깊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거의 한 세기 전인 1918년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스페인 독감 창궐했을 때를 틈타 경제통제 정책을 손쉽게 입안했던 사례도 있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엉뚱한 정책 목표에 집착한 나머지 정작 발등의 불인 코로나 위기 대응에는 취약하다는 점을 여실히 지적한다.
미주리-캔자스시티 대학 정치학부 맥스 스키드모어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위기의 순간 비전문가들에게 책임을 맡겨 소중한 기회를 날려 먹었다"고 비판했다.

oakchu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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