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전으로 가는데…의료진 번아웃될까 우려"

입력 2020-03-14 07:00  

"코로나19 장기전으로 가는데…의료진 번아웃될까 우려"
선별진료에 의료진 교대로 투입…"설연휴 이후 휴일 없어"
집중력 떨어지면 '의료진 감염' 위험…해결책은 '난망'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김잔디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전에 돌입하되면서 의료진의 '번아웃'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대구·경북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사실상 모든 의료진이 코로나19 치료와 선별진료 업무에 매달리고 있다.
의료진의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자칫 '의료진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문제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기존 의료진을 당장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병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발열이나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선별진료소 등에 100∼300명의 의료진을 투입하고 있다.
전체 의료진이 돌아가며 당직을 서고 있지만 주된 진료를 맡은 감염내과와 호흡기내과 의료진은 두 달 가까이 휴일 없이 일하는 중이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 달 전만 해도 해외여행력으로 환자를 선별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여행력 외에 발열, 호흡기 증상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설날 이전부터 주말도 없이 거의 매일 출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될지 몰라서 의료진이 느끼는 스트레스와 피로도가 더 크다"고 덧붙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메르스 때는 두 달여만에 사태가 종료됐기 때문에 의료진 번아웃이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며 "코로나19는 이제 중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상황인데 기존 외래진료나 수술은 그대로 돌아가면서 선별진료나 안심진료 등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서 3∼4월은 새로 들어온 전공의 수련 등 가장 바쁜 시즌"이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는 의료진이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피로가 누적된 의료진의 집중력이 떨어지면 코로나19 의심환자의 검체를 채취할 때나 확진환자를 돌볼 때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방호복을 입고 벗을 때 부주의해질 수 있고, 감염 위험에 노출된 상황에서 대처능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기석 한림대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아무리 체력과 정신력으로 버티려고 해도 집중력이 떨어지면 감염 사고가 벌어질 수 있다"며 "하지만 당장 의사나 간호사를 더 뽑을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대구·경북의 경우 경증환자를 빨리 퇴원시켜 의료기관의 부담을 덜어주고 중증환자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의료진의 번아웃을 막으려면 정부가 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영호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이 의료진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의료진 지원에 탄탄한 계획을 세워 전략적으로 대처한다는 신호와 희망을 줘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인력 상황을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송준헌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 인력관리팀장은 "원칙적으로 감염병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에 의료인력을 먼저 지원하고 있다"며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는 아직 인력 요청이 없지만, 요청이 있다면 군의관, 공보의 등을 지원하도록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ae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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